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 ‘징계수위’ 관심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 ‘징계수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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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재벌家 사위 ‘흔들’

지난 4월 해킹사고로 175만명의 고객정보를 유출당한 현대캐피탈의 정태영 사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수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건인데다 정 사장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사위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현대캐피탈에 대한 특별검사를 마치고 징계대상자를 추리고, 징계수위를 검토 중이다. 늦어도 8월중 결론이 날 전망인데, 현대캐피탈에 대해서는 기관경고 조치가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캐피탈, 기관경고?

업계가 관심을 갖는 건 회사 징계보다도 정태영 사장에 대한 제재 수위다. 금감원에서는 “어떤 수준으로 징계를 건의할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건의 사회적 파장과 최고경영자(CEO)로서 관리 책임을 물어 ‘경고’또는 ‘직무정지’ 수준의 징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가능성은 낮지만 ‘직무정지’가 확정된다면 정 사장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권고(면직), 직무정지(정직), 문책경고(감봉), 주의적 경고(견책), 주의 등 모두 5가지인데, 현행법상 직무정지가 확정되면 앞으로 4년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 2003년 이후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의 경영을 진두지휘해 온 그로서는 내년 3월 임기만료 후 대표이사직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경고 이하 가운데 ‘문책경고’를 받을 경우엔 캐피탈 카드사 관련 법률인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현대캐피탈 사장은 연임할 수 있지만 은행이나 보험, 증권회사 임원은 3년간 맡을 수 없다. ‘주의적 경고’를 받게 되면 별다른 신분상의 제재가 없다.

금융권에서는 정 사장이 해킹사고를 유도했다는 명백한 인과관계가 발견되지 않는 한 ‘주의적 경고’나 ‘문책경고’ 수준의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피해고객수가 많고 해킹이 두 달 동안이나 이뤄졌다는 점에서 총체적인 관리 책임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이지만 정 사장의 직접적 책임이 없고, 해킹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점 등이 반영돼 경고 수준의 징계를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니와 닌텐도 해킹 사태와 대비해 현대캐피탈을 좋은 해킹 사례로 소개했다. WSJ는 일본 업체들과 달리 해킹 뒤 관련 내용을 신속히 알리고 정보관리 체계를 강화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WSJ는 “소니가 해킹 사실을 뒤늦게 알려 언론의 비판을 받았던 것과 달리 정태영 CEO는 해킹 공격을 받은 바로 다음 날 기자회견을 통해 고객 및 투자자들에게 무슨일이 발생했고, 이에 대해 회사가 얼마만큼 파악하고 있는지 밝혔다”며 현대캐피탈의 신속한 대응을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도 정 사장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 처음부터 해커와의 협상을 거절하고 공개키로 한 방식은 금융업계의 또 다른 첫 사례로 기록해둘 만 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몽구의 둘째사위

한편,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이기도 한 정태영 사장은 카드대란이 한창이던 2003년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사장으로 선임된 후 무서운 속도로 회사를 키워왔다.

정경진 종로학원 회장의 장남이자 서울대와 미국 MIT를 나온 인재이지만, 선임될 당시만 해도 재벌 총수의 사위란 인식이 더 강렬했다.

그러나 그는 독특한 디자인과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며 취임 당시 1.8%이던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을 8년 만에 업계 2위(16%)까지 끌어올렸다. 현대캐피탈도 독보적인 업계 1위로 키워냈다. 카드업계에서도 정 사장을 기존 카드사와 차별화된 마케팅을 구사하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끌어낸 창의적인 경영인중 한명으로 꼽고 있다.

그는 카드에 A부터 Z까지 알파벳 이름을 붙이는 독특한 마케팅 기법을 구사한 것은 물론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가 디자인한 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 업계 최초의 초우량고객(VVIP)카드인 ‘블랙카드’ 등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CEO로서의 위상도 공고히 했다.

명예회복 가능할까

하지만 금융당국이 낮은 수위의 징계를 내리더라도, 이번 해킹 사건은 정 사장의 이력과 평판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캐피탈 업계 1위로 가장 많은 수의 고객과 금융거래를 하며 신뢰를 쌓아온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도 사실이기 때문.

실제 정 사장은 해킹사건 후 가진 긴급 기자회견 자리에서 “(고객들에게) 죄송하고 수치스럽다”며 머리를 숙였고 목이 메는 듯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평상시 자신감이 넘치고 솔직한 화법을 구사하며 ‘최초’와 ‘혁신’을 몰고 다닌 그의 모습과 대조를 이뤘다. 사건 발생 이후에는 모든 대외적 활동을 멈추고 침묵해왔다.

사건 발생 한 달 여만에 ‘트위터’에 복귀해 현대카드‧현대캐피탈 고객들과 소통하고, 최근 사업차 국내외 현장을 다니는 모습은 변함없지만 해킹 사건 발생 이후 내부 행사나 회의에서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피력하던 모습은 다소 누그러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징계 조치 등 법적 책임이 마무리되면, 정 사장이 명예회복 차원에서라도 이전보다 더 강력한 혁신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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