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박근혜 회동 후 정가에 돌고 있는 ‘총선 공천 합의설’
현재권력-미래권력간 ‘공천 3대 원칙’ 합의설 논란 실체는
양측 모두, 총선 공천 합의설 대해 “사실과 다르다” 부인
원희룡 총선 불출마 선언, “현역의원 공천 학살 신호탄 될까”
한나라당에 폭탄이 떨어졌다.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 후폭풍에 ‘공천 합의설’이 따라붙은 것. 일부 언론을 통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내년 4월 총선에서 공천 문제와 관련,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권 전체가 일순간 패닉 상태에 처했다. 여기에 원희룡 의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까지 더해지면서 총선 공천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되어 가고 있다.
내년 4월 총선 공천 문제가 당분간 정치권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몰래 한 약속 있었나
지난 17일 정가에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에 숨은 이야기가 날아들었다.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박형준 대통령 사회특보,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격인 이학재 의원과 최경환 의원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 사전 접촉에서 내년 총선에서의 협력 체제 구축에 합의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들이 합의한 ‘총선에서의 협력 체제’에는 공천 문제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에 정치권이 요동쳤다. 특히 당의 양대축인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밀실합의’에 한나라당은 할 말을 잃었다. 양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일부 언론에 나온 공천 3대 원칙 관련 기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면서 “정진석 전 정무수석과 박형준 사회특보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공식 접촉 라인에서는 공천과 관련한 얘기가 오가지 않았고 대통령과 대통령실장에게도 그런 얘기는 전혀 보고되지 않았다”며 “실무선에서 개인적인 견해를 주고받았을 수 있겠지만 공식라인에선 그런 얘기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도 “공천 원칙 합의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박 전 대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공천, 의원들의 정치생명과 직결
그러나 ‘소란’으로 그치기에는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 뒷얘기를 전한 언론들은 ‘공천 3대 원칙 합의’에 대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내년 총·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 공감, 계파에 따른 ‘나눠먹기식 공천’에 선을 그으면서 가능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기존의 친이·친박 비율에 구애받지 않는다 ▲양 계파가 따로 공천자를 추천하지 않고 처음부터 당 공식기구에서 함께 협의한다 ▲‘완전 국민 경선제’와 같은 공정한 시스템으로 공천자를 정한다는 ‘3대 원칙’의 내용도 상세히 전했다.
총선 공천 문제는 국회의원들의 정치 생명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 파장은 들불처럼 번졌다. 정몽준 전 대표는 지난 1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내년 총선 공천의 틀을 짰다는 것인데,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라며 “양측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유력 언론에서 동시에 이런 보도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대표는 “당내 의원들에게 계파에 줄을 서라고 협박하는 행위이고, 계파 정치의 수렁에 빠져있는 한나라당의 현실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대단히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한껏 날을 세웠다.
급기야 박 전 대표가 유승민 의원들 통해 ‘공천 합의설’을 “터무니없다”며 ‘(회동을 앞두고) 사전조율은 없었고, 이 대통령과의 독대에서도 공천 얘기는 없었다’고 재차 확인했음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와 지난 4월 재보선을 통해 내년 총선·대선 전망이 어두워진 것이 사실이고 친이?친박 모두 ‘이대로는 안된다’는데 공감하고 있는 만큼 ‘공천 합의’도 ‘충분히 있음직한 이야기’라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친이 구주류와 친박 만의 ‘합의’라는 부분에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원내대표 경선 후 ‘신주류’로 떠오르고 있는 소장파 인사들은 “당에서 상향공천을 제도화하려는 마당에 그런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만약 사실이라면 대단히 부적절하며 정치적으로도 의미없는 합의”라고 평가절하 했다.
공천문제, 피할 수 없는 숙제
내년 총선 공천 문제는 그러나 한나라당에게는 피해갈 수 없는 숙제가 될 전망이다. 7월 전당대회에 나선 원희룡 의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공천 합의설’로 지펴진 불씨에 기름을 부었기 때문이다.
원 의원은 지난 20일 7·4 전당대회 출사표를 던지는 자리에서 “리더십은 자기변화와 자기희생의 실천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현재의 위기상황을 맞아 나부터 버리겠다”며 내년 총선승리와 정권재창출을 위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원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양천갑은 ‘강남 벨트’라 불리는 한나라당의 강세지역으로, 원 의원이 내리 3선을 해온 곳이기도 하다.
원 의원은 총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지금 민심이 떠나가면서 한나라당이 존폐 위기에 있다”면서 “내년 총선에서 전국을 뛰고 민심의 바다 속에 자기를 던질 수 있는 자기희생의 리더십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서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00년 서울에서 좋은 지역구이자 한나라당 강세 지역인 양천갑에 공천돼 우여곡절 끝에 3선까지 했다”면서 “자기희생없이 리더십은 없다는 생각에 내가 받은 것부터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긴 해야겠는데…
정치권은 원 의원의 이번 결단이 서울 강남과 대구·경북 등 한나라당 텃밭에서 공천 물갈이의 물꼬를 틀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덧붙여 이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중 한 관계자는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이들로 인해 공천 개혁은 어렵사리 시작점에 서겠지만 총선이 힘들어진다는 관측이 짙어질수록 ‘안전지대’에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이들도 많아질 것”이라며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한 당내 갈등을 염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