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민주노동당 합당 결정 8월 연기로 ‘파장’커져
진보정단 건설, 대북문제와 참여당 참여 여부 등 걸림돌
“진보정당 참여 내심 원했던 유시민의 다음 수는 무엇?”
민주당 빅3, 호남 보수파 등도 야권통합 놓고 속내 제각각
야권의 춘추전국시대가 쉽사리 막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내년 총선·대선 정국을 앞두고 추진돼온 여권통합 논의가 주춤거리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진보정당 건설이 야권발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예정이었으나 합당에 대한 결정이 8월 말로 미뤄지면서 야권연대·통합 논의도 차질을 빚게 됐다. 입장이 난처해진 국민참여당과 야권통합에 대한 ‘동상이몽’으로 복잡한 심경을 애써 감추고 있는 민주당까지, 야권의 정계개편은 갈 길이 멀어만 보인다.
야권 통합이 오리무중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와 지난 4월 재보선을 거치며 박차를 가했던 통합 논의에 변수가 속출하며 안개정국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야권통합 오리무중
이 같은 형국은 야권발 정계개편 논의 중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왔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논의에 제동이 걸리면서 벌어졌다. 통합에 뜻을 모았음에도 불협화음을 내더니 결국 합당 결정을 8월 말로 미뤄버린 것이다.
민노당과의 통합에 찬반 여론이 맞섰던 진보신당은 지난 6월26일 임시 당 대회에서 민노당과의 통합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을 잠정 추인하되, 최종 합당 여부는 8월말로 예정된 당 대회에서 결정키로 하는 내용의 ‘진보신당 조직진로와 관련한 특별결의문’을 통과시켰다.
이 결의문은 지난 5월31일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가 마련한 ‘5·31 통합합의문’이 제 정당·단체 대표자 합의문이라는 점을 인정하되 미흡하다는 점을 감안, 오는 8월 임시 당 대회를 열고 민노당과의 통합 여부 및 당 조직진로를 최종 결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진보신당 대표단,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으로 수임기구를 구성하고 민노당 측과 ▲민노당·진보신당 대표의 합의문에 대한 이견 확인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대한 입장 ▲당명·강령·당헌 등에 대한 협상을 진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진보신당의 결의문 채택으로 오는 9월까지 민노당과 통합한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한다는 내용의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최종 합의문 승인의 건’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결의안 채택의 건’ 등은 자동 폐기됐다.
통합진보정당 건설, 진통
당초 8월말이면 민노당과 진보신당, 진보적 지식인단체와 시민단체 등과 함께 하는 통합진보정당 모습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했던 야권의 기대가 무너지게 된 것이다.
진보신당의 이 같은 결정은 대북문제와 참여당의 참여 여부 등을 둔 문제에서 불거졌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서 반발기류가 늘었고, 결국 민노당과의 합당도 재검토하게 된 것.
참여당의 연석회의 참여와 관련, 민노당은 “연석회의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전해 오면 함께하기로 공감을 이룬 바 있다”며 “논의 시점이 되는 대로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던 반면 진보신당은 “참여당과는 ‘좋은 이웃’으로 살면 되지, ‘한식구’가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드러내왔다.
그러던 중 민노당이 참여당과의 통합에 공을 들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진보신당은 “결혼식 날짜를 잡아놓고 바람을 피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러한 갈등이 풀리지 않으면서 9월 진보정당 창당을 막아섰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지난 6월26일 진보신당 임시 당 대회에서 “다양한 가치들이 모두 함께 공존하고, 지금껏 함께 하지 못한 더 많은 세력들과 함께 하는 진보정당을 진보신당 동지들과 함께 하고 싶다”며 “과거의 갈등과 상처가 남아있더라도 함께 끌어안고 극복하자”는 말로 다시 한 번 양당의 통합 의지를 강조했다.
‘연대냐 통합이냐’가 관건
상황이 이렇게 되니 입장이 난처해진 것은 참여당이다. 유시민 대표는 진보신당 임시 당 대표에 참석, “축사를 위해 올라왔는데 어떤 말씀 드려야할지 조금 난감하다”고 입을 뗀 후 “진보신당의 앞날에 대해 여러분이 어떤 선택을 하든 참여당 당원 모두는 그 선택을 축하하고 존중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진보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엇갈리기 시작하며 민노당 일각에서도 참여당과의 통합에 대해 “통합이 아닌 연대의 대상”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향후 참여당의 거취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한편, 야권의 통합 논의는 진보정당 뿐 아니라 야권발 정계 개편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제1야당인 민주당의 복잡한 속사정에도 발목이 잡혀 있다. 당에 지분을 가지고 있는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 등이 야권통합에 각각 다른 속내를 드러내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손 대표와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은 야권 통합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방법 등에 대해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대승적 대통합주의’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민주당은 당략적인 야권의 소통합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면서 “통합주의는 올바른 야권통합의 길이 아니다. 대승적 대통합주의가 민주당의 노선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총선 승리를 위한 야권 대통합을 주장하며 ‘야권단일정당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야권통합이 최선, 연대가 차선, 분열은 최악”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특히 “정권교체 경로는 국민적 지지를 받는 야권연대가 해법”이라며 “부산·경남(PK)과 광주·전남을 잇는 남부민주연대가 교착된 통합 논의의 물꼬를 틀 수 있다”면서 “남부민주연대 선행조건은 호남에서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텃밭은 못 내놔!
그러나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을 중심으로 통합보다 연대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야5당이 통합한 단일정당 창당 주장에 “피를 한 번에 다 섞으면 죽는다”며 통합론에 반기를 들고 있는 것.
일부 의원들은 “야5당은 가치·이념이 달라 통합되는 그날부터 내분에 시달릴 것”이라며 “야권이 통합하면 필패하는 만큼 선거 연대가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처럼 ‘한지붕 다가족’의 목소리가 엇갈리면서 내년 총선?대선 승리를 위한 ‘필승전략’으로 강조되고 있는 야권통합이 가시적인 결과로 나타나기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