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무리한 해외영토 확장, 위기감 커지나?
미래에셋 무리한 해외영토 확장, 위기감 커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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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자산운영사 이어 캐나다 운영사 인수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져

미래에셋 해외진출 전략 본격적으로 빨라져…해외법인 대폭 늘어나 
대만 자산운용사 이어 캐나다 운영사 인수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져
박현주 미래에셋 그룹 회장, 인수 의지 워낙 강해 결과 빨리 나올 듯
무리한 해외 운용사 인수가 투자자들에게 불신 요소로 작용 지적도

미래에셋의 해외 진출 전략이 본격적으로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대만 타이완라이프자산운용을 인수한 데 이어 캐나다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베타프로 매니지먼트'를 인수하면 해외법인은 8개로 늘어난다. 이에따라 호주와 인도네시아에도 조만간 법인을 만들 계획이어서 미래에셋의 해외 네트워크는 10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미래에셋의 해외 진출 방법도 해외에 법인을 직접 설립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 인수 · 합병(M&A) 방식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사업영역도 단순한 주식 채권 운용에서 ETF펀드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무리한 확장”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캐나다 3대 ETF 운용사 인수 추진

미래에셋은 캐나다의 베타프로 매니지먼트 인수를 위해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를 위한 접촉은 지난 4월부터 시작됐다. 미래에셋은 베타프로에 앞서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 기업 분할된 시가총액 10억달러 규모의 대형 자산운용사 인수를 추진했으나 워낙 입장차가 커 현재는 보류된 상태다.

베타프로 인수 협상은 이태용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ETF · 인덱스부문 대표가 적극 나섰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인수협상은 베타프로 측 주주 중 일부가 매각에 반대 입장을 보이는 바람에 삐걱거리기도 했다. 최근엔 입장차가 좁혀져 인수가격을 협의하고 있다.

베타프로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 전문 운용사로 캐나다 ETF 최대 운용사인 아이셰어와 크래이모어인베스트먼트에 이어 3위 업체다. 현재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이 본격적으로 인수가를 산정하고 있는 단계라고 보고 있다. 또한 베타프로의 자회사인 알파프로 매니지먼트와 ETF 마케팅사인 '호라이즌 ETFs'까지 통째로 사들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베타프로 지분 60%의 인수금액이 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3월 말 기준 베타프로의 에비타(EBITDA ·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에다 최근 자산운용사 인수 때 적용한 13배를 곱한 것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도 감안됐다.

최종 인수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인수 의지가 워낙 강한 만큼 이번에도 뛰어난 협상력을 발휘해 조만간 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0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예정

미래에셋은 2003년 홍콩 법인을 처음 설립한 이후 인도 베트남 영국 미국 브라질 등 6개의 해외법인을 차례로 설립했다. 주로 주식이나 채권 관련 운용사를 해외에 직접 설립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출범한 대만 법인부터 전략을 바꿨다. 타이완라이프로부터 자회사인 타이완라이프자산운용의 지분 60%를 전격 인수해 법인을 출범시켰다. 미래에셋이 국내 운용사 가운데 처음 해외운용사를 인수한 것이다.

미래에셋은 대만 운용사 인수를 통해 올해 승인이 기대되는 중국 합작운용사, 미래에셋자산운용(홍콩)과 함께 중화권 네트워크를 완성할 계획이다.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성장 가능성이 기대되는 중국, 홍콩, 대만을 잇는 범중국 통합 자산운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미래에셋은 이번 베타프로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와 호주에서도 현지 운용사를 인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내 공모를 통해 이들 국가에서 근무할 임직원들을 이미 공개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대상도 다양화하고 있다. 그동안은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정통 운용사를 인수하거나 설립했다. 캐나다에서는 ETF 운용사를 인수키로 해 운용자산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3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에 ‘삼성자산운용을 제치고 ETF 부문 1위로 올라서야 한다’는 전략을 사내에 전폭으로 천명한 바 있다. 이처럼 미래에셋의 저돌적인 해외진출은 이런 포석에서 출발한 것이다.

하지만 천천히 전진하는 쪽이었던 미래에셋의 글로벌 전략이 이처럼 급선회한 것을 두고 업계에선 다양한 말들이 돌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 우려나와

국내 펀드시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더 넓은 해외시장을 빠른 속도로 개척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에서, 국내에서 잃은 신뢰도를 해외에서 단번에 만회하려는 시도가 아닌가 우려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펀드 자금이 계속해서 빠져나가는 가운데 이익 규모까지 급감하는 등 위기 상황이 연출되면서 해외 M&A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려는 차원 아니겠느냐”고 예상했다.

실제 미래에셋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줄어드는 일이 벌어졌다. 업계 일부에서는 본격적인 침체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시점에 놓이게 됐다.

또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무조건적인 덩치키우기가 투자자들에게는 불신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3년 간 인사이트펀드를 운용하면서 부진한 수익률을 냈음에도 운용보수로는 1천5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 마이너스 15% 안팎의 부진한 수익률로 투자자들은 고통을 받고 있지만, 미래에셋은 펀드 하나로 웬만한 규모의 자산운용사를 하나 더 보유하는 효과를 톡톡히 얻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펀드업계 관계자는 “인사이트펀드를 만들어 팔아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원금 손실을 가져온 미래에셋이 수익 전망을 치밀하게 따지지 않은 채 덩치 키우기에 나서는 것 같다”며 “투자자들의 수익을 높일 생각은 안하고 무리한 영토 확장만 해 미래에셋과 거래하는 투자자들의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합병의 위험성도 문제로 제기됐다. 인수합병(M&A) 전략은 일반적으로 현지법인 설립보다 위험이 크다. 한 번에 큰돈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그렇다. 철저한 시장 조사 없이 무모하게 뛰어들었다가 엄청난 돈을 날리고 장사를 접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 “진행에 별 무리 없다”

이에대해 미래에셋 측은 해외 진출은 오래전부터 계속해서 추진해 오던 일이기 때문에 진행에는 별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M&A 여부도 해외 현지 사정에 맞게 진행하는 문제라고 전했다. 특히 캐나다 운영사 인수 움직임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인사이트펀드 같은 경우 고점에서 진행된 경우라 시장상황을 예측하지 못한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번 인수합병을 진행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미래에셋 관계자는 캐나다 운용사 인수에 대해서는 "대만의 경우 신규 인가가 어려운 현지 사정을 고려해 현지 운용사를 인수한 것이고, 캐나다 운용사의 경우 아직까지 정확하게 아는 바가 없다"이라며 "그렇지만 현지 상황에 따라 현지법인 설립과 M&A라는 투 트랙 전략을 병행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M&A에 따른 자금 충당 문제에 대해서는 “미래에셋운용만 연간 1천억원 이상의 이익을 낼 수 있고 유보금도 충분이 있어 인수합병에는 그렇게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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