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부는 복권열풍 그리고 꿈을 쫓는 사람들
다시부는 복권열풍 그리고 꿈을 쫓는 사람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금복권 520, 매월 500만원 20년 지급…매진사례 진풍경

연금복권 520, 매월 500만원 20년 지급…매진사례 진풍경
복권열풍 주역 로또 판매금액, 2010년 한해만 2조4316억원
복권구매자들, 로또 합법적인 도박으로 바라보는 의견 많아
복권구매 사행심 조장하면서도 중독증에 대한 우려도 있어

복권열풍이 다시 불기 시작했다. 연금복권 520이 나오면서부터다. 7월 6일 첫 추첨을 한 ‘연금복권 520’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달 1일부터 판매된 연금복권이 날개돋힌 듯 팔려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그만큼 사람들은 매월 500만원씩 20년에 걸쳐 당첨금을 받을 수 있는 연금식 복권의 확률과 안정적인 지급방식을 선호한 것이다.

로또 또한 마찬가지로 인기는 여전하다. 복권은 본래 공공자금을 모으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했다. 적당하기만 하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이미 복권은 그 취지를 잃어 허영을 불러일으키고 사행심을 조장하며 소비를 부추기는 수단으로 전락됐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연합복권주식회사에 따르면 '연금복권 520' 1회차는 추첨 하루 전인 4일 매진됐다. 630만 장이 모두 팔리면서 복권이 없어 못 구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인기를 끈 이유는 로또에 비해 낮은 세율과 연금식으로 지급되는 당첨금의 영향이 크다. 노후에 대한 준비가 미진한 탓에 실제 40, 50대 가장들의 복권 구입이 북새통을 이뤘다는 게 복권 판매업체의 설명이다.
당첨자가 사망할 경우 상속도 가능하며 세금도 일반 복권당첨금 33%보다 다소 낮은 22%다.

연금식 복권의 등장

1등 당첨자의 경우 매달 500만원씩(세제 후 약 390만원) 20년 동안 12억원을 분할지급 받는다. 1등 당첨확률은 로또보다 2배가량 높은 315만분의 1이다.

다소 일확천금으로 가정의 불화가 더 많았던 로또 전례와 달리 연금복권은 고정적인 수입처럼 들어옴에 따라 인기를 더하고 있다. 

한국연합복권주식회사측은 “2회차를 미리 팔아야 될 정도로 큰 인기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연금 방식의 복권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복권위원회측에서도  “여론조사 결과 연금식 복권에 대한 선호도가 로또식 복권에 비해 다소 높게 나타났다. 최근 노후 대책에 대한 높은 관심도가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연금복권 520가 최근 관심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복권의 인기를 최정점으로 누리고 있는 것은 ‘나눔로또’라고 할 수 있다. 오죽하면 대다수의 현대인이 쫓는 이런 달콤한 꿈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것이 로또라고 표현했을 정도일까.

2008년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는 로또 판매금액은 2010년 한 해에만 2조 4316억원에 이르고 있다. 2002년말 국내에 출범한 로또는 서민들 사이에서 열풍을 일으켰고 결국 전체 복권 판매액의 96.3%를 차지하게 됐다.

로또가 주는 '기대감'에 산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경제상황이 더 어려워진 서민들이 당첨금이 많은 로또에 거는 기대심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조사전문기관 트렌드모니터에서는 최근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로또 구매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로또 구매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혹시나 하는 기대(44.4%)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로또 구입 후 당첨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갖는 기대감이 주는 행복(19.5%)을 위해 구매한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로또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살펴본 결과, 로또를 합법적인 도박으로 바라보는 의견은 전체 56.6%에 이르렀다. 또한 절반가량(50.6%)은 로또 당첨을 예측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로또가 도박의 일종이라는 것에는 상당수가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종의 놀이(54.6%)로서 심리적인 위안을 받는다는(55%) 긍정적인 의견 역시 많은 것으로 나타나, 사행성 조장(40.5%) 논란에도 불구하고 로또를 통해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얻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로또 구매시 주변의 눈치를 보거나, 로또 구매자들이 한심해 보인다는 의견은 각각 14%와 16.5%로 매우 낮아, 로또 구매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편 기부행위로서의 로또 구매에 대해서는 17.3%만이 동의를 보여, ‘나눔로또’라는 본래 취지가 무색하게 ‘나눔’보다는 ‘로또’의 의미에 더 치중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10명 중 4명은 정기 구입

로또 구입자 10명 중 4명은 로또를 정기적으로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 구매 빈도는 매주 구입(59.8%), 주 1회 이상(17.3%), 월 2~3회(18.1%) 순서였다. 정기적인 로또 구입자의 대부분이 거의 매주 로또를 구매하는 것으로, 서민들이 6개 숫자에 거는 기대심리가 상당함을 반영한다. 로또 당첨 확률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46.2%가 꾸준히 구매하면 언젠가 행운이 찾아올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당첨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대답(28.2%)도 적지 않았지만, 절반 가량은 로또를 통해 대박을 꿈꾸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설문에 참여한 패널들에게 로또에 당첨될 경우의 당첨금 사용용도를 묻자, 주택 마련(33.8%)과 가계 빚 청산(29.3%) 등의 현실적인 목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는 현실에서 서민들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어려운 가계살림과 주택난 등 서민경제의 어두운 그림자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로또 당첨 후 현재 하는 일과 학업의 지속여부에 대해서는 전체 74.4%가 그대로 지속하겠다고 답변했다.

2010년 전체 복권 구매율은 전체 응답자의 88.7%로, 대부분 한 번쯤은 복권을 구매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복권 종류 별로는 ‘나눔로또 6/45’(92.3%, 중복응답), 즉석식 복권(21.5%), 스포츠토토(20.2%)의 순서로 구매 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또 구입은 대부분 금요일(70.4%, 중복응답)과 토요일(63.8%)에 이뤄졌으며, 편의점(33.4%)과 복권방(31.2%)에서 주로 구입하고 있었다. 월평균 구매 금액은 5,000~10,000원 미만(29.4%)인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 5,000원 미만(25.5%)과 10,000~20,000원 미만(21.7%) 등 소액구매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행심 유발시키는 복권

로또나 연금복권이나 복원은 익히 알려졌다시피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바로 사행심을 유발한다는 점 때문이다. 최고 당첨금 20억원인 복권은 매진사례고, 인터넷 복권 사이트도 과열을 빚고 있다. 몇십만원어치 복권을 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고 지갑에 복권 한 두장쯤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로또는 ‘인생역전’, ‘대박열풍’,‘돈이 최고’라는 사회 분위기 속에 여전히 서민들의 희망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복권당첨금이 높으면 최고 당첨금 마련을 위해 중ㆍ하위 당첨자는 적어질 수 밖에 없어 당첨확률은 3%미만으로 떨어진다. 또 복권이 범람하면서 복권을 통한 기금 모금액도 크게 떨어져 평균 20%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근면하게 일해 부를 축적하려는 의욕을 감퇴시켜 사회를 불건전하게 만든다는 것이 큰 문제다. 실제로 1천~2천원으로 최고 수천만원까지 탈 수 있게 만든 외국의 복권사이트에 빠져 하숙비나 등록금을 날리는 대학생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어느새부터인가 복권을 유통업체와 인터넷기업들이 경품이나 사은품으로 복권을 나눠주는 게 유행이 됐다. 과거엔 불건전해 보인다는 이유로 복권 제공을 꺼렸으나 요즘은 대량으로 구입해 길거리에서 행인들에게 나눠주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같이 복권 수요가 늘어나자 복권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터넷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국내에만 30여개의 복권전문 사이트가 성업중이며 일반 인터넷 사이트들도 복권과 유사한 코너를 만들어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복권시장은 시장규모에 비해 발행기관과 복권종류가 지나치게 많은 편이다. 주택은행과 과학문화재단 등 8개 기관에서 즉석식 8개, 추첨식 4개 등 모두 12종류를 발행한다. 이들 복권의 관리는 정부가 총괄하지만 발행과 판매는 외부 지정기관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복권은 나눔로또, 인쇄ㆍ전자복권은 한국연합복권이 수탁사업자이며 한국연합복권은 다시 엔젤로또와 에스지엔지(SG&G)ㆍ다우기술 등 3개 사업자(재수탁사업자)에 재위탁하고 있다.

스포츠 토토 유혹 만만찮아

이런 가운데 최근 스포츠 토토 판매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사행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스포츠 토토의 도박성을 극대화한 불법 인터넷 사이트도 기승을 부리고 있어 폐해가 심각한 실정이다.

로또는 철저히 운에 맡겨지는 게임인데 반해 스포츠 토토의 경우 구매자가 경기를 미리 분석·예측해 결과를 맞히는 방법을 채택함으로써 구매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스포츠토토 판매점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관리, 운영하고 있으며 초·중·고등학교 인근에는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1인당 10만원 구입금액 제한을 두고 판매하고 있다는게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설명이다.
하지만 구입금액 제한은 여러 상점을 들려 구매할 경우 10만원이 넘게 구입할 수 있다.실제로 스포츠 토토판매점들은 10만원이 넘게 구입을 해도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또한 스포츠 토토의 인기를 악용해 불법 인터넷 스포츠 토토 사이트들도 늘고 있다.

지난 3월 23일 충남지방경찰청은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리던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을 검거했다. 이들은 법망을 피해 해외에 연고를 둔 사이트를 개설하고 사람들을 모아 불법 스포츠 토토를 발권해 지난 1년여간 220억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인터넷 스포츠 토토의 경우 성인 인증이나 구입금액 제한이 없어 구매자들을 현혹했으며 운영자들은 40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충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건전한 체육진흥투표권 이용은 국내 스포츠의 발전으로 이어지지만 지나치면 삶을 병들게 할 수 있다”며 “특히 불법 스포츠 토토는 사행성, 도박성, 중독성 등이 더 심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권 둘러싼 두가지 시선

이처럼 복권은 사행심을 조장하면서도 중독증에 대한 우려도 높다. 한두번 사다보면 끊을 수가 없게 된다는 점이다. 계속 당첨이 안되면 본전생각 때문에 다시 사게 되고 당첨이 되면 계속 행운을 바라고 구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1등을 위해서만 수백장의 복권을 사다가 패가망신을 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권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해 계속에서 환상을 쫒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로또 1등이 됐다가 소유권을 두고 재판까지 가는 경우도 더러 발생하는 등 욕망을 자극하는 복권을 둘러싼 잡음은 다양하다.

또한 복권이 다수가 낸 돈으로 재원을 조성해 공공목적에 사용하자는 취지이지만 실제로 복권구입자들은 영세서민층이어서 당첨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저능력자가 실제로 강제기부하는 꼴이 된다는 것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제도적으로 한탕주의를 권장한다”며 “합리적인 다른 재원조성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제도권에서 발행하는 복권은 필요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고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정부에서복권 종류를 줄이고 1인당 구매한도액을 정해 국민들의 사행심을 조장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며 “특히 복권 발행을 규제할 수 있는 기구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복권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도 없지 않다. 사람들이 복권을 구입하면 이는 국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다. 정부는 복권 발행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막대한 재정수입을 확보하게 된다. 미국의 토머스 제퍼슨은 복권을 두고 '이상적인 재정수단'이라고 불렀을 정도다. 한국 사회에서 복권은 1990년대 초반까지 서민주택 건설, 올림픽 등 특정 목적 사업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톡톡히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