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홍준표, 친박계 유승민 전당대회서 1, 2위 차지
전당대회 이후, 여권 권력지형 요동치며 ‘신주류’ 등장
‘친 박근혜 지도부’ 구성, 당내 朴의 위상 점차 높아져
‘친박계 세 불리기 가속화’, 朴의 대권행보 빨라질 듯
7·4 전당대회는 한나라당의 신주류 탄생을 알리는 자리였다. 비주류에 속하는 홍준표 의원과 친박계 후보로 나선 유승민 의원이 1, 2위를 차지한 것. 또한 선출된 최고위원 대부분이 경선 마지막까지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구애를 멈추지 않는 등 7월, 첫 발을 뗀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에게 우호적인 이른바 ‘친 박근혜 지도부’가 이끌게 됐다.
한나라당이 7·4 전당대회에서 선택한 건 ‘여왕’이었다.
범 친박계 지도부 탄생!
당 대표로 선출된 이는 당내 비주류로 분류돼 온 홍준표 의원이었다. 홍 의원은 4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선거인단 투표와 여론조사 결과를 합쳐 4만1666표를 얻었다. 2위는 3만2157표를 얻어 홍 의원과 9509표 차로 2위를 기록한 친박계 유승민 의원에게 돌아갔다.
이러한 결과는 친박계의 지원으로 가능했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홍준표 신임 대표는 친박 중진들의 측면 지원을 받았으며, 유승민 최고위원은 아예 친박계 후보로 전당대회에 출마했기 때문이다. 1인2표제로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친박계가 한표를 유 최고위원에게, 다른 한표를 홍 대표에게 줬다는 것.
홍 대표가 최근 “지금은 박근혜 시대”라며 “나는 박 전 대표의 보완재이지 대체재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박 전 대표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 친박계 인사들에게 우호적인 인상을 심어줬다는 게 정가 관계자들의 견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당원과 국민들이 선택한 것이 ‘박근혜 전 대표’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유력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를 선택, 그와 가깝거나 그에 우호적인 인사들을 당의 중심축으로 세웠다는 것이다.
유 최고위원의 전당대회 성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유 최고위원은 전당대회에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그리 두드러진 인사가 아니었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인 그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도왔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경선 패배 후 정중동 행보를 보이면서 덩달아 자세를 낮춰야 했다.
유승민 2위, 이변
그의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은 전당대회 여론조사에서 9.5%의 지지율로 5위에 턱걸이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는 70%를 차지하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1위를 바짝 추격하는 2위를 차지, 상황을 반전시켰다. 예상 밖의 선전으로 종합순위 2위를 기록한 것. “나경원 의원과 3, 4위 다툼을 할 것 같다”던 유 의원 선거캠프의 예상마저 깬 놀라운 결과였다.
홍 대표와 유 최고위원 뿐 아니라 이번 7·4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최고위원 다수가 박 전 대표에게 우호적인 인사로 채워졌다. “유 최고위원은 물론이고 홍 대표까지 범 친박계가 만든 지도부”이며 “다섯명의 지도부가 모두 박 전 대표한테는 부정적이지 않은 사람들, 더 나아가서는 친박계의 핵심이거나 친박계의 지지를 받아서 당선 된 사람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이번 지도부는 박근혜 지도부”라는 게 한나라당 새 지도부에 대한 세간의 평이다.
여기에 앞서 선출된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까지 더하면 당 지도부 7명 중 최소 5명이 박 전 대표에 우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한나라당의 무게 추는 박 전 대표 쪽으로 기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월박 현상이 가속화되며 당 운영에서 박 전 대표가 차지하는 위상은 점차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견해다.
힘의 균형 ‘친이’에서 ‘친박’으로
홍 대표는 대표 수락연설에서 “박 전 대표 등 유력 대선주자를 보호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데다 다음날인 5일에도 “공정한 선거 관리가 이뤄지고 방해 공작만 없다면 현재로선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대통령후보가 되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할 정도로 ‘박근혜 대세로’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5일 “(당내) 힘의 균형이 친이 쪽에서 친박 쪽으로 넘어갔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라며 “이는 박 전 대표의 미래권력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당심을 확인한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정책 분야를 시작으로 서서히 대권행보를 시작했지만 전당대회를 통해 보다 확실한 답을 얻은 이상 머뭇거릴 까닭이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전당대회에서 친박계가 ‘웃은’ 반면 친이계가 ‘울었다’는 것도 박 전 대표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친이계의 몰락으로 김문수 경기도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이재오 특임장관, 정몽준 전 대표 등 친이계 차기 대선주자들이 입지가 불안해진 것. 이대로라면 홍 대표의 발언처럼 박 전 대표가 대선후보가 되는 것이 거의 ‘확실’할 정도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9월쯤 대선주자로서 보폭을 조금씩 넓혀갈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속도전 vs 신중론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박 전 대표가 ‘정중동 행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대세론’의 주인공들이 결국 대권을 잡지 못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좀 더 신중하게 대선에 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대선이후 차기 대권경쟁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며 여야 차기 대선주자들의 견제를 받아온 만큼 때 이른 ‘대세론’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것.
특히 내년 4월 총선 결과가 박 전 대표의 대권도전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중 한 인사는 “‘박근혜 지도부’ 탄생으로 박 전 대표의 책임이 굉장히 무거워 졌다”며 “이번 지도부가 잘못하면 그 부담은 다 박 대표에게 전이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와 가깝거나 그에게 우호적인 인사들로 꾸려진 지도부이니 4월 총선에서 패하면 박 전 대표도 역풍을 비껴가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유 최고위원은 7.4 전당대회 결과와 관련, “친박이 내게 표를 준 것은 사실이지만 ‘박근혜 체제’가 됐다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면서 “홍준표 대표 체제가 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