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면세점 입점 승리했으나 타 브랜드에 미운털?
에버랜드 급식사업, 경쟁회사 비방하다 공정위로부터 제재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각종 구설수에 올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의 딸인 이부진(41)씨는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사장 겸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으로 취임했다. 그런데 최근 이부진 사장의 행보가 심상찮다.
자신이 사장으로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위탁급식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경쟁업체를 깎아내리는 비교자료를 내 공정위원회의 제재를 받는가 하면 루이비통 면세점 입점을 두고 다른 명품브랜드의 심기를 건드려 신라면세점에서 철수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 사장이 사업전략에 있어 너무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역시 지난해 호텔신라 사장에 취임해 호텔사업은 올해 1분기에 매출액 4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 늘었으며 영업이익을 19억원 흑자로 돌리며 사업에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구찌 신라면세점에서 철수 왜?
하지만 최근 면세점 사업 부분에서 암초를 만났다. 루이비통 입점을 위해 다른 브랜드를 간과한 탓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이 사장은 승진과 동시에 롯데쇼핑 신영자 사장과 루이비통 면세점 입점을 두고 한판 대결을 펼쳤다.
이 사장과 신 사장 모두 평소 공항면세점에는 입점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루이비통의 인천공항 입점을 추진했다. 승리를 위해 이 사장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명당자리 입점과 함께 최저 수수료를 약속했다는 것. 이를 통해 이 사장은 면세점 업계 1위의 롯데와의 치열한 대결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루이비통 면세점 입점이 확정되자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루이비통을 잡기위해 이 사장이 루이비통에 제시한 조건이 파격적이라 다른 명품 브랜드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이후 명품 브랜드의 철수 소식이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 사장이 명품업체들 사이에서 미운털이 박힌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지난 6월 9일 구찌는 신라면세점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구찌는 인천공항 내 신라면세점에 들어선 점포 2곳을 모두 빼기로 결정하고, 롯데호텔과 손을 잡았다. 그 이유는 이 사장이 루이비통과 같이 매장 면적과 위치는 물론 수수료율도 지금보다 좋은 조건으로 바꿔달라는 요청을 거절한 탓이라고 알려졌다.
구찌에 이어 샤넬도 철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샤넬 역시 루이비통 입점이 확정된 직후 신라면세점에 매장 면적확대 및 수수료율 인하 등을 요구했지만 이를 거절당했기 때문이라는 것. 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9월 1일자로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에서 매장을 철수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호텔신라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샤넬 측의 어떠한 통보도 받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명품 브랜드를 대거 유치하며 호텔신라의 이미지를 고급화해 온 이 사장으로선 명품매장들의 잇따른 철수에 당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3년 넘게 공을 들여 루이비통 인천 공항 매장 유치엔 성공했지만, 다른 명품 브랜드들이 신라에 등을 돌리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호텔신라 관계자는 “구찌 철수는 롯데와 더 좋은 계약이 성립됐기 때문에 간 것이고, 샤넬에서는 어떠한 통보도 받지 않았다”며 “이런 사안을 이 사장의 사업 능력과 관계 짓기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신라호텔 증축 특혜 논란
이 사장에 대한 구설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신라호텔에서도 잡음이 생겼다. 자연경관지구인 서울 남산에 있는 신라호텔이 기존 면세점을 주차장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비즈니스급 호텔을 신축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신라호텔은 최근 서울 중구 장충동2가 202번지 일대 5만9156㎡에 관광호텔·면세점·주차장 등이 새로 들어설 수 있도록 건축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내용의 요청서를 중구청에 제출했다. 이 요청서에서 신라호텔은 “외국인 관광객의 지속적 증가에 따라 관광시설 확충이 필요한 상황에서 현 부지는 부대시설·주차장 등이 협소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기존의 관광숙박시설 증축을 위해 자연경관지구 내에 관광숙박시설의 건축허용과 건축물의 높이, 건폐율 완화를 위한 건축심의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남산은 자연경관지구로 지난 20여년간 관광숙박시설 건축이 불허돼 왔다. 기존의 관광숙박시설 역시 증축 및 신축은 불가능하고 일부 수리만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시 도시계획조례가 일부 개정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서울시의회가 지난해 6월30일 ‘자연경관지구 내 너비 25m 이상 도로변에 위치하는 지역에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아 관광숙박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조례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조례는 일반 주민들이 아닌 일부 재벌에만 유리하게 돼 있어 형평성에 어긋나는 데다 생태환경이 훼손된다는 점에서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신라호텔 바로 아래 위치한 신당2동 주택지역은 최고고도지구에 속해 높이 제한이 5층이라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소속 일부 시의원들은 지난 6월 7일 ‘자연경관지구 내 허용하는 관광숙박시설의 형태를 한옥형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해 현재까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공정위 삼성에버랜드에 시정명령
삼성에버랜드에서는 경쟁사 비방이라는 논란이 불거져 나왔다. 에버랜드가 위탁급식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경쟁업체를 깍아 내리는 비교자료를 만들었다는 것. 삼성에버랜드는 경쟁사인 아워홈의 신용, 위생, 급식서비스 품질 등이 자사의 것보다 불량하거나 불리한 것으로 오인될만한 비교자료를 만들어 고객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6월 2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삼성에버랜드의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LG그룹에서 분리된 아워홈(1위)과 삼성그룹 계열인 삼성에버랜드(2위)는 9조원 규모의 국내 위탁급식 시장 선두를 다투고 있다. 두 회사를 이끄는 구지은 전무와 이 사장은 고종사촌 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정위 조사결과 삼성에버랜드는 자신들의 신용등급이 AA라며 아워홈의 신용등급은 ‘無’라고 적시했다.
또한 삼성에버랜드는 자신의 최근 5년간 위생사고 건수를 0건으로 표기하고, 경쟁사는 '용인성지고 식중독 사고'라고 표기한 후 그와 관련된 신문기사를 인용했다. 하지만 경쟁사가 식중독을 야기했다는 인과관계가 불확실한 것으로 밝혀져 후속 기사가 나왔음에도, 과거 불리한 신문기사 내용만 발췌해 마치 경쟁사의 위탁급식으로 인해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오인하도록 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아울러, 자신들은 현장에서 손질하는 ‘생물 식자재’를 주로 이용해 ‘전처리 식자재’ 이용 비율이 10%인 반면 아워홈은 전처리 식자재 비율이 50% 수준이라고 표기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서 비교 적시한 내용의 출처가 불분명하고 객관적으로 인정된 내용이 아님에도 전처리 식자재의 급식품질이 매우 낮은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오인토록 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삼성에버랜드측은 “영업직원들이 매출을 위해 잘해보려다가 그러한 일이 벌어진 것 같다”며 “시정명령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게서는 “삼성에버랜드가 계약 수주과정에서 경쟁사에 대한 비방까지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 사장이 2010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공격적인 매출 확대를 추진해 왔기 때문”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이 사장의 지휘하는 경영현장 곳곳에서 잡음이 생기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이 사장의 경우 삼성그룹 후계구도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야 할 상황인데 이 같은 악재들은 분명 불안요소일 것”이라며 “앞으로 이 사장이 이 난관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