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후보 판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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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세론’ 맞설 ‘문재인 대망론’ 꿈틀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손학규·유시민 등 대선후보 제쳐  
문재인, 박근혜 꺾을 강력한 야권 대선후보로 급부상 
PK지역에서 총선 승리 시, 문재인 대선 출마 가시화  
문, “총선·대선 야권 승리 힘 쓸 것…야권 통합에 전념”

최근 야권에서 ‘문재인 대망론’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미미하다고 보기에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본인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 상황이다. 심지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야권 대선 후보로 꼽히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앞서기도 했다. 이른바 ‘박근혜 대세론’에 강력하게 맞설 수 있는 다크호스로 도약한 것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새로운 인물로 일약 떠오르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최근 박근혜 대세론과 관련해 “거품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힘을 보태겠다”고 밝혀 정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른바 ‘문재인 대망론’이 당사자로부터 서서히 불붙기 시작하는 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세론 허물기

지난 7월 19일 문재인 이사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에서 범야권이 승리하고 대선에서 통합 또는 그에 맞먹는 연합이 이뤄진다면 박근혜 대세론을 얼마든지 넘어설 수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이사장은 지난달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을 출간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야권의 대선주자로 문 이사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문 이사장은 “이대로 가면 박근혜 전 대표를 이길 수 없을 거란 걱정이 나 같은 사람까지 대안으로 논의하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문재인 이사장은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부산·경남(PK)을 꼽았다. 그는 PK지역(부산 18석, 경남 17석) 민심과 관련해 “한나라당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는 거의 사라졌다”며 “내년 총선 결과는 지금까지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후보로 직접 출마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출마까지 생각하고 있진 않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것이고 최선의 방법은 범야권 통합 또는 연합”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문재인 이사장은 ‘대선주자로 출마해야 한다’는 일부 여론에 “나 또한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를 이긴다고 나오는 건 아니잖나”며 “야권이 통합되면 단일후보를 찍겠다는 여론이 더 많지 않으므로 지금은 통합에만 전념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또한 문 이사장은 민주당 손학규 대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출신이라 조금 회의적으로 보는 분들도 없지 않은데 민주당에 온 지도 오래됐고 이명박 정부와 앞장서서 싸워온 분으로 자격이 충분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여론조사 지지율 2위

한편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은 탓인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최근 실시된 차기 대권 후보 여론 조사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제치고 야권 후보 중 1위를 차지해 파란을 일으켰다.

뉴시스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가 지난 7월 17일 공동으로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 설문조사 결과 문 이사장은 응답자 중 11.8%의 지지를 획득, 37.9%를 획득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 이어 2위에 오른 것이다.

손학규 대표는 문 이사장보다 0.6%포인트 뒤진 11.3%를 기록했다. 같은 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의 추이를 보면 문 이사장은 지난 6월 처음으로 대권주자에 이름을 올려 8.5%를 기록했다.

특히 문 이사장은 이번 여론조사에서 호남권 지지율이 폭등한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달 4.4%에 불과했던 것이 이번에 21.4%로 ‘비약’했다. 그의 호남권 지지율 상승폭은 같은 기간 손학규 대표의 하락폭(21.4%포인트, 전달 48.1%→이번 달 26.7%)과 엇비슷하다. 호남에서의 손 대표 지지세가 문 이사장 쪽으로 상당히 옮겨간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처럼 문 이사장이 한 달 사이 3.3%포인트 상승한 데 비해 손학규 대표의 지지율은 한 달 사이 5.2%포인트 떨어졌다. 손 대표의 지난달 대권주자 지지도는 16.5%였다. 손 대표의 뒤를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7.4%를 기록했고,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6.1%를 얻어 5위로 나타났다.

또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5.4%, 이회창 자유선진당 전 총재는 3.4%,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1.5%를 얻었다. 이 기관의 조사에서 한명숙 전 총리와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대권주자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여론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89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ARS) 방식의 무작위 임의걸기(RDD)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96%포인트였다.

호남서 지지율 급상승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문재인 이사장의 잠재력과 친노 계열 후보들이 문 이사장으로 단일화를 이뤘을 경우 만만치 않은 파급력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이 가장 두려워하는 후보는 바로 문재인 이사장’이라는 이야기가 돌기도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정계 전체가 문재인 이사장의 향후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문 이사장이 손 대표를 제친 여론조사 결과는 향후 야권의 대선 질서에 복잡한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문재인 이사장이 야권 대선 후보군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지만 당분간 전격적으로 앞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동안 문 이사장은 야권통합 역할론을 자처한 바 있어 야권 내 다양한 그룹을 묶어주는 물밑 중재역으로서 활동공간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문 이사장은 아직까지는 현실정치에 여전히 선을 긋고 있지만 기존 주자들의 주춤세가 이어진다면 이른바 ‘대망론’도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 주변의 관측이다. 최근 들어 부쩍 잦아진 문 이사장의 발언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야권의 핵심인사는 “여러 상황을 볼 때, 내년 PK총선에서 야권의 구심은 문재인 이사장이 맡게 될 것”이라며 “현재의 관심이 조금만 더 상승세를 탄다면 문 이사장이 PK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바람’과 충분히 맞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문 이사장이 자신에 대한 야권의 기대를 잘 알고 있고, 특히 PK총선에 대해서는 큰 부담감을 갖고 있다”며 “문 이사장이 이번에는 단순히 이름만 내거는 수준은 아니고 총선 자원 발굴이나 야권연대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망론’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문 이사장이 노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 ‘정치 참모’ 이미지에 머물러 있는 아직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후보라는 것이다.

“여권의 가장 두려운 상대”

과거와 달리 정치판에서 한발 비켜서 있다가 갑자기 대권 주자로 부상하는 데 거쳐야 할 시험대가 많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문 이사장은 정치적·정책적 내공을 쌓는 과정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고 스스로의 권력 의지가 아직은 많지 않아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안팎의 지적이 영향을 끼친 것일까. 문 이사장은 최근 정치 이슈에 대해서도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놓는 등 비교적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정계가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7월 20일 문재인 이사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기용이 가능하지만 권재진 법무장관 후보자는 법무장관으로서 부적합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이사장은 한 언론매체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나라 제도에서는 청와대 수석이나 정부부처 장관이나 전부 대통령의 참모적 입장에 있다”며 “청와대 수석이었기 때문에 장관이 돼선 안 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민정수석이라 하더라도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하는데 노력했다면 법무장관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권 후보자를 반대하는 민주당 입장과 배치되어 주목된다. 도리어 민정수석이나 법무부 장관 모두 대통령의 참모라는 점에서 문제없다는 한나라당의 입장에 가깝다.

하지만 문 이사장은 미묘한 여지를 남겼다. 권 후보자에 대해 “참여정부가 이룬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퇴행시키는데 책임 있는 장본인”이라며 “그런 면에서 법무장관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이사장은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2006년 8월 법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지만 한나라당의 반대로 입각이 좌절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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