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년이 넘는 역사, 9개의 백화점, 159곳의 국내외 할인점…. 한국 유통사를 창조한 신세계를 상징하는 숫자들이다. 그러나 분할 상장 2개월을 맞은 신세계와 이마트 표정은 확연히 갈렸다. 이마트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한 반면 신세계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이마트 없는 신세계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는 신세계의 최대 수익원이었고 분할상장으로 인하여 신세계가 시장 입지 및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타격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세계,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 나눠 2개 회사 분할
신세계 매출액 감소…신사업 진출 및 시장지배력 확보가 관건
일제 강점기인 지난 1930년 미스코시 경성지점으로 문을 연 신세계는 1963년 삼성그룹으로 편입되고 상호를 신세계로 변경하면서 한국 종합유통업계에 ‘최초의 역사’를 써 왔다. 국내 최초로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바겐세일을 시작했는가 하면 해외 브랜드 판매, PB브랜드 제작, 고객 모니터 제도, 자체개발상품(PL) 개발 등 수많은 혁신적인 마케팅을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1991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독립된 후 최초의 할인점 이마트를 선보인 신세계는 고속성장을 거듭했고 지난 5월 새로운 도약을 위한 대변신을 시도했다. 백화점과 할인점(이마트)을 나눈 기업분할이 바로 그것이다.
신세계 매출 부진 논란
지난 5월 1일 신세계는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을 나눠 2개 회사로 분할했다. 이마트가 독립법인으로 첫발을 내딛는 것은 1993년 11월 1호점 창동점을 오픈한 지 18년 만이였다. 백화점 부문은 기존 ㈜신세계로 존속하고 이마트 부문은 신설 법인 ㈜이마트가 됐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원톱체제에는 변화가 없었다. 신세계는 백화점과 할인점의 양대 채널을 중심으로 사업부문 전문성을 제고하고 핵심경쟁력을 강화해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할인점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 종합유통회사로, 신세계백화점은 브랜드컴퍼니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분할 이후 실적은 정 부회장의 예상과는 차이를 보였다. 신세계는 6월 매출액은 1131억원, 영업이익은 165억86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월보다 매출은 10.1%, 영업이익은 99.5% 감소한 수치다.
반면 이마트는 지난 6월 총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6% 오른 9804억원, 영업이익은 5.4% 늘어난 781억원을 달성했다.
주가도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지난 18일 신세계는 5500원(1.56%) 하락한 34만8000원, 이마트는 2만원(7.74%) 오른 27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영업이익 감소에 대해 신세계 측은 “이번 실적 공시는 양사 분할 이전인 지난해 6월 신세계만의 실적 공시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올해 5~6월 실적을 비교한 수치”로 실질적인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신세계는 “인적분할에 따라 올해 5월 자산부채 처분이익 3조529억원이 포함돼 지난달 장부상의 영업이익이 99.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실질적으로 전년 6월 대비 매출액은 10.5%, 영업이익은 25.6% 신장했다”고 말했다.
신규점포 출점 앞두고 있는데
분할 존속법인으로 새롭게 탄생한 신세계가 이마트 성장에 반해 하락세를 보인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시장지배력 약화를 이유로 꼽는다. 지난 1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현재 시장점유율이 20%로 롯데백화점 42%, 현대백화점 22%에 이어 3위에 머물고 있다.
국내 ‘백화점 삼국지’의 선두주자는 단연 롯데백화점으로 롯데는 현재 백화점 29개, 아울렛 4개, 영플라자 2개, 롯데몰 1개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매장수가 12개, 신세계백화점이 9개, 신세계첼시 아울렛이 2개인 점을 감안할 때 롯데백화점의 질주는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매출실적도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백화점, 영플라자, 아울렛에서 10조7천200억원을 벌어들이며 2~3위 업체를 두 배 이상 따돌렸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은 5조8천억원, 신세계백화점은 4조7천91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에서는 당분간 이마트가 신세계 보다 수익성과 주가 상승에서 유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모두 미래의 높은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만 최근까지도 이마트는 사업구조를 적극적으로 변신시키고 있고 해외시장에서의 가능성 역시 이마트에게 있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자 신세계는 이달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기업’으로의 탄생을 선포하며 2020년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박건현 신세계 대표와 임원들은 ‘2011 하반기 경영전략회’를 열고 2020년까지 점포수 17개, 매출 15조원, 영업이익 1조 5천억원의 목표를 달성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위해 신세계는 신규점포 출점과 신사업 진출 확대, 기존사업의 경쟁력강화, 신세계백화점 브랜드 가치제고를 비롯한 3대 추진전략을 내세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백화점은 동대구점, 의정부역사점의 출점을 앞두고 있으며 도심형 복합 쇼핑몰 사업으로 하남시에 백화점, 대형식품관,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구성된 복합 쇼핑단지를 개발할 예정이다”라며 “이를 계기로 시장지배력 확보와 함께 중장기적인 매출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