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현대건설 등 건설 3사에 매매계약이행청구 소송 제기 예정
건설3사 “사업성 없어 위약금 내고 계약 해지하는데 소송 웬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세종시에 민간아파트를 짓기 위해 용지를 분양받았다가 사업포기 의사를 밝힌 대형건설업체 3개사를 상대로 계약이행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 논란이 되고 있다.
사업포기의사를 밝힌 해당업체는 대림산업,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이들이 공급키로 했던 예정 물량은 총 4097가구에 달한다. 문제는 애초 7개 건설사가 수익성 문제로 다함께 포기의사를 밝혔지만, 롯데건설 등 4개 건설사들만 LH로부터 계약이행 촉구 대신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이 때문에 대림산업 등 3개 건설사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LH는 세종시 아파트 용지를 분양받고도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는 대림산업,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3개 건설사를 상대로 조만간 법원에 ‘매매계약이행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7월 19일 밝혔다.
반면 대림산업 등 3사는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을 지불할 뜻을 밝혔으며 이는 정당한 방식의 해약절차”라고 주장하고 있어 계약해지를 두고 팽팽한 대립구도를 띄고 있다.
대림 등 3사, “세종시 아파트 사업성 없다”
논란은 시작은 대림산업, 삼성물산, 현대건설은 세종시 성격 변경, 분양 성공성 등을 이유로 토지대금을 연체하며 용지가 15% 인하, 연체료 탕감을 LH에 요구하다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올 5월 초 사업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비롯됐다.
특히 이들 건설사들은 지난 4월 사업포기 의사를 밝힌 이후에도 땅값인하와 용적률 상향 조정 등을 요구하며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대림산업 등 3개 건설사들은 2007년 세종시 아파트 용지를 분양받아 중도금만 내고 분양대금을 연체한 상태다.
LH는 연체료 탕감과 주택 면적 조정 등을 협의안으로 내 놓았지만, 건설사의 요구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양측은 줄다리를 하다가 사업 추진이 계속 미뤄지게 됐다. 결국 대림산업 등 3사는 사업성을 이유로 사업 포기 의사를 밝혔고 LH는 이들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LH로서는 대림산업 등 3사가 현상공모를 통해 수의계약으로 용지를 받아놓고선 단순히 수익성을 핑계로 시공을 포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LH는 “대림산업 등 3사가 위약금을 지불한다고 해서 계약 해지가 되는 게 아니라 계약조건 중 중도금을 납부한 경우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요구로 계약 해지가 될 수 없다”며 “쌍방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LH “사회적 책임 져라”
LH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토지가 인하나 용적률 상향 조정은 형평성에 어긋난 요구”라며 “이들 건설업체들은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 분양 열기 등 지역 열풍이 일자 참여를 고려하는 분위기였지만 특혜를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소송은 당초 계약서를 통해 협의한대로 사업을 이행하라는 취지”라며 “법정다툼으로 끝까지 가기 보다는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LH 관계자는 “대형건설사들이 세종시에서 7000억원대 공공공사를 수주, 잇속을 챙겨놓고 사업성 없는 공사는 안한다는 방식은 인정할 수 없다”며 “건설사들이 수익성 제고를 떠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LH는 대림산업 등 3사와 달리 롯데건설, 두산건설, 금호산업, 효성 등 4사에 대해서는 지난달 계약해제를 통보했다. 이들 건설사들은 LH와 쌍방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4개사는 총 3043가구의 아파트 단지를 건설할 예정이었다. 나머지 극동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은 아파트를 짓기로 한 상태다.
계약해지를 한 롯데건설 관계자는 “사업성이 좋지 않아서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 LH가 계약이행을 촉구했다. 하지만 수익성 부분에서 힘들었던게 사실이었기 때문에 결국 LH가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왜 안해주나?
이때문에 대림산업 등 3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들 3사에 따르면 LH가 건설계획을 매번 바꾸면서 사업이 계속 지연돼 수익성이 불확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7개 건설사가 사업을 포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4개 건설사만 계약해지를 해주고 대림산업 등 3사는 계약해지를 해주지 않은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 이들 3개사의 주장이다. 특히 애초에 3사 역시 계약해지를 해주겠다고 관련 서류를 챙겨오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사업포기 의사를 밝힌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세종시 건설계획이 원안과 수정안, 다시 원안으로 바뀌면서 택지 공급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사업성이 없어 계약을 해지하고 그에 따른 위약금까지 내겠다는데도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민간 건설사는 3.3㎡당 850만원 선에서 분양가를 정해야 수익성이 나온다. 하지만 LH는 600만원대에 이미 분양을 해 사업 성공이 불투명하다는 게 이들 회사의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롯데건설, 두산건설, 금호산업, 효성 등 이미 계약을 해지한 4개 건설사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 없이 있다가 자신들에게만 계약을 이행하라고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세종시 아파트 사업 ‘삐거덕’
LH가 건설사를 상대로 택지를 분양한 후 사업 추진을 종용하며 소송을 강행한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 3사와 LH간 갈등이 계속 커져가면서 세종시 아파트 사업전체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또한 당초 계획했던 올해 중 분양도 어려울 전망이다. LH가 10개 건설사에게 맡긴 전체 용지 규모는 88만㎡(7466억여원)에 이르며, 주택 총 공급량은 1만2170호다. 그러나 4년 동안 사업의 절반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대우(17만9000㎡/2670가구)·포스코(8만8000㎡/1139가구)·극동건설(8만1000㎡/1221가구) 등을 제외한 7개 업체가 사업 참여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53만여㎡, 7100여가구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LH는 우선 지난달 최종 계약 해지 된 4개 업체분 용지 21만6000여㎡(3000여가구)와 추가 부지에 대한 재매각을 8월 중 진행할 계획이다.
LH 관계자는 “재매각 공고를 통해 새로운 업체에게 토지를 팔 계획”이라며 “매각 결과에 따라 LH 직접 개발 등 방안을 논의 할 방침이지만 현재로썬 재매각 이후의 확실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LH는 최근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의 분양 열기와 비즈니스과학벨트 등 호재로 인해 지역 주택 시장이 큰 관심을 끌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이때문에 재매각이 원활이 진행될 것이라는 게 LH의 예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건설경기 악화와 사업성 결여 등으로 재매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토지 공급가격이 비싸 다른 건설사들도 쉽게 뛰어들지 못할 것”이라며 “분양 열기로 인한 호재도 있지만 대형 건설사 3사와 법적공방도 예상돼 당분간 사업에 진통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