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넘은 외국인 혐오-반다문화 정서
도넘은 외국인 혐오-반다문화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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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벌레…” 꿈틀거리는 제노포비아, 한국도 예외 아니다?

외국인 거주자 130만명 시대, 인터넷선 외국인 혐오 글 수두룩
노르웨이 총기난사, 인종차별 이제 ‘남의 일 아냐’ 의견 늘어나
반다문화-외국인혐오단체, 온라인 넘어 오프라인서도 반대집회
“외국인, 열등한 타인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시민 인식 가져야”

7월 22일 노르웨이에서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32)이 다문화주의와 이슬람 이민자들을 비판하면서 여름 캠프에서 총기를 난사, 최소 76명을 살상한 사건이 일어나자 국내에서도 ‘외국인 혐오증’, ‘반다문화’ 정서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 그동안 외국인 범죄, 일자리 잠식을 이유로 다문화 정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노르웨이의 반 다문화 테러로 국내에 거주하는 타인종과 타종교에 대한 반감이 높아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결혼이나 취업을 위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거주자는 13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 11%에 달하는 노르웨이 이민자 비율에는 못 미치지만 이미 한국 인구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다문화가정도 늘어났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인터넷에서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 즉 외국인 혐오증(제노포비아, Xenophobia)을 나타내는 단체나 글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국내의 경우 다문화 반대 시민단체는 1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 카페의 경우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회원수를 자랑하는 다문화정책 반대 카페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에 대한 왜곡된 시선

일부 인터넷 카페의 모인 네티즌들은 조선족이나, 동남아시아, 중국 출신 외국인들이 저지른 범죄 사례를 열거하면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공공연히 드러내는가 하면, 근거 없는 비방을 쏟아내 외국인들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미 인터넷에서는 ‘대한민국을 XXXX XX들의 모임’, ‘XXXXXXX XXX에 의한 XXX 모임’ 등 온라인 카페와 시민단체 ‘XXXXXXX연대’ 등은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이 서민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한국 여성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논리를 펴면서 반다문화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이들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성범죄 등 강력범죄 사건 기사, 국적 취득을 목적으로 한국 남성과 결혼한 후 집을 나간 결혼 이민자들의 사례 등이 소개돼 있다. 또 외국인 근로자들에 의한 피해 사례를 접수해 출입국관리소와 경찰 등의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처럼 반다문화-외국인 혐오는 그들을 지칭하는 단어에서도 잘 드러난다. 파퀴벌레(파키스타인), 방구(방글라데시인), 짜장(중국인) 등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비하하는 표현이 인터넷 등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XXXXX인들은 무리를 지어 한국여성들을 희롱한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을 올려 외국인을 싸잡아 범죄자 취급하기도 했다.

특히 노르웨이 연쇄 테러 사건이 일어난 직후 인터넷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극단적인 갈등요소가 터져나올 것이라고 지적하는 글들도 올라오는 실정이다.

이와관련 한 네티즌은 한 사이트 게시판에 “우리나라도 다문화정책 외국인 인구들 늘어나면 저꼬라지 된다. 우리나라에서 안터지라는 법이 있나? 자꾸 유입이 된다면 우리나라도 노르웨이 사태처럼 터질 수 있다”며 “다문화 좋아하고 외국인 유입이 계속되면서 국내인을 차별하면 얼마든지 인종청소 극우파 탄생을 제공한다”고 왜곡된 시선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한국 공사장은 중국 공산당의 물밑 지원을 받는 조선족과 중국인 조폭들이 장악했다. 한국은 외국인들의 식민지 상태다”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반다문화단체, 다문화 정책 중단 역설

대체로 이번 테러 자체를 옹호하지는 않지만, 다문화가 앞으로 더 확산되면 이런 극단적인 사건이 국내에서도 일어날 소지가 있고 그런 만큼 현재의 다문화정책을 중단해야 한다는 게 이 카페에 올라온 글들의 요지다.

실제로 이런 주장들은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졌다. 일부 반다문화 단체 회원들은 지난 1월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관을 찾아가 재한 방글라데시인에 대한 범죄 예방 교육 및 엄격한 처벌과 관리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4월에는 일부 단체들이 다문화 관련 법안을 발의한 한 국회의원 사무실을 방문해 법안 폐기를 요구하기도 했다.

인종, 종교 피부색 등을 이유로 차별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사례가 최근 5년 사이 2배로 증가한 것도 유의깊게 지켜볼 대목이다.

7월 26일 인원위가 제시한 사례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인 A씨는 지난 2007년 5월 이태원 한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하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종업원이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고 신분증을 보여주자 “아프리카인은 받지 않는다”고 나가줄 것이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또한 한 대학의 교환 교수로 와 있던 인도인 B씨는 지난 2009년 7월 버스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한국 남성으로부터 “냄새가 난다”는 등의 모욕적인 말을 듣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관이 한국 남성에게는 존대를 하지만 B씨에게는 반말투로 자신의 직업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등 하대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방글라데시에서 이주해 온 C씨는 한국인들의 인터넷 악플로 받은 상처를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해 3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C씨는 한국 생활에서 겪는 불편함을 묻는 질문에 “부모님을 한국으로 모셔오고 싶은데 비자 발급 절차가 복잡하다고 의견을 올렸다가 혼쭐이 났다”며 “가난한 나라에서 왔으면서 어디 불만을 토로하느냐. 방글라데시로 돌아가라”는 내용의 답변을 들어다고 한다. 이에 C씨는 며칠 동안 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눈물만 흘렸다. 그 뒤로는 한국에서 불평불만을 말하기가 두려워졌다고 한다.

인권위에 따르면 2001년 11월 이후 지난 5월까지 인종을 이유로 차별을 받아다며 제기된 진정 사건은 50건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진정 건수는 2009년과 지난해 각각 22건과 12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인종이나 출신국가, 민족, 종교, 피부색 등 ‘다문화적 요소’를 이유로 제기된 차별 사례는 모두 합하면 2005년 32건에서 지난해에는 64건으로 늘었다.

더불어 진정 사례별로는 출신 국가 때문에 차별받았다는 진정은 213건으로 가장 많았다. 2007년에는 37건, 2006년과 2008년에는 각각 28건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27건이었다.

이밖에 종교 차별을 받았다는 진정은 2007년과 2008년 각각 12건으로 집계됐다. 2009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18건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권위는 지난해 10월 한달 동안 인터넷 공개 블로그, 이미지, 댓글, 동영상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 모두 210건의 인종차별 사례를 수집했다고 5월 9일 밝혔다.

늘어나는 외국인혐오 의견들
 
혼혈인의 증가를 막기 위해 국제결혼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등의 순혈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표현이나 특정 국가 출신 외국인을 테러리즘과 연결해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시키는 내용 등이 특히 많았다. 인종차별로 지적된 사례 가운데는 지상파 방송에서 얼굴 생김새나 피부색 등을 이유로 특정 지역 외국인을 비하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가수 XX의 외모를 빗대 ‘동남아 스타일’이라고 하거나 영화배우 XXX의 머리 모양을 두고 ‘동남아 마약 판매상’이라는 자막을 쓴 것이 인터넷상에 그대로 올라와 있다. 한 인터넷 매체는 한 방송 출연자가 피부를 그을린 뒤 자신의 미니홈피에 “저 아프리카 흑인 아닙니다”라고 올린 글을 그대로 제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법무부 장관에게 외국인 관련 정책을 수립할 때 인터넷상의 인종차별적 표현을 개선하는 방안을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 또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사회 의장에게는 인터넷상으로 인종차별을 하거나 이를 조장하는 표현물이 유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문화적 다양성과 인종 간의 이해 증진을 위한 정부의 정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민간영역에서도 인터넷 포털사들이 인종차별적 표현물을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2007년 민족 단일성을 강조하는 것이 서로 다른 민족 간의 이해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우리 정부에 대해 교육·문화·정보 등의 분야에서 이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동남아 출신 외국인 더 차별받아

특히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외국인혐오-반다문화단체들이 가장 많이 차별하는 대상은 바로 동남아 출신 외국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최근 동남아시아 출신 외국인들이 국내 3D 산업에서 많이 종사함에 따라 국내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편견과 범죄 발생빈도도 높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이와관련 서울에 사는 동남아 출신 외국인 4명 중 1명은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출신보다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 동남아시아 출신 외국인데 대한 편견이 도를 넘었다는 것을 시사했다.

지난 1월 18일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최근 서울 거주 외국인 33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동남아 출신은 25.9%로 나타났다. 중국, 대만 등 동북아 출신 중에서 차별을 경험했다는 외국인도 20.5%나 됐다.

이에 비해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OECD 가입국 출신은 8.2%만이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해, 동남아 출신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전체 응답자들이 차별을 경험한 분야는 취업이나 생업 유지 등 경제활동이 32.7%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공공행정서비스 7.2%, 주거지 선택 6.9%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OECD 가입국 출신 외국인은 차별을 겪은 분야로 금융서비스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동·서남아시아권 외국인은 주거 부문에서, 동북아시아권 출신은 의료 분야에서 차별을 느낀 경우가 많았다고 답했다.

서울시민으로서의 소속감을 묻는 질문에는 전체의 29.7%가 ‘어느 정도 그렇다’고 답해 가장 많았으나,
‘별로 그렇지 않다’가 21.9%, ‘전혀 그렇지 않다’가 13.8%에 달하는 등 부정적 반응도 적지 않았다. ‘보통’은 20.1%였다.

서울에서 모국 문화가 존중받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전체의 38.4%가 ‘보통’이라고 답했으며, ‘어느 정도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가 각각 29.7%와 9.3%로 부정적 반응보다 많았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이르면 2016년, 늦어도 2029년에는 서울 거주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시는 이들과 후손의 정착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노르웨이 사건과 같이 불특정 외국인이나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대상하는 하는 범죄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직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처우가 내국인보다 좋은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이른바 증오범죄에까지는 미치지 못했다는 게 일각의 분석이다.

국내 외국인 테러는 시기상조?

또한 노르웨이와 같은 테러가 일어나려면 외국인 수가 상당한 정도에 도달해야 하고 한국 관습이 외국인들에 의해 위협받아야만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들을 적대시하는 문화적 전통이 없기 때문에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또한 등록 및 허가제를 통해 총포류에 대한 관리가 선진국 가운데서도 잘 되고 있으며 경찰 행정력이 남다른 우리나라에서는 한동안 노르웨이 테러같은 사태가 일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언제든지 외국인혐오-반다문화를 지지하거나 추종하는 사람들에 의한 외국인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슬람교와 기독교간의 갈등같이 종교적인 문제도 존재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충돌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맥락에서 이민자에 대한 포용과 관련 제도 정비를 주문했다. 외국인지원 한 시민단체는 “다문화 관련 정책 업무가 여러 부처에 나뉘어져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이 때문에 이민자들의 적응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다문화 정책을 총괄할 기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외국인지원 단체에서는 “우리의 필요에 의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내로 들어온 만큼 기본권과 법적 지위 보장 등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하는 것이 기초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한 전문가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막고 사회 정책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공존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노르웨이 사태를 지적하며 우리도 문화적 갈등이나 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노르웨이 사건 반면교사 삼아야"

한 전문가는 “이제는 노르웨이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서 앞으로 우리나라에 다문화 외국인 정책을 준비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며 “다문화가족, 외국인이 열등한 타인종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시민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정부는 외국인혐오나 반다문화와 관련된 대책은 없는 상태다. 그나마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지원사업 전체 예산은 2008년 285억원이었던 것이 2011년에는 941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세부적으로는 ▷여성부 576억원 ▷복지부 116억원 ▷교과부 108억원 등 8개 부처에서 35개 사업을 추진중이다. 이중 다문화 가족 언어ㆍ교육 지원(337억원, 여성부), 다문화가족 지원센터 운영(129억원, 여성부), 보육료 지원(116억원, 복지부)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이밖에 맞춤형 교육, 다문화정책 홍보, 생활체육 지원, 지역 순회공연, 폭력피해 이주여성 지원 등 30여개 사업이 시행중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업들이 결혼 이민자의 초기 사회적응 분야에 편중돼 최근 제기되는 다양한 사회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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