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계열분리 수순 밟나
롯데, 계열분리 수순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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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자 사장, 홀로서기 진행 중?

최근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맏딸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 잇따라 계열사 주식을 취득하는 한편 영화관 매점 사업에 진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극장 매점 사업체가 두 곳이나 존재하는 롯데그룹 내에서 신 사장이 또 다시 매점 사업을 벌이는 점을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신 사장이 계열분리 수순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신 사장은 지난해부터 딸들과 함께 대형 스파 사업과 수입 식품업체 사업 등에 뛰어들며 독자적인 영토 확장에 나선 모양새다. 특히 신 사장은 롯데쇼핑 성장의 일등공신으로 꼽히고 있으며 경영능력 역시 인정받은 상태이다. 이를 바탕으로 신 사장이 일부 계열사를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롯데그룹 후계구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신 사장의 행보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롯데 차남인 신동빈, 일본롯데 장남 신동주 맡는 구도
신영자, 유통 및 패션 등에서 입지 굳히며 계열분리 변수로
자녀들과 함께 대형 스파 및 수입 식품업체 등 신규 사업 진출 
“경영능력 인정받고 계열분리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 관측

롯데그룹은 올해 초 신동빈 회장이 한국롯데 회장직에 오르면서 후계구도 승계 문제를 어느 정도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롯데는 둘째 아들인 신동빈 회장이, 일본롯데는 첫째아들인 신동주 부회장이 맡아 경영하는 구도로 일단락 된 상황이다. 반면 관심거리는 신영자 사장과 신유미씨 등 자매의 몫이었다.

롯데가 딸들의 행보

사실 신 사장과 신유미씨는 그간 롯데 후계구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신유미씨가 롯데호텔 고문직을 맡으며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하고, 롯데의 비상장계열사 지분취득에도 나서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또 신 사장이 그룹내 유통 및 패션분야에서 자신의 입지를 넓히면서, 롯데 후계구도가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롯데 후계구도의 최대 변수는 신 사장과 신유미씨의 게열분리”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때마침 최근 신 사장이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주요 계열사 주식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물론 자녀들과 함께 알짜배기 사업에도 발벗고 나서며 자신의 영역을 키워나가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신 사장이 계열분리를 위한 정지 작업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알짜사업’ 확보에 나서나

공정거래위원회와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날 롯데그룹에 영화관 매점사업을 영위하는 ‘시네마 푸드’가 계열사로 신규 편입됐다. 시네마 푸드는 지난 5월 자본금 9억9000만원에 설립된 회사로 신영자 사장이 이 회사에 38.2% 최대주주로 올라와 있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관계자는 “시네마 푸드는 서울· 경기권을 제외한 롯데시네마 매점사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네마 푸드는 신 총괄회장과 특수관계인인 신영자 사장이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계열사로 편입 된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네마 푸드의 롯데그룹 계열사 편입 소식은 재계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미 롯데시네마에는 신 사장이 운영하고 있는 ‘시네마통상’과 롯데그룹 비계열 특수 관계회사인 ‘유원실업’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시네마통상의 최대주주는 신영자 사장으로 28.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신 사장의 자녀들인 장혜선 (7.6%), 장선윤 (5.7%), 장정안 (5.7%) 등이 나머지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신 사장의 가족회사이다.

유원실업은 신 총괄회장의 셋째부인 서미경 씨 모녀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회사로 서울과 수도권의 롯데시네마 매점 수입을 담당하고 있다. ‘시네마통상’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롯데시네마의 매점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신영자 사장은 ‘시네마 통상’을 통해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매점사업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또 다른 법인을 설립해 영화관 매점 사업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시네마 사업부의 매출 중 매점사업이 가져다주는 수익이 상당하기 때문에 신 사장이 사업 강화 차원에서 시네마 푸드를 설립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국내 영화관 내 매점사업은 통상 관객 한 명당 1000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알짜배기 사업이다. 지난해 ‘시네마통상’의 매출만 해도 관객수 약 2500만명 대비 200억원의 순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사업 진출

한편 신 사장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신 사장이 향후 있을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일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룹의 대권은 이미 동생에게 넘어갔지만 그 외 사업 중 돈이 되는 것이라면 하나라도 더 신 사장의 품안에 가지고 있을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시네마 푸드의 사업목적도 단순한 매점 사업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시네마푸드의 사업목적을 살펴보면, 음식점 및 인스턴트 식품제조판매업, 관광레저스포츠업, 부동산투자매매임대업, 상가빌딩 건설 분양임대업, 유가증권매매투자 및 투자컨설팅업, 도소매업 및 잡화 판매업 등 유통과 부동산, 투자 컨설팅 사업 등 광범위하다.

또 시네마통상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고창범씨가 시네마푸드 대표이사를 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신 사장이 두 회사간의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사업을 펼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신영자 사장은 본인은 물론 자녀들을 이끌고 물류와 엔터테인먼트 및 패션 사업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우선 신 사장 일가는 지난해 글로벌기업인 P&G사와 SK-Ⅱ 로드숍 판권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로드숍을 운영할 화장품 수입유통업체인 ‘에스앤에스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또 올해 초 신 사장은 명품 유통업체인 비엔에프통상(B&F)과 함께 서울시 신사동 도산공원 앞에 5층 규모의 ‘부띠끄 스파’라는 대형 스파를 오픈했다. 이 시설은 상표권 사용을 위한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독자적인 권한을 갖고 운영되고 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스파시설로 알려졌다.

영토 확장하나

이 사업은 신 사장의 장남인 장재영씨가 100% 지분을 가진 B&F통상을 통해 추진된 것으로 지난 1994년 설립된 비앤에프통상은 에스카다, 폴스미스, 토드, 아르마니, 베르사체, 펜디 등 명품의 국내 면세점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또 지난 2001년부터 SK-Ⅱ의 국내 면세점 유통을 맡아왔으며 연간 매출이 380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B&F통상에는 신 사장의 세 딸도 등기임원으로 올라와 있다.

 신 사장의 차녀인 장선윤씨는 올해 초 자본금 5억원을 투입해 제빵 제조를 주로 하는 식품업체인 블리스라는 중소기업을 설립했고 이 회사 역시 롯데그룹 계열사로 추가됐다. 장 대표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블리스는 과자 빵류 제조업, 음료 도소매, 식료품 수출입, 와인 수입, 조리서비스 등 사업을 하는 식품업체로, 21일 서울 소공동 본사 지하1층 식품관에 ‘포숑’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데 이어 다음 달까지 전국 롯데백화점에 12개 점포를 단계적으로 오픈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관계자는 “‘시네마푸드’,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 ‘블리스’ 등 신영자 사장 일가에서 자체적으로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그룹 사업과는 무관하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신 사장 일가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신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두고 롯데그룹 분할 구도를 염두에 둔 신 사장이 홀로서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 재계안팎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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