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업계 딸들의 전쟁 <막후>
광고업계 딸들의 전쟁 <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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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루머’에 ‘이노션’이 뿔난 사연

국내 광고업계 1위는 제일기획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둘째딸인 이서현 부사장이 이끌고 있는 제일기획은 1973년 설립 이래 업계 부동의 1등자리를 고수해왔다. 이런 제일기획을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것은 이노션월드와일드(이하 이노션)이다. 이노션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 고문이 실질적인 오너로 있는 곳으로, 지난 2005년 설립된 이후 매년 50~60% 고속성장 행진을 벌이며 설립 3년 만인 2008년부터 국내 2위 광고회사 자리를 굳혔다. 현대자동차가 국내외에서 약진한 2009년엔 전년 대비 105% 성장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09년 11월에는 삼성전자의 TV광고를 제일기획이 아닌 이노션이 대행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두 업체의 경쟁은 국내 1,2위 재벌가 딸들의 경쟁이라는 점에서도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최근 증권가에서 이노션이 상장이 임박했다는 루머가 나돌면서 다시 광고업계의 관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상장 소문 사실 아냐” 루머 일축

이노션월드와이드가 최근 상장이 임박했다는 시장의 루머에 대해 회사측은 이를 일축했다. 이노션 관계자는 “이노션 상장 추진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이노션측의 이러한 반응에도 불구, 상장관련 논의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광고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제일기획과 3위인 HS애드가 상장된 상황에서 2위 업체인 이노션만 상장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에선 최근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문제 등 인하우스에이전시에 대한 문제점들이 대두되고 있어 이러한 점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상장의 필요성이 있다는 시각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이노션 매출액 기준, 현대기아차로부터 나온 물량은 48%에 이른다. 실제로 이노션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글로비스, HMC투자증권 등 현대차그룹 42개 모든 계열사의 국내외 광고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이노션이 지난 2005년 설립된 이후 3년만에 업계 2위 자리를 넘볼 만큼 급격하게 성장한 데에는 현대차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성이, 지분 40% 소유
 
그러나 이노션의 경우 대주주로 있는 정성이 고문이 지분의 40%를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20%,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회장이 40%를 소유하는 등 오너가의 지분 문제가 민감하게 얽혀있는 만큼, 섣부르게 상장을 시도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2011년 하반기 광고시장은 청신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종합편성채널이 이르면 올해 말부터 방송을 시작하고 민영 미디어랩 도입도 하반기에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지상파의 중간광고 허용도 추진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하반기 광고시장 경쟁도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광고업계 1,2위인 제일기획과 이노션의 불꽃경쟁이 어떻게 펼쳐질지도 세간의 관심거리다. 올해 초 광고업계 1위 자리를 두고 한차례 신경전을 벌였던 두 기업의 배경에 삼성가와 현대가의 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반기 광고업계 전쟁 치열

제일기획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부사장이 선봉에 서 있다. 미국 뉴욕의 패션전문학교 파슨즈 출신인 이서현 부사장은 지난 2009년 제일기획 부사장으로 취임했다. 제일기획은 이 부사장 합류 이후 실적과 대외 인지도가 상승하는 등 ‘이서현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최근 제일기획은 한국 업체 최초로 '2011년 칸 국제광고제'에서 미디어 부문 그랑프리(대상)와 금상 4개(미디어 부문 1, 다이렉트 부문 2, 아웃도어 부문 1) 등 총 5개의 본상을 수상하며 역대 최대의 성과를 거뒀다. 이 부사장 취임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도 크게 늘었는데 작년 제일기획 매출은 6천146억원으로 전년 5천402억원에 비해 13%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84억원 늘어난 558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부사장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평창올림픽위원회 행사 등에 직접 나서며 마케팅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션은 정몽구 현대 기아차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 고문이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직함은 고문이고 전문경영인을 두고 있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정 고문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하는 등 실질적인 오너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실제 정 고문은 이노션 창립 당시 박재범 전 대표와 제일기획 연구소 소장을 지낸 박재항 마케팅 본부장을 직접 영입하며 회사의 큰 틀을 직접 짰다. 그는 현대기아차의 신차 발표회와 같은 그룹의 큰 행사는 물론 국외 모터쇼에 참석하는 등 이노션의 마케팅과 광고에 참여하며 업계 1위인 제일기획을 바짝 뒤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말부터 종합편성 채널의 사업 참여, 민영미디어랩 등으로 광고업계는 큰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광고시장이 제일기획, 이노션의 양강체제로 굳어질지, 중소형 광고업체들이 새로운 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 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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