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홍준표 ‘밀월’ 적신호
박근혜-홍준표 ‘밀월’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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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총선 공천문제 놓고 갈등 가시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 사이에 파열음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7·4 전당대회를 통해 가까운 거리감을 확인한 사이지만 총선 공천과 관련, 신경전에 불꽃이 튀기 시작한 것. 공천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언급이 홍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등 불붙기 시작한 공천 전쟁은 한나라당의 내홍을 예고하고 있다.

정치권에 정석처럼 떠도는 말이 있다. ‘영원한 적군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이 최근 한나라당에서 새삼 재확인되고 있다.

어제는 ‘아군’이었지만

한나라당의 ‘당권’을 쥔 홍준표 대표와 ‘대권’에 다가서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는 ‘우호적 관계’로 분류돼왔다. 지난 7.4 전당대회에서 홍 대표가 “박 전 대표의 방패막이를 하겠다”며 보완재 역할을 강조, 친박계의 지지를 받으며 당권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친박계의 지지를 받은 유승민 최고위원이 당 지도부에 입성하며 홍 대표와 박 전 대표가 차기 대선까지 밀월관계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홍 대표는 내년 총선, 대선을 치르기 위해 친박계, 특히 박 전 대표의 지원사격이 절실한 상황이고 박 전 대표도 홍 대표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가며 당 안팎에서 활동반경을 넓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 조용히 갈등의 불꽃이 튀고 있다. 내년 총선과 관련, 공천 칼날을 누가 쥘 것인가, 주도권 다툼이 시작된 것이다.

사무총장 인선과정에서 나타난 홍 대표와 유 최고위원 간 날카로운 신경전도 이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7월10일 당 핵심지도부 워크숍에서는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트 사무총장’을 두고 홍 대표가 자신의 측근인 김정권 의원을 밀자 유 최고위원을 비롯한 일부 지도부가 반발하고 나서면서 벌어진 일이다.

유 최고위원은 다음날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 “사무총장 인선만큼은 캠프를 떠나 탕평인사를 해달라는 원칙만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홍 대표의 경선캠프 출신인 김 의원의 사무총장행에 반기를 들었다.

당직 인선, 갈등
 
그는 “사무총장은 공천실무를 장악하는 공천시스템 핵심이어서 측근은 안 된다고 생각 한다”며 “캠프출신 측근 인사를 기용한다면 공천이 공정히 이뤄질까 저 뿐 아닌 많은 분들이 불안하게 생각하고 불신 한다. 새로운 계파가 만들어지고 줄 세우기가 있을 건 뻔한 것이다. 공정히 해달라는 요구가 무리하다고 생각 않는다”고 강조했다.

유 최고위원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친박계에 대한 친이계의 ‘공천 학살’이라는 호된 기억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는 또한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박 전 대표의 19대 총선 선대위원장 여부에 대해서도 “무리한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유 최고위원은 “당이 지금껏 해 온대로 하면 박 전 대표가 아닌 누가 나와도 잘 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당 지도부가 책임을 느끼고 인사-공천을 공정히 하면서 정책 변화를 보일 때 국민이 지지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인사들은 “내년 총선은 ‘대선 전초전’으로 펼쳐진다는 점에서 대선주자들에게도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라며 “이 점을 활용, 자칫 한나라당이 박 전 대표만 선대위원장으로 내세워 총선을 지원케 하고, 친박계는 잘라낼 수 있다는 불안한 관측이 이미 한번 공천 학살을 경험한 친박계에 ‘악몽’처럼 떨쳐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7월12일 홍 대표가 당직 인선과정에서 논란이 돼왔던 김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하며 내년 총선 공천권은 홍 대표의 양선에 쥐어지게 됐다.

공천 충돌, 불가피?

이에 당 일각에서는 “홍준표식 사당화의 첫단추가 끼어진 것”이라며 “편파적인 공천권 행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관측의 연장선상에서 “당내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홍 대표가 공천권을 두 손에 쥐고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이상 이를 둘러싼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은근슬쩍 홍 대표에 대한 견제구를 날리는 것으로 주의를 상기시켰다. 지난 7월19일 내년 총선에서 대구 달성 출마를 선언하며 지원유세에 대한 질문에 “공천을 얼마나 투명하게 국민이 인정할 정도로 잘 하느냐, 열심히 준비하고 진정성 있게 노력하느냐가 지금은 중요하고 거기에 몰두해야 한다”며 공천 얘기를 꺼내든 것.

그는 “만약 그게(투명한 공천 등) 전제돼 있지 않다면 우리가 어떻게 국민 앞에 얼굴을 들고 나가 잘하겠다는 말을 하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지금은 지원유세가 어떻고,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라며 “열심히 국민들에게 인정받는 정책적인 노력, 공천을 투명하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노력에 대해 국민이 고개를 끄덕이고 인정할 때 지지를 호소할 수 있지, 그게 전제가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국민에게 뭐라고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겠나”라며 다시 한 번 공천에 대한 부분을 언급했다. 
 
내일은 ‘적군’될 수도

박 전 대표와 홍 대표간 은근한 신경전은 홍 대표가 7월22일 당사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오늘부터 날짜를 계산해 보니 총선은 265일 남았고 대선은 517일이 남았다. 총선과 대선의 승리를 위해 우린 하나가 돼야 한다”며 “과거 친이와 친박이란 낡은 옷은 벗어버리고 지금부터 한나라당 유니폼을 입고 전부 새 출발을 해야 한다”고 당내 화합을 강조하면서 진정되는 분위기다.

유 최고위원도 “야당과 당당하게 정책경쟁을 하고 치열한 현장 활동을 벌어야 한다. 저부터 국민이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서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드리는 정책을 집행하도록 노력하겠다”는 홍 대표의 말에 “이번 여름과 가을에 현장에서 듣는 국민의 고통에서부터 한나라당의 노선과 정책 변화를 당이 꼭 이뤘으면 좋겠다”며 “그런 일을 하는데 대표 말대로 친이 친박 구분 없이 제 자신부터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임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그러나 지금까지 박 전 대표와 홍 대표의 신경전은 ‘혹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우려의 불꽃에 불과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총선이 다가오고 공천에 대한 부분이 수면위로 떠오르게 되면 언제든 다시, 더 큰 파장을 일으킬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며 “지금의 갈등은 이러한 일의 복선에 불과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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