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서 생활비와 학비 벌기 위해 한다는 대학생 절반이상
인기있던 과외-편의점 알바 대신 손쉽게 돈 벌자는 인식 커져
‘보이스피싱 알바, 성매매 알바’ 하다가 결국 쇠고랑 차기도 해
값비싼 등록금 문제, 대안은 정부차원 대책과 등록금 낮추는 것
비싼 등록금과 치솟는 생활비 탓에 언제부터인가 ‘돈만 되면 뭐든 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예전에는 대학생 아르바이트(알바) 하면 뭐니해도 ‘과외’가 최고였고, 혹독한 사회 체험을 위한 막노동도 선호대상이었다. 이외에도 학원이나 게임방, 마트, 제과점 등에서 시급을 받고 일하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매년 등록금이 올라 학업을 잇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데다 생활비 감당도 버거워지자, 학생 신분에 어울리지 않은 고액의 돈을 받는 위험한 알바를 하기 시작했다. 특히 탈선을 넘어 불법적인 ‘막장알바’도 성행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들이 막장알바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바로 일반알바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편의점 같은 경우 기껏해야 많으면 80만원 정도다. 심지어는 최저임금보다 적기 때문에 편법적인 알바의 유혹에 넘어간다. 이 돈으로 방학동안 한학기 등록금을 마련하기는 힘들다. 더욱이 최저임금 이하로 주는 데도 많아 대학생들은 좀 더 손쉽게 더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알바를 찾게 된다.
실제로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전국 대학생 남녀 3367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아르바이트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0.7%가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최저 임금 이하의 급여를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고 나왔다. 그만큼 일반 알바는 대학생들에게 실망감만을 안겨주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생 40.7% 최저임금 이하 급여 받아
특히 지방일수록 최저임금을 못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많았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최저임금 미달이 가장 심한 지역은 '광주(62.3%)’로 나타났다. 이어 대구(60.4%), 경북(59.6%), 강원(55.9%), 전북(55.7%), 제주(50%) 순으로 이 지역 모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최저 임금 미달 경험자들이었다.
이어서 전남(49%), 대전(48.8%), 부산(46.5%), 경남(46.1%), 인천(43.7%), 충북 (40.7%), 충남(32.9%), 경기(32.9%), 서울(27.7%) 순으로 서울과 경기지역의 최저임금 미달 사례가 가장 적었다.
최저임금을 가장 많이 못 받는 아르바이트는 '편의점’이 46.2%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음은 '음식점 서빙’이 13.3%를 차지했고 'PC방’이 11.8%로 3위를 차지했다. 이어 전단배포(7.2%), 베이커리(6.6%)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학생들은 41.3%(1390명)이며 이들 중 최저임금 이하를 받으며 일을 하고 있는 학생들도 18.5%(257명)나 됐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도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한다는 대학생이 40%에 달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일부 대학생들이 선택하는 것은 위험이 따르더라도 단시간에 많은 돈을 벌수 있는 알바에 손을 대고 만다. 이 때문에 한순간에 자신인생을 망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 예로 건강까지 담보하며 고액알바를 하는 대학생들이 많다. 생동성 실험 알바는 복제약품과 오리지널 약품의 효과가 같은지 임상실험 대상이 되는 알바. 피험자로 참여하면 투약한 약물의 종류에 따라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1~2개월까지 주기적으로 채혈을 하고 병실에 누워만 있으면 된다. 주말을 이용해 알바를 할 수 있고 ‘생체실험’ 대상이 된다는 꺼림칙한 기분만 잠시 참으면 수십만~수백만원을 누워서 벌 수 있다. 이 때문에 피험자를 모집할 때마다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알바다. 위법은 아니지만 건강에 위험이 따를 수 있기 때문에 막장알바로 치부된다.
범죄 연루된 불법알바도 가리지 않아
하지만 문제는 요즘 대학생들은 이런 알바뿐만 아니라 범죄에 연루되는 불법알바까지 강행한다는데 있다. 실제로 고액의 일당 유혹에 넘어가 보이스피싱 알바를 한 대학생들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7월 26일 인터넷 알바 사이트에서 보이스피싱 피해금 인출책으로 활동하면서 범죄계좌에서 보이스피싱 피해금 1억8000만원 상당을 인출해 일당에게 전달한 C(25)씨 등 6명의 대학생을 사기와 전가금융거래법 위반으로 검거, 이중 C씨를 구속하고 나머지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C씨는 인터넷 사이트 ‘알바○○ ’, ‘알바X’에 “일당 10만원 이상, 초보가능, 전화질문 사절” 등의 글을 게재해 인출책을 모집한 뒤 이들이 인출한 피해금 1억8000여만원을 일당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나머지 피의자 5명은 C씨의 지시를 받고 현금을 인출해 C씨에게 전달했다.
이들이 받은 일당은 12만원으로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용돈이 필요했지만 알바 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아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이스피싱 피해금 인출조직은 대학생들의 현금 인출시간 단축을 위해 현금카드 뒷면에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미리 기재해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인출책은 지금까지 중국ㆍ대만인이 주로 담당했으나 최근엔 국내 대학생들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초보가능, 단순업무, 전화문의 사절, 10만원 이상의 고액 알바’라며 현금인출 업무를 대행하는 알바는 절대 해서는 안된다”며 대학생들에게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불법알바 하다가 전과자 되기도
고액은 아니지만 등록금을 벌기 위해 불법적인 알바를 하다가 전과자로 전락되기도 했다. 대학생 B(20)씨는 휴학 중이던 지난해 5월 지인의 소개로 시의원 후보 A(64)씨 선거사무실에서 사무보조원으로 일했다. 대학교 등록금 마련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알바는 결국 B씨를 전과자로 만들었다. 선거사무실측이 B씨는 선거운동원으로 등록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B씨가 받은 월급 130만원은 불법 선거자금으로 분류됐다. B씨는 1심 재판에서 벌금 200만원형에 130만원 추징명령을 받았다.
억울했던 B씨는 곧바로 항소했지만 서울고법 2심 재판부는 벌금 100만원에 130만원 추징명령을 내렸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다.
B씨는 “선거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이 합법적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결국 평생 전과자로 낙인찍혔다”며 “현행 법률을 모르고 일한 것이 너무나 후회가 된다. 앞으로 나와 같은 전과자가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여대생 중에는 단기간에 돈을 벌기 위해 유흥업소에서 알바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스스로 ‘나가요걸’로 나서는 것. 서울시내 곳곳의 ‘노래방’ ‘노래장’ 등에서 대학생을 찾기란 쉬운 일이다. 대학생을 의심하면 학생증까지 보여준다. 이들은 시간당 3만원에 약간의 팁을 받는다. ‘보도방 오빠’에게 구전을 떼어주고도 하루 15만~20만원 벌이는 거뜬하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고액 알바’를 미끼로 여대생들을 유혹하는 유흥업소의 광고가 부지기수다.
노래방 도우미 속칭 ‘보도방’에서 단기 알바를 하는 경우가 아직은 대부분이지만, 아예 작정하고 업소에 취직해 몇 달간 목돈을 만지는 사례도 많다.
한 경찰 관계자는 “예전에는 성형수술, 명품가방 등이나 카드빚을 갚기 위한 여대생이 많았지만, 요즘은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쉽게 말해 많은 시간을 알바에 쏟느니 차라리 짧게 일하고 학업에 열중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높아진 등록금 탓으로 단기간에 고액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은 여대생들에게는 떨치기 쉽지 않은 유혹이다.
일부 업소들은 오히려 여대생들이 많이 출근하는 방학기간에 오히려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한 유흥업소의 경우 아예 여대생 도우미의 학생증에 실명과 학번을 가리고 전공과 나이까지 공개하는 상술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성매매 알선 알바사이트 넘쳐나
여성단체 한 관계자는 “등록금과 생활비를 합치면 1년에 최소 1500만원은 필요하지만 시급 3000~4500원 받는 알바로는 감당할 수 없다”며 “일부 여대생들 사이에서는 일하기 좋은 업소 정보가 나도는 등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흥업소로 몰린다는 얘기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고 했다.
심지어 여대생의 경우 성매매의 유혹도 뒤따른다. 하루 수만 명이 드나드는 이들 사이트들에서도 높은 급여의 일자리를 검색해보면 짧은 스커트 등의 복장을 요구하면서 접대 여성을 구한다는 광고가 여럿 올라와 있었다. 이처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성매매 알선 ‘여성알바’ 사이트들이 온라인상에 넘쳐나고 있는데도 경찰에서는 단속할 규정이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실제 등록금으로 위해 일부 대학생이 성매매까지 벌인 일이 신문에 기사화가 되는 등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학비를 충당하기 어려운 대학생들이 ‘빗나간 알바’를 한다는 공공연한 소문이 실제화 된 것이다. 결국 여대생들은 전과자의 낙인이 찍혀버리게 됐다.
그 예로 여대생을 고용해 유사 성행위를 알선한 업주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발 마사지 업소로 위장해 객실을 차려놓고 여대생 등을 고용해 유사 성행위를 알선한 혐의로 업주 A(37) 씨 등 9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8월 5일 밝혔다.
이른바 대딸방 업주 A씨는 지난 1월 5일께부터 지난 5월 24일까지 광주 서구 금호동에 객실을 차려놓고 여대생 등 성매매 여성 5명을 고용한 뒤 불특정 남성 1명당 7만 원을 받고 유사 성행위를 알선해 1억 5백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업소를 ‘○○스파’라는 상호로 발 마사지를 하는 곳으로 위장해 유사 성매매 알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유사 성행위를 알선한 업주 A씨에 대해 보강수사를 벌여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성매매 여성 및 성매수남 등 8명에 대해서는 불구속 입건할 계획이다.
또한 남자대학생들의 경우 무엇보다 사행성 오락실이나 불법성인 PC방 알바는 절대 금물이다. 10시간 근무에 120만~150만원 정도의 소득을 얻을 있다지만, 알바생은 업주와 마찬가지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입건되고 2회 이상 적발되면 100만 원 이상 벌금에다 심하면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다.
직접 범죄행위 조직하기도
더욱 놀라운 사실은 범죄행위에 직접 나서기도 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해커로 활동했다는 대학생 A(24)씨는 “해킹은 개인의 아이디나 비밀번호를 알아내 개인 자료를 도용하는 것에서부터, 불법 도박 사이트를 해킹해서 사이버 머니를 획득하는 것, 그리고 신용정보 사이트를 공격하여 접속을 차단시키고 개인정보를 빼내는 것 등 여러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중 해킹 알바를 할 수 있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개인이 직접 연락해 1 대 1로 고용하는 경우와 2명 이상으로 해킹 알바 조직을 만들어 사례비를 받는 방식이다.
개인이 해킹을 의뢰하는 경우는 사소한 임무들이 많다고 한다. ‘여자친구의 비밀 다이어리를 훔쳐보기 위해 개인 홈페이지의 비밀번호와 아이디를 알아내 달라’ ‘특정 게임 아이템을 훔쳐달라’ 등의 주문이 많다고 한다. 해킹 알바를 한다는 한 대학생은 “회사 기밀자료를 빼내달라는 주문을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해킹 알바가 성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해킹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알려지면 일부 컴퓨터학과 관련 대학생들이 해커로 나설 위험이 있다”며 우려했다. 또다른 보안업체 관계자는 “요즘 해킹에 관심을 갖는 대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해킹 알바가 환상을 유발시킬 수 있다”며 걱정했다.
또한 고액알바 자리를 준다며 속이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요구되기도 한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는 학생들의 심정을 악용, 자기들의 배만 불리는 못된 어른들도 많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 쇼핑몰 관리자를 모집한다며 대학 휴학생 등 300여명을 꼬드겨 쇼핑몰 분양금으로 300만원씩을 받고 특정한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도록 하는 수법으로 9억여원을 챙긴 업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또 휴대전화 1통을 개설케 하면 20여만원을 준다면서 50건이면 1580여만원, 100건이면 3710여만원을 벌 수 있다고 구체적인 액수까지 들먹이며 ‘다단계 늪’으로 유혹하는 손길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빼곡하다. 그러나 이들 다단계 업체는 처음 개설자만 배를 불릴 뿐이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송파구 등지에서 속칭 ‘거마대학생’(서울 송파구 거여동, 마천동 주변 다단계업체의 유혹에 빠진 대학재학생 및 졸업생)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7월 29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주로 하계방학을 맞아 상경한 대학생, 사회경험이 부족한 청년층을 대상으로 취업 알선 및 고수익 보장 등으로 유혹해 다단계 판매로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불법 다단계 업체들은 가입시 학자금, 전세금 명목으로 제3금융권(대부회사) 대출을 알선하고 대출금 중 대부분을 물품구입에 사용하도록 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대학생들이 빚더미에 앉는 사례가 발생한다.
대학생이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금융채무불이행자로 전락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실제로 6월말 현대 대학생 대출건수 및 잔액은 각각 4만8천건으로 지난해 6월 3만건에 비해 대출건수가 57.2%로 크게 증가했다.
대학생 33.2%, 불법 알바 상관없어
하지만 대학생들은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고액알바나 불법알바를 뛸 수밖에 없다. 아르바이트 소개 전문 인터넷 포털 알바몬이 최근 대학생 7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8.5%가 ‘3D 알바’로 불리는 공사장이나 유통업체 상차작업과 같은 아르바이트도 돈만 많이 준다면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온라인 사설 경마장이나 사행성 경품 게임장과 같이 형사처벌의 위험이 있는 불법적 아르바이트를 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32.2%는 ‘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당국에서는 이번 불법적인 알바에 대해 단속 이외에는 특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사실은 등록금이 비싸다는 이유가 크기 때문인데 아직까지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학생들은 대다수의 설문조사에서 ‘반값 그 이상으로 등록금 인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는 “학생들이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은 생존과 관련된 문제로, 단기간에 큰돈을 벌 수 있는 다단계 업체 등을 찾는 것”이라며 “웬만한 중산층도 감당하기 힘든 현재의 등록금을 낮추는 것이 학생들의 피해를 막는 길”이라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