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인수전 난방
하이닉스 인수전 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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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새주인 찾기 “이렇게 힘들어서야…”

본입찰을 압두고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이 생각지 못한 복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 SKT와 STX그룹이 지난달 25일부터 하이닉스 예비실사에 들어간 가운데, 최근 하이닉스 채권단이 구주를 많이 매입하는 쪽에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매각 기업인 하이닉스의 기업가치보다 구주매각을 통한 당장의 내 몫 챙기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11일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이날 유 사장이 애매모호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면서 시장의 혼란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유 사장은 “하이닉스 매각시 구주를 많이 인수하는 기업에 가산점을 줄 계획이 없다”면서도 “채권단이 보유한 하이닉스 지분(구주)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 얹어주는 쪽에 점수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9월 16일, 본 입찰을 앞두고 이미 2차례 매각 시도가 무산된 경험이 있는 하이닉스의 고민도 크지만 인수기업 입장에서는 협상이 진행될수록 일이 점점 복잡해져 복창이 터질 노릇이다.
하이닉스 인수 관련 3가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구주 매입 비율에 따른 가산점 부여, 외국자본 의결권 제한,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주가 폭락 등이다.

구주 가산점 논란

그중에서도 하이닉스 매각의 최대 변수는 채권단의 신규 주식 발행 여부인데, 채권단은 구주를 많이 매입하는 입찰 기업에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을 빚었다. 즉 하이닉스를 인수하려면 채권단의 구주 지분을 최대한 사들이라는 것이다.

9일 금융권과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SK텔레콤 및 STX그룹에 따르면 채권단은 구주 매입 비율이 높은 입찰 기업에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매각 방식을 추진하고 있는데 협상이 진행될수록 채권단이 제시하는 조건들이 당초와 점점 달라지자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SK텔레콤과 STX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당초 채권단은 신주 발행 카드를 제시했었다. 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지난 6월 매각 공고에서 “채권단 보유 구주 15% 중 최소 7.5%를 인수하면 10% 이내에서 신주 발행을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이닉스 매각에 전례 없는 신주 발행 카드를 제시한 건 경기변동성이 크고 막대한 투자가 수반되는 상황에서 인수 기업이 대규모 투자 부담으로 인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상황을 막아주겠다는 뜻이었다.

이 방식은 인수자 입장에서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신주를 발행해 사들이면 가격부담을 덜 수 있고, 하이닉스 입장에서도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 인수 대금이 모두 채권단에게 유입되는 구주 매각 방식과 달리, 신주발행을 하게 되면 매각 대금을 하이닉스에 유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T와 STX는 채권단의 신주 발행 약속을 믿고 입찰에 참여했다.

그러나 최근 채권단이 입장을 바꿔 구주를 많이 인수하는 입찰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형태로 평가기준을 바꾸고, 이후 신주 발행은 없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입찰기업들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유 사장의 석연치 않은 행보에 뭔가 속셈이 있는게 아이냐는 지적이다.

SK텔레콤측은 “하이닉스 인수전에 참여한 것은 구주 대신 신주를 인수할 수 있다는 조건도 큰 영향을 줬다”면서 “신주 발행이 없다면 하이닉스 인수를 다시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STX그룹 측은 “만약 구주에 대해서만 가산점이 부여된다면 유감스럽다”면서도 “그룹 제2도약을 위해 하이닉스 인수는 반드시 필요해 인수의지는 변함없다”고 밝혔다.

‘외국인 지분’도 막판 변수
 
또 정부와 채권단이 하이닉스 매각 과정에서 외국에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해외 지분 축소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채권단은 하이닉스 매각 공고 때 “하이닉스 매각은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한정한다”고 밝혔다. 국가 기간산업이자 첨단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하이닉스 경영권이 해외로 넘어가는 것은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STX그룹은 중동 국부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무차입’으로 하이닉스를 인수한다는 방침을 공개하면서 국내 첨단 기술력이 해외 기업에 유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STX 관계자는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경영권은 STX가 갖게 되고, 중동 펀드는 재무적 투자자로만 참여할 뿐이다”라며 경영권이 중동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하이닉스 노조와 일부 시민단체는 여전히 하이닉스 인수전에 외국인 투자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이닉스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는 회사와 채권단에 보낸 성명서를 통해 “불분명한 외국 자금 유입으로 인한 국부유출과 기술유출 우려는 철저하게 배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부 변수

반도체 경기 전망 및 새 주인 결정에 따른 향후 주가 전망도 인수전의 쟁점거리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지난 5월만 해도 3만원 중반대를 달리던 하이닉스 주가가 2만원까지 떨어진 터라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까지 제기해왔다.

또 최근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주당 2만 5000원~2만 6000원에 달했던 하이닉스 주가는 2만원~2만 1000원대로 떨어졌다. 향후 주가 추이가 회복세로 돌아선다면 채권단의 고민은 많이 사라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초 예상했던 매각 차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주가 하락도 고민거리다. 주가가 하락하면 인수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에 입찰자 입장에서는 주력 사업인 반도체 가격의 하락이 원가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관련 업계에서도 하이닉스반도체의 하반기 전망을 불투명하게 내다봤다. 업계서는 인수 금액을 2조원 중반대로 예상하고 있지만 반도체 가격 폭락과 주가 하락에 따라 향후 인수 금액은 더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하이닉스 지분은 재무적 투자자(FI)인 국민연금공단(지분율 8.08%)을 제외하고, 외환은행(3.4%), 우리은행(3.3%), 정책금융공사(2.6%), 신한은행(2.5%) 등이다. 하이닉스 인수대금은 시가총액(14조2700억) 및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조 5천억원에서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인수 후에도 연간 신규 설비투자비로 3조원 이상씩을 투입해야 한다.

채권단은 8월말 '매각선정 기준안'을 만든 뒤 9월 16일 본입찰을 거쳐 올해 안에는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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