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할인마트 중 중국 시장에 최초로 진출한 이마트와 후발주자로 M&A전략을 이용해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롯데마트의 중국경영성적표가 엇갈리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97년 중국 상하이에 점포 개설을 시작으로 현재 중국 내 27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매년 적자를 기록하면서, 철수하거나 재정비를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에 반해 이마트보다 10년이나 늦게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롯데마트는 3년 6개월만에 총 82개의 점포망을 갖추며 매출 성적표도 양호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이마트의 지난해 매출은 6,200억원에 910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냈다. 이마트의 총매출액 대비 해외부문 매출 비중은 미미해 글로벌 선두업체들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또 매년 적자폭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도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반면 롯데마트는 지난해 매출 1조 7,500억원에 영업이익은 150억원 적자를 냈다. 롯데마트의 총매출액 대비 해외부문매출비중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10개의 신규 점포를 내며 투자한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괜찮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두 회사의 엇갈린 성적표에 대해 관련업계 관계자는 “이마트는 자체점포개발을 선택했다면 롯데쇼핑은 M&A전략으로 슈퍼마켓시장의 점유율을 확대시키고 있다”며 “현지화 전략과 마케팅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겠지만 두 회사의 경영스타일도 성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마트, 97년 중국 진출
이마트는 정용진 부회장이 총괄하기 전까지 전문경영인이 책임지는 신세계의 한 부문에 불과했다. 1997년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중국에 첫 발을 내딛은 후 현재 중국 이마트 매장수는 27개로, 중국 상하이 최대 규모 매장이었던 차오안점이 지난해 말에 문을 닫아 하나가 줄었다.
더딘 신규 출점에도 매출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 2009년 600억원 영업손실, 2010년 9월 720억 손실로 누적적자폭이 크게 늘고 있다. 1997년 이래 14년 연속 적자를 보이면서 2010년까지 29개의 점포를 오픈할 것이라는 2008년의 계획과는 달리 2010년 25개의 점포개설로 주춤한 공격형진출을 보였다. 지난 2006년부터 본격적인 다점포화가 시작되면서 매년 점포개설비용이 투입되었지만 이에 따라 손익상황악화로 이어졌다.
물론 중국 시장에서는 까르푸와 월마트 등의 글로벌 유통회사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이마트보다 10년이나 늦게 중국에 진출한 롯데마트가 중국시장에서 급격하게 덩치를 불리고 적자폭도 크지 않은 점은 정 부회장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게다가 중국 이마트는 오너인 정 부회장이 상무 시절부터 깊게 관여하여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부진한 중국 사업을 만회하기 위해 정 부회장은 칼을 빼들었다.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마트 중 베이징점을 포함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매물로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중국 사업 재정비에 나섰다. 그동안 화북 지역의 대도시 위주로 점포를 여는 등의 전략을 펼쳤던 이마트는 중국 서부 내륙 지역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배이징이나 상하이 등 대도시 위주에서 인구 수백만명 수준인 중간 규모 도시에 새 지점을 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 부회장은 정유경 부사장의 남편 문성욱 신세계아이앤씨 부사장을 중국법인 담당으로 보냈다. 일부에서는 정 부회장이 이전 전문 경영인의 부실경영을 떠안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 호주머니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중국 사업의 적자를 메우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는 어렵게 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전했던 중국 진출 전략을 과감히 수정해 효율화 작업에 착수한다면 중국내 이마트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M&A 전략으로 승부수
롯데마트는 이마트가 대체로 자체모델을 현지화 하여 출점하는 전략을 이용한 것과는 달리 주로 M&A를 통해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06년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란 뒤 2007년 중국 마크로를 인수해 2009년 5월 베이징 주씨앤차오점을 롯데마트로 바꾸었고, 2009년 중국 타임스를 추가로 인수하면서 현재 중국 내 82개의 매장 수를 오픈했다.
이러한 롯데마트의 성과 뒤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신 회장은 지난 2007년부터 롯데마트의 중국진출을 진두지휘했지만, 짧은 기간에 급속하게 몸집을 불려 점유율을 장악하는 그의 공격 경영이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오는 8월 말 중국 지린성 장춘에 200호점(국내외포함)을 오픈하며 대형마트 업계 처음으로 200호 고지를 밟는다. 롯데마트는 현재 국내 중국에 82개, 인도네시아에 23개, 베트남에 2개 등 총 107개의 해외점포와 92개의 국내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규모는 국내 유통업체 중 해외사업 부문에 있어서는 최대 규모이며, 국내외 점포수를 합쳐 운영점포수에서도 국내 유통업체 중 1위에 해당한다. 또한 2006년 해외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선 지 5년 만에 해외 점포 수가 국내의 점포 수를 앞질러 글로벌 유통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유통망을 확보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진단이다.
롯데마트는 올해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해외 점포만 20여개 정도 더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해외에서의 공격적 출점을 가속화할 경우 향후 4~5년 내에 해외매출이 국내매출을 앞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사업을 더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내년 초쯤에 중국 사업 총괄법인을 설립하는 등 아시아 1등 유통업체가 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