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개발 구글, 모토로라 인수 스마트폰업계 강자 우뚝
구글 믿던 삼성 뒷통수…“이미 예측한 일”이라지만 대응책 전무
다양한 스마트폰 제품의 운영체제로 활용되고 있는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구글이 글로벌 휴대폰 제조업체인 모토로라 모빌리스를 인수했다. 이에 애플과 양강체제를 유지했던 삼성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삼성이 안드로이드 진영의 1위 제조사로서 애플에 이어 구글과도 승부를 벌여야 해 입지가 갈수록 좁아드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은 앞으로는 소송으로 무장한 애플의 파상공격에 맞서야 하고 뒤로는 협력업체인 구글과의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써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 8월 15일, 구글과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양사의 인수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2011년 1월 모토로라의 휴대폰 사업부분만 따로 분리하여 설립된 업체이며, 미국 내에서 약 15.1%의 점유율을 기록한 바 있다.
구글이 투자한 총 인수금액은 약 125억 달러(한화 약 13조 5125억원)이며, 이는 구글 사상 최고 규모의 M&A이다. 구글은 지난 8월 12일 24.47달러로 마감된 모빌리티의 주식을 63%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주당 40달러에 사들였다. 이를 두고 관계자들은 구글이 애플에 이어 스마트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관할하는 진정한 스마트폰 업계의 강자로 우뚝 섰다고 해석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 보호에 큰 힘”
구글의 래리 페이지 대표는 “이번 인수 건이 안드로이드의 생태계 보호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M&A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모토로라가 보유한 약 17000여 개의 핸드폰 관련 기술특허와 현재 출원 중인 7500여 건의 특허가 래리 페이지 대표가 언급한 ‘안드로이드의 생태계 보호’에 큰 힘을 실어줄 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 2010년 MS가 안드로이드 OS 지원 스마트폰 제조사 HTC, 삼성전자, LG, 소니 에릭슨 등에 특허 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등, 안드로이드 OS를 제공하는 동안 구글은 경쟁사인 애플, MS와의 특허 전쟁에서 밀리는 양상을 보여왔다. 전문가들은 모토로라가 보유한 2만 4천여 개의 특허권이 앞으로의 경쟁에서 구글에게 우위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6월 애플이 45억 달러에 특허권을 인수한 캐나다 통신업체 노텔보다 훨씬 큰 규모이다. 노텔은 무선통신 및 반도체에 관련한 약 6000여 개의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손에 쥔 구글의 시장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다. 구글은 그동안 자사가 개발한 스마트폰용 OS 안드로이드를 다양한 하드웨어에 지원하며 시장 점유율을 넓혀 왔으나, OS와 기기를 동시에 개발하며 호흡을 맞추는 애플에게 항상 선도주자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는 약점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러한 구글이 모바일 전문 제조업체 모토로라를 인수하며 기기 제조부분까지 손을 대며 특히 자체 OS가 없는 스마트폰 기기 전문업체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충격 받은 삼성, 겉으로는 담담하지만...
그 중 구글을 믿어왔던 삼성은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구글이 처음 안드로이드 OS를 내놨을 때부터 삼성 등 제조사들은 구글이 향후 휴대폰 제조업에 뛰어들 것을 우려했다. OS와 단말기를 모두 자체 제작한 애플처럼 구글도 장기적으로는 ‘구글판 아이폰’을 만들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구글은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밝혀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구글이 이번 모토로라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하면서 특허 소송으로 수세에 몰린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진영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위기감도 함께 나오고 있다. 구글이 직접 휴대폰을 만들어내 아이폰처럼 직접 스마트폰 제조에 나설 경우, 최적화에서 애플의 아이폰과 비견되는 제품이 등장할 가능성이 다분히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와 관련 표면적으로는 담담한 입장을 보였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16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대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 부회장은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며 이같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은 자체 OS(운영체제)도 가지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활용할 수 있다”며 “휴대폰 사업이 단순히 OS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최 부회장은 이날 이 회장에게 이 문제를 포함해 최근 애플과 소송전 등 세트 관련 현안을 보고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개발한 스마트폰 OS ‘바다’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시장의 평가가 좋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에만 목을 매고 있다가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개방 정책을 접는 순간 최악의 상황도 무시못하게 됐다.
제조사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애플 등과의 특허 싸움에서 유리한 입장이 됐지만 구글과의 경쟁은 불가피 해졌다”라며 “만약 구글이 애플과 같은 폐쇄형 사업구조를 구축할 경우 국내 제조사들은 구글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일각에서는 섬성전자는 애플 뿐 아니라 같은 진영이었던 구글과도 불편한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 엎친데 덮친 격
이 때문에 이 회장에게는 애플 소송에 이어 또 한가지 고민거리가 생긴 셈이다. 그동안 삼성은 애플과 전면전 양상에 큰 부담을 가졌다. 특히 애플이 갤럭시S Ⅱ와 갤럭시탭에 대해 특허 침해 소송을 걸어오며 삼성과 애플간 글로벌 소송전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독일 법원에서 갤럭시탭에 대한 애플의 판매금치 가처분 신청을 수용하며 EU시장 전체 수출이 막힐 수도 있는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몰렸다. 애플의 경우 부품 부문에서는 최대 고객사이지만 단말기에서는 삼서의 최대 경쟁사이기에 더욱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뿐 아니다. 삼성의 대표 사업인 반도체와 LCD 시황은 불황에서 반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일본 엘피다를 비롯해 대만 업체들은 너도나도 ‘삼성 잡기’를 선언하고 나섰다.
여기 더해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로 삼성전자 주가는 곤두박질 친데다, 근본적으로 세계 경제 더블딥 우려를 헤쳐나갈 묘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 때문일까. 이 회장은 최근 그룹 출근을 정례화고 있으며 삼성의 분위기 쇄신을 주문하고 있다. 좀처럼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사저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했던 이 회장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은 그만큼 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는 것.
이 회장은 16일에도 평소보다 늦은 오전 10시에 서울 서초동 삼성 삼성전자 사옥에 출근, 최 부회장과 윤 사장, 신 사장 등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대한 삼성전자의 대응책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 결단이 필요
하지만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그 해법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지적이다. 이제까지 특검과 경영권 승계, 노조, 백혈병 소송 등 사업 외적인 문제들이 이러저런 문제를 낳았다면, 이번엔 삼성전자의 주 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이기에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의 주변상황은 주요사업이 위기에 직면하면서 사면초가에 이르렀다. 그렇기에 이 회장이 특별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은 한 글로벌 경쟁에서 삼성이 살아남기가 힘든 상황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는 주요 생산품에 대한 타격이 있기 때문에 기존의 위기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이 회장도 그동안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해온만큼 애플과 구글에 대한 전략적인 해결책 마련에 더욱 고심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5년, 10년 후를 위해 지금 당장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던 바 있다. 이와관련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소프트웨어(S) 직군을 신설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전략과 선택이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도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당장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상황을 지켜보기로 하고 이번 인수 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별하게 공식적인 입장은 없고 이번 인수를 통해 안드로이드 생태계 발전을 환영한다는 정도”라며 “앞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의 경쟁력 강화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