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날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발표한 2분기 실적을 두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통상 항공기 보유 대수 차이에 의해 아시아나항공에 비해 2배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둬온 대한항공은 올 2분기에 19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49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제트유가 급등과 일본대지진의 여파로 양사의 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공통점이지만 최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아시아나항공은 각종 악재들 속에서 예상외로 선전한 실적을 내놓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40여년의 역사를 지닌 대한항공은 부동의 국내 항공업계 1위 자리를 지켜왔다. 대한항공은 지난 한해 1조 1천9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국내 항공사 최초 1조 클럽에 가입하는데 성공했다.
항공기 보유현황도 135대로, 아시아나항공 72대에 비해 규모나 실적면에서 훌쩍 앞서나가고 있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아시아나항공도 빠른 성장률을 보이며 대한항공을 추격하고 있고 이를 반증하듯 양대 항공사의 지난 2분기 실적에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아시아나가 공시한 실적에 따르면 아시아나 항공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49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1조3100억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177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비록 전년동기대비 영업이익이 64%나 줄었지만, 업계 1위 대한항공과 비교하면 호실적이었다. 반면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 연결기준 영업 손실이 1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경영권분쟁과 항공기 지연, 화물선 추락 등 잇따른 악재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위기를 발판 삼아 1등을 따라잡은 실적을 내놓았다고 보고 있다.
환율·유가 헤지
이 같은 차이가 나타난 가장 큰 이유는 아시아나항공은 달러로 결제되는 유류비에 대해 환헤지 비율이 높았고 대한항공은 장거리노선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유류비가 많이 들어갔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헤지란 유가변동에 따른 경영 실적 악화를 막기 위해 매분기 항공유 소요량의 일정비율을 선물시장에서 매입하는 것을 말하는데, 항공기 임차료와 유류비를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업계는 환율 변동으로 몇 백억원의 손실을 볼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대한항공은 통상 유류비의 10%를 헤지하는데 이는 아시아나 30%의 절반수준이어서 유가급등에 따른 더 피해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유가가 오르면서 2분기에만 360억원의 유류비를 절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 항공사의 ‘노선 전략’도 영업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1988년 아시아나항공이 출범하면서 대한항공은 ‘장거리’, 아시아나항공은 ‘단거리’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대한항공은 미주,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베트남 등 중단거리 노선을 중점 공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미주 등 유류소비량이 많은 중장거리 노선 비중이 높은 반면 아시아나는 중단거리 비중의 높기 때문에 대한항공에 비해 유류 사용량이 적어 유가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작았다”고 분석했다. 올 3~4월 유류가격이 집중적으로 상승했고, 이에 따라 아시아나의 유류비 부담이 대항항공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두 항공사 모두 일본 비중이 위축됐던 상황에서 아시아나의 경우 중국노선 비중이 높아 예상외의 선점이 가능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한항공, 3분기 이익 회복하나?
대한항공이 2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나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3분기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긍정적 관점을 유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 항공업계에는 일본발 여객 수요가 회복되고 항공화물 물량감소가 완화되고 있다”면서 “제트유 가격까지 하락하고 있어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유가변동이 3분기 항공업계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겠지만, 통상 1,2분기 실적부진을 성수기인 3분기에 만회하는 항공업의 특성상 양호한 실적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여름휴가철과 추석이 3분기에 모두 집중됐기 때문에 더욱 기대해 볼 만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진한 2분기 실적에도 불구하고 3분기 대한항공 실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A380 도입과 신규노선 취항 등의 영향으로 수요 대비 부족했던 기재 공급에서 매출 증가 모멘텀(상승동력)이 기대되기 때문” 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나, 사건·사고 잇따라
한편, 오는 3분기 아시아나항공이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각종 악재와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국내 대표 항공사라는 위상에 금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5월 김해공항을 출발해 인천으로 가려던 아시아나항공 OZ8532편의 오모 기장이 국토해양부 소속 감독관의 불시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돼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해당 조종사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0.067%가 나왔는데도 수치에 수긍할 수 없다며 채혈 측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에는 제주도 해상을 비행하던 아시아나항공 화물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10년 무사고 운항 기록이 한순간에 깨졌다. 기내에 타고 있던 최상기(52) 기장과 이정웅(43) 부기장의 생사 확인은 아직 안 된 상태다. 특히 추락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기장은 사고 한 달 전 인 6월 한 달 동안 4개 보험사의 7개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아시아나의 사건 사고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8일 중국 광저우에서 출발한 아시아나 항공편 안에서 40대 남성이 목매 숨지는 일도 발생했고 15일에는 아시아나 항공기가 오전 11시 중국 친황다오 공항을 출발하지 못하고 7시간 이상 지연돼 승객들의 항의를 받는 소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화물기 추락 사고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은 커다란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무형의 손실까지 입을 전망이다. 사고가 난 항공기가 1억2200만달러(약 1200억원)의 보험에 가입돼 있다고는 해도, 약 900억원가량의 직접 손실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회사는 판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로 화물 운송능력도 7~8%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항공안전종합평가에서 등급이 하락할 가능성도 커, 앞으로 운임 결정 등에서 협상력이 예전보다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잇따른 악재가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겠다’는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회생을 위한 이미지 제고에 적지 않는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3분기 여객수요의 견조한 성장세와 대한통운 매각완료를 통한 중장기적인 재무구조개선을 통해 아시아나의 3분기 실적 기대감이 크지만, 떨어진 위상회복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