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인코리아 “위장계열사 동원해 놓고 모르쇠…자금출처도 의혹”
사조그룹 “채권 매입 맞지만 위법성 없어…명예훼손 법적 조치”
사조그룹이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중견 축산업체를 헐값에 사들이기 위해 회생작업을 방해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축산업체인 화인코리아는 1965년 금성축산이라는 상호로 오리 사업을 시작해 46년 동안 오리와 삼계사업을 하면서 꾸준히 성장하여 가금류업계 최초로 5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던 회사. 하지만 2003년 AI 파동으로 부도를 맞은 뒤 화의와 화의 취소 등을 반복했으며 지난해 12월 파산 선고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화인코리아는 8월 26일 주요일간지 광고를 통해 “회사가 이렇게 어려워진 틈을 타서 사조그룹이 권력층과의 유착과 거대자본으로 피땀 흘려 쌓아올린 화인코리아를 헐값에 강탈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화인코리아는 “사조그룹은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화인코리아에 접근, 화인코리아를 300-400억을 지원해서라도 회생을 도와주겠다며 화인코리아 경영진을 속인 후 2010년 12월 25일부터 화인코리아 및 채권단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화인코리아에 따르면 2011년 1월 3일, 사조그룹 주진우 회장은 화인코리아 나원주 대표이사를 만난 자리에서 “도와드릴 테니 열심히 하십시오”라고 말하며 화인코리아 경영진을 안심시키고, 그 이틀 뒤부터 은밀히 담보채권을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위장계열사 발각되자 핵심자산 경매신청”
1월 5일 사조그룹이 위장계열사 애드원플러스(자본금 1억 5천만 원)를 통해 기업은행 채권 약 50억 원을 양수했다는 것.
화인코리아는 3월 3일 기업은행 채권을 인수한 애드원플러스가 사조그룹의 계열사임을 알게 돼 사조 계열사 대표이사에게 “이 회사가 화인코리아 회생에 동의하도록 해달라”고 부탁하자 “그런 회사는 전혀 모르고 사조그룹과 관계없는 회사”라고 부인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런 사실이 발각되자 애드원플러스를 통해 바로 법원에 화인코리아 핵심자산인 제2공장에 대한 경매를 신청했다고 지적했다.
화인코리아는 “처음 사조그룹은 애드원플러스와의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고 한다”며 “이후 애드원플러스 전 이사 주제홍은 사조그룹 주진우 회장의 차남이고 애드원플러스가 사조그룹의 위장계열사라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화인코리아는 “애드원플러스는 자본금 1억 5천만 원밖에 되지 않는 회사인데 50억 원 상당의 기업은행 채권을 매입했고 또 7월 21일 채무자와 농협중앙회의 의사에 반하여 농협채권 134억 7천여만 원이라는 거액을 변제 공탁했다”며 “이런 자금의 출처가 불투명해 사조그룹의 불법자금 조성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화인코리아는 농협중앙회가 그동안 화인코리아의 회생에 동의하고 사조그룹에 채권을 팔지 않자 2011년 7월 21일 애드원플러스와 사조대림이 농협중앙회에 변제제공도 하지 않았고, 또 농협이 수령을 거부한 사실이 없는데도 농협이 변제금액 수령을 거부한다고 허위로 기재하여 농협채권 153억여 원을 변제공탁하는 수법으로 농협채권을 억지로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화인코리아는 “사조그룹 임원이 권력 고위층과 친분을 과시하며 화인코리아 경영진에게 재판부에서 화인코리아 명의로는 99.9% 회생이 안 되니 회사를 포기하도록 압력을 넣었다”고 강조했다.
화인코리아는 사조그룹이 이후 관할 법원에서 진행된 회생인가 심문에서 ‘반대’ 뜻을 밝혔고, 화인코리아가 보유한 부화장 시설에 대해 경매를 신청하는 등 회생절차 개시를 노골적으로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조그룹 임원은 사조그룹이 회사 홍보팀과 외주 홍보회사를 통해 사조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언론에 나지 않도록 관리한다며, 사조그룹의 영향력을 과시했다고 한다.
“사조, 50억 뒷거래 제의”
특히 화인코리아는 사조그룹이 7월 25일 화인코리아 경영진에게 경매가 진행되면 회사를 잃게 된다며 50억 원을 줄 테니 사조에 협조하라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거절하자 그러면 경매 등 속도를 내겠다며 위협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화인코리아는 “다른 수많은 무담보채권자들의 채권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고서라도 화인코리아를 헐값에 빼앗겠다는 야욕을 드러낸 것”이라며 “사조그룹은 언론을 통해 사조그룹의 화인코리아 인수작업이 완료단계에 이른 것처럼 루머를 흘리고 있다”고 밝혔다.
화인코리아는 현재 사조그룹을 제외한 모든 채권단들이 회생에 동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례없는 영업 이익을 내고 있고 수출도 증가하여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기업 등에서 투자제의도 받고 있어 법원이 허가만 해준다면 화인코리아의 현금과 투자회사의 현금으로 사조그룹의 채권을 즉시 변제하여 회생인가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파산이 되면 각 사업장들이 따로 따로 경매가 진행되므로 화인코리아는 공중 분해되어 농가, 근로자, 협력업체, 무담보채권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며 사육중인 닭과 오리들이 굶어 죽게 되어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법원에 회생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했을 정도라고 화인코리아는 주장했다.
“대기업으로서 책임 인식해야”
화인코리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광주 전남지역에 이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신문광고 등을 통해 전했다”며 “대기업이 부도덕한 방법으로 중소기업이 쌓아올린 것을 뺏을 순 없다. 사조그룹은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사조그룹은 자사가 회생을 방해한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 “이미 채권금융기관들이 반대하여 파산한 것이지 사조그룹이 방해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사조그룹은 “화인코리아는 5년간의 걸친 화의와 추가로 1년간의 회생절차를 거치고도 결국은 채권단들은 회생이 불가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화인코리아에서 주요 신문에 광고한 사항이 개인은 물론 기업의 명예와 이미지에 심대한 손상을 끼쳤다고 판단되기에 이에대한 법적인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조그룹 관계자는 “채권을 매입했던 건 사실이지만 위법성은 없었다. 우리측이 50억원을 제안했다고 하는데 그것도 확인된 바가 없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인수여부를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화인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970억원에 영업이익 94억 7천만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금융비용 부담으로 4억원 가량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사조그룹은 1971년 참치사업으로 출발한 사조그룹은 종합식품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목표 아래 최근 몇년간 M&A에 집중해 최근 축산업체만 7군데를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