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따른 전세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전세난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 강선구 연구위원은 최근 ‘전세난 당분간 지속된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주택 매매시장 관망세와 단기적 수급 불일치, 집주인의 보증부 월세 선호 등을 원인으로 당분간 전세난이 계속될 것”이라며 “따라서 정부의 대책은 공급 확대와 지원 대책이 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보고서는 “전월세 상한제와 같은 인위적인 가격통제는 오히려 전세공급의 축소와 전세주택의 노후화 등의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거듭된 대책에도 불구하고 왜 전세시장은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전세난의 주기는 짧아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전국적으로 전세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가을철 전세난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올해 들어서만 4차례나 전월세 대책을 발표했다. 최근에 발표한 8.18 대책은 특별히 가을철 전세난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마련됐지만, 시중의 기대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매매시장 침체 여전
LG경제연구원 강선구 연구위원은 최근 ‘전세난 당분간 지속된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8.18 대책에서 민간의 전세임대 참여를 제고하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각종 세제 지원책들이 제시됐지만, 이들을 매매시장으로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더욱이 정부의 대책이 시행되기까지는 법령 개정 등이 남아 있어서 3~4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가을 전세난을 겨냥한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서울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전세가격 증가율과 매매가격 증가율을 비교해 보면 최근의 전세난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전세가격 증감률을 추적해보면 그래프상 몇번의 정점(peak)들이 관찰되는데, 예를 들어 2002년 5월, 2006월 7월, 2010년 5월, 그리고 2011년 7월이 여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에 “지난 2001~2002년의 전세난은 IMF 사태 이후 1998~1999년의 주택공급 물량이 급감한 여파로 발생했다. 또한 지난 2006년에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에 따른 신규주택공급의 축소가 전세난을 야기했다”며 “모두 주택공급 물량의 감소에 따른 결과였으며, 매매시장의 상승세가 전세시장을 앞질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지만 지난 2010년부터 이어지는 전세대란기는 공급물량 부족에서 비롯된 것은 같지만 진행과정상 이전과 다른 특징을 보인다”며 “현 정부 들어서 전세난은 2008년의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하는 과정에서 매매시장은 침체에 빠진 가운데 전세시장의 수급불안이 나타났다. 지난 2009년 8월부터 전세가 상승률은 매매가 상승률을 앞지르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전세가격 집값 절반 이상
이런 추세대로라면 서울에서 전세가격이 집값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시점이 머지 않을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강 연구위원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아질수록 전세 입주민들이 내집 마련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져서 주택거래가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집값 상승 전망이 불투명하고 금융여건이 불안하기 때문에 주택구입을 서두르지 않는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는 부동산거래 활성화 대책이 별다른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다 기존의 주택소유자들이 주택을 처분하고 전세 입주에 관심을 갖게 될 경우 전세시장에서 수요초과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전세선호도도 2000년대 들어 최고 수준인데, 전세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한편 매매시장에서는 매수세가 실종된 양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전세 선호도의 증가세는 공급물량 부족에서 비롯될 가을철 전세난을 더욱 증폭시킬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보고서는 “벌써부터 전세시장에서는 수요자와 공급자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진행 중인데 기본적으로 수요 압력이 공급 여력보다 우위에 있다고 여겨진다”며 “단기적 수급 차원에서 불일치(mismatch) 현상도 전세난의 직접적 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보고서는 중기적으로도 전세 수급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과거 전세난에서는 매매가격 상승으로 민간부문의 주택공급이 함께 늘었지만 현재는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꺾이면서 공급이 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공부문에서의 공급확대 대책도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LH공사의 부실은 쉽게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재정위기를 우려하여 정부의 추가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관건
이러한 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관건이라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보고서는 “정부의 인위적인 전월세 상한제와 같은 가격통제는 오히려 전세공급의 축소와 전세주택의 노후화 등의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정부의 대책은 가격억제 대책이 되기보다는 공급 확대와 지원 대책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만성적인 전세물량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 주택임대 공급을 늘리고 미분양 주택의 매입임대를 확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세안정 대책이 될 것”이라며 “또 사회불평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본다면 예산이 허락하는 한 임대인보다는 임차인 지원에 중점이 두어져야 할 것이며 전세대책에 있어서도 민간 임대공급의 역할을 늘리기 위해 임차인에게 세제지원을 확대하기보다는 무주택 임차인을 지원하는 방안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세가구의 신규 입주를 통한 내집 마련을 지원하는 것이 전세난 해소와 주택시장 활성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