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본, 계열사 구조조정 물론 인사권한까지 최강조직
일각, "미래전략실 위상 예전보다 약해졌다" 지적 나와
전면나선 이건희 회장, 직접 출근해 사장단 업무보고 받아
일각 “김순택 부회장, 이학수 고문보다 역할 약하다” 지적
삼성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미래전략실의 위상이 약해지고 있다. 삼성 구조본 당시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 할 정도로 삼성그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삼성의 위기 속에서 이건희 회장이 모든 상황을 집적 챙기기 시작하면서 예전과 같은 역할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과거 구조조정본부 시절의 이학수 고문의 위상과 달리 현 미래전략실의 수장인 김순택 부회장의 역할도 작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전략실의 시초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故)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 시절 비서실에서부터 출발한다. 옛 그룹 비서실 규모는 방계조직까지 합치면 300여 명에 달했다.
1987년 12월 이건희 회장이 취임하면서 한때 비서실 역할이 축소되기도 했다. 계열사별 자율경영을 중시한다는 취지에서다.
이후 1998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그룹 구조조정 기능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구조조정본부(구조본)’로 이름을 바꿨다. 외부에 적극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이 때부터다.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을 총 지휘하면서 그룹의 투자 및 전략수립은 물론 인사권한까지 아우르는 최강의 실권조직으로 맹위를 떨쳤다. ‘관리의 삼성’이란 별칭도 이때부터 회자됐다. 구조조정본부 시절에도 150여 명 수준이었다.
계열사 위에 군림하던 구조본
2006년 3월에는 '전략기획실'이라는 명칭으로 또 다시 변경됐다. 2005년 X파일 사건이 터진 뒤다. 기존 1실 5팀의 조직도 '전략기획팀-인력지원팀-기획홍보팀' 등 3개 팀체제로 축소됐다. 이후 2008년 4월 삼성 특검 사태로 전격 해체되는 운명을 맞았다.
전략기획실은 사실상 삼성 각 계열사 위에 군림하는 조직으로 ‘무소불위’의 조직으로 인식돼 왔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전략기획실이 삼성의 세속 경영체제를 공고히 하는 조직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학수 고문은 1997년 회장 비서실장에 오른 후 구조조정본부장과 전략기획실장을 맡으며 그룹 내 2인자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이건희 회장의 손발, 혹은 그림자로 불렸다. 이 고문은 지난 2008년 전략기획실 해체 당시 일체의 직을 사임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미래전략실이다. 2008년 7월 과거 전략기획실이 공식 해체된지 2년4개월 만이다. 2010년 12월 3일 미래전략실은 정식으로 발족해 업무에 들어갔다.
미래전략실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고 미래에 대비하라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진 조직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계열사들의 역량을 모으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미래전략실은 실장인 김순택 삼성전자 부회장 밑에 전략 1팀, 전략 2팀, 경영지원팀, 커뮤니케이션팀, 인사지원팀, 경영진단팀 등 6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 전자계열사를 담당하는 전략1팀, 김명수 전무가 삼성의 나머지 계열사를 총괄하는 전략2팀을 각각 이끈다. 재무 중심의 경영지원팀은 전용배 전무, 장충기 사장은 홍보 중심의 커뮤니케이션팀을 각각 맡았다.
정유성 부사장은 그룹 전체 채용과 인력 이동 및 관리를 담당할 인사지원팀, 이영호 전무는 감사 등 경영진단팀을 맡았다. 6개 팀장은 혁신 의지가 강하고 리더십이 있는 사장부터 전무까지 다양하게 선임했다는 것이 삼성 설명이다.
달라진 미래전략실 위상
그런데 최근 이건희 회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미래전략실의 위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2년 만인 지난해 3월 경영에 복귀했다. 이 회장이 자리를 비운 2년간 삼성은 별 문제가 없었지만 실상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작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전문경영인 체제가 갖은 한계 때문에 대규모 투자결정도 쉽게 내려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4월에는 그동안 멀리서 경영지시를 내렸던 방식 즉 지난 20년간 한남동 자택과 승지원에서 업무를 챙겨왔던 스타일을 벗어던지고 서초동 삼성타운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그의 정기 출근을 두고 초기엔 “느슨해진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실제로 이 회장은 6월 8일 삼성테크윈 내부 비리를 문제 삼아 조직 전체의 기강 잡기에 나섰다.
특히 업무보고까지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최근 화요일과 목요일 주2회 출근을 정례화 하는 듯 했던 이건희 회장의 사옥 출근이 상시화 되는 분위기다. 최근 안팎의 주요 이슈 등이 불거지면서 필요할 때마다 현안을 챙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주요 계열 CEO 등과 오찬을 갖고 보고를 받는 등 정례화했다.
사면복권과 경영복귀의 이유였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삼성 안팎으로 충분한 명분을 쌓게되면서 경영 전반에 대한 직접적인 현안 챙기기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미래전략실의 역할까지 하면서 미래전략실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구조본 시절 이학수 고문이 이 회장의 2인자 역할을 하면서 그룹전반의 업무를 챙겨왔던 것과 달리 현 미래전략실의 수장인 김순택 부회장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용 사장도 업무 직접 챙겨
또한 이재용 사장의 역할이 커진 것도 미래전략실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이제용 사장은 승진 이후 오너 3세의 역할 분담과 함께 본격 후계자로서 업무방향을 넓혀나가고 있다. 최근 이 회장과 함께 각 계열사 사장단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그 역할 또한 커진 상황이다. 이 회장에 이어 오너 후계자 역시 직접적인 미래전략실을 거치지 않고 업무를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래전략실은 구조본, 전략기획실 때와 달리 규모와 인원면에서 뒤처지고 있는 점도 그 위상을 빛바래게 했다. 현재 미래전략실 인원은 100여 명 수준이다. 과거보다 훨씬 적은 인원이 더 많은 일을 맡아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미래전략실은 과거 비서실을 넘어 계열사의 성과 측정이나 비리감사와 같은 사후관리 기능, 계열사간 업무조정, 미래먹거리 사업을 찾아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 구조본 시절 강력했던 삼성 장악력도 이제는 옛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비서실 시절보다 삼성그룹 규모가 몇 배로 커졌는데 그룹 미래전략실 규모는 오히려 줄었다”며 “최근 이회장의 직접 업무까지 챙기면서 미래전략실의 위상이 많이 떨어진게 사실이다. 앞으로 이 회장을 보좌하려면 미래전략실의 인원 확충 등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런 얘기는 아직까지 나오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래전략실 인력 늘려야” 지적도
이런 상황에서 삼성은 6월 15일 미래전략실 경영지원진단팀장(감사팀장)에 정현호 삼성전자 디지털이미징사업부 부사장을, 인사지원팀장에 정금용 삼성전자 전무를 각각 내정했다. 직원들의 나태와 부정을 질타한 이후 이뤄진 조치로, 향후 경영진단팀을 중심으로 한 인적 쇄신을 위해서라는 것이 일각의 공통된 지적이다.
미래전략실 산하에 있는 경영진단팀은 정직원은 20여명으로 구성됐다. 더불어 삼성 계열사별로 별도의 경영진단팀이 거미줄처럼 포진해 독립조직으로 감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은 삼성 테크윈 비리에 이어 삼성의료원에 대한 내부감사가 이뤄지고 있다. 삼성의료원 이대한 내부감사는 단순히 계열사 한 곳에 대한 감사가 아닌 삼성 계열사들에 퍼져있는 부패 척결에 대한 일련의 과정으로 풀이된다.
삼성서울병원과 강북삼성병원은 지난 6월 중순부터 삼성그룹 경영진단팀의 내부감사를 받고 있는 것으
로 알려졌다. 삼성의료원이 내부감사를 받는 것은 1994년 설립 이래 처음이다. 이번 삼성의료원에 대한 그룹의 내부감사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리베이트(부당판촉활동)를 받은 대형병원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것을 두고 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 때문에 감사 기능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미래전략실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삼성테크윈 사태를 계기로 계열사를 현미경 보듯 살펴보는 감사 기능이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서다.
변화바람 요구되는 미래전략실
재계 인사들이 삼성테크윈 감사 사태를 계기로 삼성그룹에서 가장 먼저 변화될 곳으로 미래전략실을 꼽았다. 성과 측정ㆍ감사 기능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미래전략실의 역할이 더 강조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앞으로 감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그룹 미래전략실의 위상이나 규모를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며 “예전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이 회장의 직접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미래전략실은 ‘창의와 혁신’을 2011년 삼성그룹의 경영모토로 정했다. ‘창의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도약’을 모토로 해 내년 10대 경영 과제인 시장 선도를 위한 경쟁력 강화, 기술리더십 확보, 새로운 성장동력 집중발굴 육성 등 완성하겠다는 뜻이다. 이에따라 미래전략실은 과거와 같이 앞으로 그룹 전반을 챙기는 중요한 역할을 해나가야 상황에 직면해 있다.
삼성 “역할 잘 해내고 있어”
반면 삼성은 미래전략실이 조직은 작아졌지만 여전히 일을 잘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건희 회장을 출근으로 미래전략실도 긴장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업무 등 일상적인 상황은 잘 처리하고 있으며 이건희 회장에게도 업무를 보고하는 등의 역할 또한 잘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예전 구조본이나 전략기획실이 계열사 위에 군림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김순택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을 맡으면서 그런 조직문화는 없애야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며 “이 때문에 그런 부분을 배제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다 보니 일각에서 위상이 떨어졌다는 표현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래전략실 조직 인원이 축소된 것에 대해서는 “인원은 작아졌지만 그만큼 일을 효율적으로 하고 있다”며 “미래전략실 역할은 이건희 회장의 위기의식과 변화의지를 반영해 각 계열사 간 시너지 높이는 역할과 각 계열사가 하는 일을 지원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