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부르는 층간소음, 대책은 없다?
살인부르는 층간소음, 대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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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다툼에서 방화까지…“소음이 그냥 소음 아냐”

같은 아파트에서 소음 때문에 협박, 살인 등 범죄 잇따라
층간소음 때문에 한순간 화나는 건 유명인들도 예외 아냐
2009년 소음·진동 민원 건수는 총 4만2400건으로 집계돼
분쟁 많지만 층간소음 경우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아파트나 연립주택에서 층간 소음·진동문제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층간소음의 경우 줄어들고 있는 공사소음과 달리 계속해서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분쟁조정 과정이라는 절차가 생겼고 그 피해보상 금액도 한층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관련법규도 없는 실정이라 근본적인 문제해결책은 전무한 상태다. 결국 층간소음으로 이웃간의 언성이나 몸싸움은 폭행, 방화, 심지어는 살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층간소음 문제로 인해 이웃간의 다툼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경남 창원서부경찰서는 8월 9일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윗집에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로 정모(37)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씨는 지난 8일 오후 11시20분께 창원시 의창구 자신의 아파트 위층 김모(44)씨의 집을 찾아가 휘발유를 담은 소주병에 불을 붙여 현관에 던진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윗집이 쿵쿵거리며 시끄럽게 해 화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음문제로 협박까지

이런 가운데 아파트 층간 소음문제 때문에 각종 협박을 일삼은 모녀가 법원의 처벌을 받기도 했다. 울산지법 형사3단독은 6월 7일 층간 소음문제로 다투면서 아래층 부부를 협박하고 재물을 손괴한 죄로 기소된 최씨 모녀에게 각각 징역 8월과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딸에겐 16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했다.

울산 남구에 사는 최씨 모녀는 지난해 4월부터 아래층에 사는 B(50)씨 승용차 뒷 타이어 2개를 미리 준비한 도구로 찔러 펑크내는 등 차량과 아파트 출입문 등을 6차례나 파손했다.

또 이들 모녀는 지난해 8월 중순 아래층 C씨(50·여)가 근무하는 학교에 전화를 걸어 "가만히 안 놔두고, 죽여 버리겠다. 교장 바꿔라"는 등 각종 욕설을 동원해 수차례 협박하기도 했다.

법원은 “층간 소음문제가 시비가 됐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그 동기에 납득할 부분이 없지는 않으나, 범행 수법 및 그 정도가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격하고 파괴적이다”며 “결국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피해자들은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무릅쓰고 다른 주택으로 이사를 하게 된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그 행위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에서는 40대 남성이 층간소음을 문제로 위층에 사는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상처를 입혔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3월 3일 층간소음을 문제 삼아 이웃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상해 등)로 김모(4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다가구 주택에 사는 김씨는 지난 2일 오전 9시께 자신의 집 바로 위층에 사는 전모(28.여)씨가 출근할 때 다가가 흉기로 위협하다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경찰에서 평소 층간 소음 문제로 전씨에게 감정이 많았다고 진술을 했고, 전씨는 흉기를 피하려다 왼쪽 손의 일부 신경이 파열되는 상처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간의 다툼이 살인사건으로까지 번져 충격을 준 일도 벌어졌다. 지난 3월 17일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아래층, 위층 주민 간 층간소음문제는 살인사건을 불렀다.

한순간 분 참지 못해 살인도

대구 수성경찰서에 따르면 1층에 살던 배모(47)씨는 3년 전부터 층간소음문제로 다투어 오던 바로 위층에 사는 이모(37)씨를 이날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날 오전 3시 10분쯤 배씨는 자신의 집을 찾아온 이 씨와 다투다 순간적으로 분을 참지 못해 이 씨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30년 전에 지어진 것으로 4층짜리 건물 두 동이 들어서 있다.

대구 수성경찰서 측은 “배씨가 위층에서 시끄럽고 냄새가 난다며 이사 온 3년 전부터 이 씨에게 항의를 해왔다”고 전했다. 또한 “평소 잦은 말다툼이 있었고 작년 7월에는 다툼으로 인해 벌금 20만 원으로 합의를 보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배씨와 이씨의 갈등에 대해 동네 주민들은 “배 씨는 이사를 오자마자 이 씨와 소음으로 다퉜고 위층에서 나오는 소리를 녹음해서 밤마다 틀어놓기도 하며 3년 내내 싸워왔다”며 “배 씨가 예민한 사람인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4월에도 경기도 남양주에서도 이 같은 문제로 살인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층간소음 때문에 차량을 파손하는 일도 벌어졌다. 층간 소음을 참다못한 남성이 수십 차례에 걸쳐 윗집 남자의 차를 파손했다가 경찰에 입건됐다. 광주 남부경찰서는 지난해 12월 23일 재물 손괴 혐의로 조모(4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그는 경찰에서 “윗집에서 나는 소리가 너무도 거슬려 차량을 파손한 것은 잘못이지만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며 선처를 호소했다.

조씨는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총 19차례에 걸쳐 광주 남구 진월동 자신의 아파트 바로 위층에 사는 서모(35)씨의 승용차를 차량 열쇠로 긁어 파손했다.

기업가, 야구방망이 들고 찾아가기도

유명인들도 층간소음 앞에서는 예외일 수 없었다. 김용서(70) 전 수원시장도 층간소음에 항의하는 아래층 주민 이모(58·여)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시장은 지난 2월 23일 오후 5시30분께 수원시 망포동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씨가 “밤늦게 러닝머신 타는 건 무식한 사람”이라는 등의 말을 하자 이에 격분, 말싸움을 벌이다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이씨의 멱살을 잡아 밀치며 정강이를 걷어찬 혐의다.

특히 맷값 폭행으로 최근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최철원 M&M 전 대표(41)는 2006년 6월 자신의 아래층에 살고 있던 외국인이 층간소음에 항의하자 야구방망이를 들고 찾아가 협박을 한 사건은 유명한 일화로 꼽힌다.

이처럼 층간소음은 각종 분쟁을 일으킨다. 3월 6일 환경부에 따르면 2009년 소음·진동 민원 건수는 총 4만2400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주요 소음 배출업소나 공사장 소음 관련 민원은 약간 감소했다. 반면 공동주택 층간소음 민원은 2008년과 비교해 26%가 증가했다.

늘어난 민원 건수만큼 피해분쟁 조정으로 이어진 사례도 많았다. 층간소음 관련 조정 건수는 지난해 말까지 총 1922건으로 전체 분쟁조정사건의 86%를 차지했다.

환경분쟁조정위 운영, 합의 이끌어내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늘어나자 행정당국도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특히 서울시는 공동주택 층간소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조정위는 층간소음 분쟁 관련 신청서를 접수해 합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조정위는 손해배상이 주를 이루는 소송과 달리 알선·조정·재정 등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피해배상 금액도 한층 커졌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올해 초 생활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피해배상액을 30% 인상키로 결정했다.

기준초과정도가 5~10㏈이고 피해기간이 1월 이내인 경우 소음의 경우 배상액은 기존 17만원에서 22만1000원으로, 진동은 8만5000원에서 11만1000원으로 인상됐다.

게다가 소음과 진동이 동시에 기준을 초과할 경우 배상액이 많은 쪽에 30%를 가산토록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웃간에 문제가 대화로 해결되지 않을시에 환경분쟁조정위에 중재를 요청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고 말했다.

근본적인 대책, 층간 두께 늘리는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대책은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즉 층간소음을 막는 근본적인 방법은 결국 층간 두께를 늘리는 것 외에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고 전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건축시부터 구조적인 방안으로 층간 소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4년 개정된 주택건설기준은 각 층간 바닥충격음을 경량충격음 58㏈ 이하, 중량충격음 50㏈ 이하로 규정하고 있지만 2004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그나마 층간소음으로 인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 시공단계부터 바닥재와 천장재에 관심을 기울이는 상황이지만 이미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일각에서는 국민소득 수준이 올라가면 그에 따라 건축비가 올라가면서 자연스레 층간 두께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 역시 층간소음을 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SK건설은 SK케미칼과 공동으로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 구조를 개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국내 차단성능구조 최고 등급인 `중량충격음 1등급`, `경량충격음 차단 1등급`을 국내 최초로 인정받았다고 8월 17일 밝혔다.

층간 소음은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인 중량충격음, 의자 등을 끄는 소리인 경량충격음으로 나뉘는데, 기존 아파트에 사용하고 있는 바닥충격음 저감용 제품들은 대부분 중량충격음 차단성능 3∼4등급 수준으로 최소 법규 기준(4등급, 50dB)만 충족하고 있다.

SK건설이 이번에 개발한 ‘중량충격음 1등급’ 제품은 중량충격음이 40dB(냉장고 등을 포함한 가정 평균 생활 소음 수준) 이하로 중량충격음 최소 기준인 50dB보다 10dB 이상 낮췄다.

이 때문에 층간소음 문제의 해결 방법으로 재판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은게 층간소음이다. 층간소음 문제의 재판에서는 층간소음 처벌에 관한 명확한 법규정이 없는데다 이 소음진동을 공동주택생활에서 오는 불가피한 부분으로 보고 ‘수인(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에만 처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 입장에서도 소송에 필요한 피해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게 우선인제 이럴 경우 전문 소음진동업체에 의뢰해야 하는 등 비용도 만만치 않다. 또한 처벌한다고 해도 몇십 만원 정도의 배상과 경범죄 처벌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재판해도 경범죄 처벌 그쳐

반면 아파트 주민들이 단체로 건설사를 상대로 소송을 건 사례도 있었다. 고양시에 사는 아파트 주민 96명은 “건설회사가 각층 바닥 슬래브 위에 당초 설계도상의 스티로폼과 콩자갈층 대신 기포 콘크리트를 시공하고 바닥 슬래브로부터 마감 레벨까지 두께도 설계도보다 얇게 시공하는 바람에 윗집에서 화장실을 사용하는 소리나 전화벨 울리는 소리 등이 아랫집에 모두 들리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건설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결국 서울지방법은 이 사건에서 건설회사가 주민들에게 총 5억 9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같은 방법도 허위광고나 설계와 다르게 지웠을 경우만 해당하고 대다수 층간소음사례와는 다르기 때문에 실절적인 법적대응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현재 층간소음과 관련된 법은 환경부 소관인 ‘소음진동관리법’과 국토부 소관인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있지만 확성기나 공사장 소음 등의 경우 명확한 소음기준이 마련돼 있지만 층간소음의 경우는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즉 환경분쟁 또는 법적 규제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과 규정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 법으로 해결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이에 한 전문가는 “주무 부처인 환경부와 국토부가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 빨리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외국사례처럼 관련법규 마련해야

외국에서도 소음이 사회문제를 불러일으킨 사례는 많이 있다. 뉴욕시의 브롱크스에선 한 흑인 야간노동자가 소년들이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소리에 잠을 잘 수 없어 이성을 잃고 살인을 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지난 1974년 일본 가나가와현에서는 이웃집의 피아노 연습소리가 시끄럽다며 한 중년사원이 쇠망치로 3명의 모녀를 살인한 사건이 있었으며 1982년 도쿄에선 한 대학생이 이웃집의 TV 및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일가족 5명을 집단 살해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이에대한 규제방법이 어느 정도 엄격하게 마련돼 있다. 현재 가장 효과적으로 소음방지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의 주요 정당들은 각종 선거공약에 소음방지계획을 포함시키는 등 소음을 중요한 문제로 인식해 왔다.  독일의 경우 연방질서 위반법(제117조 제1항)을 통해 소음을 규제하고 있다. 집단주택 내에서 공공 또는 이웃을 괴롭히거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불필요한 소음의 배출을 위법으로 정해 위반 시 과태료 약 630만 원까지 부과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또 공해방지법(제11조, 제14조)은 집단주택·아파트에서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소음을 일으키는 악기연주와 음향재생기 사용을 금지하는 등 그 규정이 엄격하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외국의 사례처럼 관련법규를 마련하고 층간 두께를 더욱 강화하고 흡입제를 넣는 등 건축시 구조적 방안도 제기해야 한다”며 “주민들 역시 아파트 자체적으로 관리 규정을 마련하는 등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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