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상반기 순이익 9조1679억, 삼성보다 1조643억 많아
SK 매출액 112조5133억 기록…삼성 109조898억보다 앞서
IT제품 수요 크게 줄어든 반면 경쟁 오히려 격화 삼성에 짐
일각 “원격경영 대신 직접 출근 진두지휘했지만 결과 실망”
현대차그룹이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삼성그룹을 앞섰다. 그동안 IT산업에 가려졌던 자동차산업이 한국경제의 중추인 사실이 다시 일깨우는 순간이자 정몽구식 글로벌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점이 이번에 실체화된 것이다.
반면 이건희 회장은 격화되는 글로벌 IT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이 순이익과도 직결돼 체면을 구겼다. 특히 매출부분에서는 SK그룹에게도 밀려 재계순위 1위라는 자존심이 빛을 바랬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직접 본사로 출근하며 그룹 전반을 진두지휘하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삼성이 침체기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4일 한국증권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 등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 작성 대상 현대차그룹 상장사들(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12월결산 법인)의 1∼6월 순이익이 모두 9조167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 6조4357억원보다 2조7322억원(42.5%)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순이익은 10조2066억원에서 8조1036억원으로 2조1031억원(20.6%) 줄었다. 이로써 두 그룹의 순이익 차이는 역전돼 현대차가 삼성보다 1조643억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모습은 IT업황 부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IT제품의 매출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쟁은 오히려 격화된 탓에 제품 단가가 급락했다.
영업이익-순이익 20% 이상 줄어
이로 인해 삼성그룹의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8.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4.3%, 순이익은 20.6% 각각 줄었다.
영업이익에서는 삼성이 올 상반기 8조9178억원으로 전년동기 11조7814억원보다 24.3% 줄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6조6335억원에서 8조6989억원으로 31.4% 증가했다.
그 결과 두 그룹의 영업이익 차이는 2189억원으로 줄었다. 작년 상반기 격차가 5조1479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이가 대폭 감소한 것이다.
매출액도 삼성이 현대차보다 많지만, 그 차이는 줄었다. 상반기 매출액은 삼성 109조898억원, 현대차 93조1501억원으로 격차가 15조9397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간 격차는 1년 만에 38.5% 감소했다
이러한 실적의 역전 현상은 주가로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삼성은 시가총액이 지난 2일 기준221조3841억원으로 현대차의 140조1639억원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삼성의 시가총액은 전년 말 대비 44조9755억원 감소했고 현대차는 31조1059억원 늘어났다.
최근 1년 사이에 삼성그룹이 삼성전자의 부진 등으로 주춤하는 동안, 현대차그룹은 신차의 글로벌 판매를 크게 늘리면서 삼성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인 것이다
또한 삼성그룹의 매출 역시 SK그룹에 뒤처지는 등 1위의 체면을 완전히 구기게 됐다. SK그룹의 순이익은 5조10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조6490억원보다 40.0% 늘어난 데다, 매출액은 112조5133억원을 기록하며 삼성그룹(109조898억원)과 현대차그룹(93조1501억원)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이같은 부진에 대해 미국경제 침체와 반도체 제품 수요가 줄어든 것을 이유로 꼽았다. 올해 들어 IT산업은 유럽재정위기와 미국 경기침체 등이 겹치면서 크게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침체로 IT제품 수요는 크게 줄어든 반면 경쟁은 오히려 격화되면서 제품 단가는 급락했다. 올해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79% 늘었지만 단가는 36% 하락하면서 전체 IT 제품 수출 실적은 악화됐다. 이 같은 업황 부진은 삼성의 상반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IT산업 침체에 경쟁자 견제 커
게다가 세계 IT업계를 주도하는 애플은 최근들어 삼성을 상대로 잇달아 특허 소송을 제기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고, 삼성의 협력자였던 구글은 모토로라 인수하며 새로운 경쟁자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앞으로 1~2년이 삼성전자의 미래가 어떻게 변화될지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애플은 올해 들어 경쟁 업체인 애플은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올리면서 삼성이 설 자리를 뺏고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글로벌 IT업계를 주도하는 애플은 특허소송을 통해 삼성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독일에서는 태블릿 PC인 ‘갤럭시탭 10.1’, 네덜란드에서는 스마트폰 ‘갤럭시S 2’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조치가 내려졌다.
삼성 측은 소송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승리를 자신하고 있지만, 글로벌 선두업체인 애플의 파상공세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구글은 최근 휴대전화 업체인 모토로라를 인수하며 하드웨어 사업까지 발을 들여놓았다. 애플에 비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후발주자였던 삼성은 그동안 갤럭시 S 시리즈 개발을 통해 애플을 무섭게 추격했다. 이처럼 삼성이 단기간에 애플을 추격할 수 있었던 데에는 삼성의 우수한 하드웨어 기술이 큰 역할을 했지만,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것도 큰 효과를 봤다.
하지만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삼성은 이제 OS 개발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하드웨어 전문 업체인 삼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프트웨어 부문의 경쟁력을 제대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이 IT부분 경기침체와 경쟁업체의 견제로 지속적인 부담을 받아 이같은 결과가 초래된 것으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상반기 매출과 순이익을 결과를 두고 삼성에 위기가 찾아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삼성과 다른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던 애플과 구글이 강력한 경쟁상대로 떠오르면서 삼성의 위기감은 한층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건희 직접 챙겼지만
특히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본사 출근이 정례화하고 보고도 직접 챙기는 등 그룹에 긴장감을 강화했지만 상반기 매출과 순이익에서 국내기업에 뒤쳐지는 수모를 당하는 등 그룹 안팎에서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은 애플의 아이폰이 나오기 전까지 휴대전화 시장의 최강자였다. 화려한 디자인의 하드웨어는 전세계 사용자들을 매료시켰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 진입 후 과거의 영광은 빛을 잃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않은 한 위기감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IT업계는 전반적인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과 D램 반도체 등 주력 제품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올해 하반기에도 계속 부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가 실적의 버팀목이 되긴 하겠지만 반도체 가격 하락 영향으로 상반기보다 실적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PC 생산 1위 기업인 HP는 PC 부문을 분사하기로 했고, 2위 기업인 델도 올해 실적 전망치를 낮췄다”며 “워낙 전자업계가 고전 중이다 보니 삼성도 예외일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삼성 경영스타일 차이?
일각에서는 현대차의 상승과 삼성의 추락에 대해 정 회장과 이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비교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도약은 아무래도 그룹 차원에서 진행해 온 품질 최우선 경영의 결실이다. 품질경영은 정몽구 회장이 펼쳐 온 경영철학의 기본이다. 출범 초기인 2000년대 초반만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삼았던 현대기아차의 놀라운 대변신인 셈이다.
특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장감독형’이다. 국내외 사업장을 자주 방문하며 간혹 예고 없이 찾을 때도 있다. 현장에서는 생산라인과 제품을 꼼꼼히 살핀다. 현장에서 불호령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취임 반년도 안 된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장이 정 회장 방문 직후 교체된 데 대해선 “회장의 현장 방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경질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정 회장은 2008년 말부터 그동안의 품질경영 기법을 한 차원 높인 ‘창조적 품질경영’을 선언하고 이를 적극 추진해 나갔고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밀려온 세계 자동차시장의 위기를 품질이라는 기본에 충실함으로써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 이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2년 만인 지난해 3월 경영에 복귀했다. 그가 자리를 비운 2년간 삼성은 외형만 보자면 큰 문제없이 성장했다. 하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삼성은 70개가 넘는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 회장의 공백기에 삼성은 ‘계열사 자율경영체제’로 움직였다. 하지만 실상은 계열사끼리만 신경을 썼다. 이 시기 삼성에서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작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갖는 한계”라며 “실패의 책임을 지기 싫어한 탓에 어느 누구도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최근 원격경영 대신 직접 출근을 선택하며 진두지휘를 펼쳤지만 결과를 놓고 봤을 때 실망스럽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이 회장이 출근을 결심한 이유가 바로 그룹의 주력인 전자산업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지만, 특별한 대책은 부재였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같은 결과가 이번 삼성의 상반기 매출과 순이익에 그대로 적용되고 말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성장동력, 긴장감 조성 필요해
업계에서는 정 회장에게 밀린 이 회장이 앞으로 똑같은 굴욕을 당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 즉 신성장동력과 경쟁력, 하드웨어에서 벗어난 소프트웨어 분야의 투자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흘러간다면 삼성은 앞으로 더욱 험난한 파도를 겪을 수 있다고 업계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이 회장이 얼마전 삼성테크윈 등 비리 사태로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 부정을 뿌리 뽑아야 한다”며 감사조직을 쇄신을 강조한 바 있다.
삼성 “신경쓰지 않는다”
반면 삼성그룹에서는 이번 발표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삼성전자는 반도체 , LCD TV, 휴대폰 등의 부문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전자업체라는 것이다.
삼성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금융계열 부분이 집계에서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규모가 큰 비상장사도 있어 이것을 두고 역전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선전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낸다”면서도 “국내를 기준으로 상황을 보는 것이 글로벌 기준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정확한 집계 기준을 알 수 없지만 이번 발표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위기와 IT분야 침체 상황에 대해서는 “삼성은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