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에 장충기 커뮤니케이션 팀장 임명
구조조정본부 해체 이후 3년 만에 ‘실-차장 시스템’ 가동
삼성 “이건희 회장 복귀 후 늘어난 실장 업무 보좌 역할”
재계 “계열사 현안 챙기면서 승계 작업 주도할 가능성 커”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미래전략실의 위상이 강화됐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당시 강력한 조직 장악력을 발휘했던 때와 같은 체제로 바뀐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최근 전면에 나서면서부터 역할이 작아졌던 현 미래전략실이 차장직이 부활되면서 전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에서는 회장관련 업무의 증폭에 따른 조치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 회장이 경영복귀 이후 차장직의 신설은 미래전략실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강화로 해석되기 충분하다는게 주변의 평가다.
삼성은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미래전략실 차장으로 장충기(57)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장을 임명했다고 9월 21일 밝혔다. 김순택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바로 밑의 2인자 자리다. 삼성측은 “이건희 회장이 4월부터 정기 출근하면서 회장 보좌, 계열사 지원, 미래 신수종 사업 발굴 등 미래전략실 업무가 크게 늘었다. 실장을 보좌할 차장이 필요해 선임 팀장인 장 사장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역대 사령탑 두루 거친 기획통
장 차장은 경남 밀양 출신으로 부산고,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와 1978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삼성 회장 비서실 기획담당 이사보, 삼성 기업구조조정본부 기획팀 상무·전무·부사장을 지냈다. 2009년 사장으로 승진해 삼성브랜드관리위원장을 맡다가 2010년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옮겼다. 역대 사령탑 기능을 담당한 비서실,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을 모두 경험한 셈이다.
장 차장의 경우 미래전략실 내에서도 보좌기간이 제일 길다는 점과 이 회장의 심중을 누구보다는 잘 안다는 점에서 실장직을 맡은 것으로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2008년 4월 구조조정본부 해체 이후 3년여 만의 실·차장 시스템 부활이다. 당시에는 이학수 실장-김인주 차장 체제였다.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인 20일 정기 출근해 미래전략실 팀장들과 점심을 하며 이런 내용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전략실 조직을 보강해 기능을 강화하라고 지시인 것이다.
2008년 구조조정본부 해체 이후 3년만에 실-차장 시스템이 가동됐다. 당시에는 이학수 실장-김인주 차장 체제였다.
구조본 체제와 유사
차장자리가 부활되면서 2008년 6월 삼성 특검 이후 해체된 전략기획실의 뒤를 이어 지난해 12월 신설된 미래전략실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일각에서는 ‘김순택 실장-장충기 차장’ 체제가 과거 구조본 시절의 ‘이학수 실장-김인주 차장’ 체제와 유사한 측면도 있다는 점을 들어 과거 구조본과 같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전략실의 시초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故)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 시절 비서실에서부터 출발한다. 옛 그룹 비서실 규모는 방계조직까지 합치면 300여 명에 달했다.
1987년 12월 이건희 회장이 취임하면서 한때 비서실 역할이 축소되기도 했다. 계열사별 자율경영을 중시한다는 취지에서다.
이후 1998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그룹 구조조정 기능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구조조정본부’로 이름을 바꿨다. 외부에 적극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이 때부터다.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을 총 지휘하면서 그룹의 투자 및 전략수립은 물론 인사권한까지 아우르는 최강의 실권조직으로 맹위를 떨쳤다. ‘관리의 삼성’이란 별칭도 이때부터 회자됐다. 구조조정본부 시절에도 150여 명 수준이었다.
이후 2006년 3월에는 ‘전략기획실’이라는 명칭으로 또 다시 변경됐다. 2005년 X파일 사건이 터진 뒤다. 기존 1실 5팀의 조직도 '전략기획팀-인력지원팀-기획홍보팀' 등 3개 팀체제로 축소됐다. 이후 2008년 4월 삼성 특검 사태로 전격 해체되는 운명을 맞았다.
전략기획실은 사실상 삼성 각 계열사 위에 군림하는 조직으로 ‘무소불위’의 조직으로 인식돼 왔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전략기획실이 삼성의 세속 경영체제를 공고히 하는 조직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학수 고문은 1997년 회장 비서실장에 오른 후 구조조정본부장과 전략기획실장을 맡으며 그룹 내 2인자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이건희 회장의 손발, 혹은 그림자로 불렸다. 이 고문은 지난 2008년 전략기획실 해체 당시 일체의 직을 사임했다.
이 회장 진두지휘 힘빠진 미래전략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미래전략실이다. 2008년 7월 과거 전략기획실이 공식 해체된지 2년 4개월 만이다. 2010년 12월 3일 미래전략실은 정식으로 발족해 업무에 들어갔다.
미래전략실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고 미래에 대비하라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진 조직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계열사들의 역량을 모으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미래전략실은 실장인 김순택 삼성전자 부회장 밑에 전략 1팀, 전략 2팀, 경영지원팀, 커뮤니케이션팀, 인사지원팀, 경영진단팀 등 6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애초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 전자계열사를 담당하는 전략1팀, 김명수 전무가 삼성의 나머지 계열사를 총괄하는 전략2팀을 각각 이끈다. 재무 중심의 경영지원팀은 전용배 전무, 새로 차장직에 선출된 장충기 사장이 당시 홍보 중심의 커뮤니케이션팀을 각각 맡았다.
그런데 애초 이건희 회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미래전략실의 위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2년 만인 지난해 3월 경영에 복귀했다. 이 회장이 자리를 비운 2년간 삼성은 별 문제가 없었지만 실상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작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전문경영인 체제가 갖은 한계 때문에 대규모 투자결정도 쉽게 내려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4월에는 그동안 멀리서 경영지시를 내렸던 방식 즉 지난 20년간 한남동 자택과 승지원에서 업무를 챙겨왔던 스타일을 벗어던지고 서초동 삼성타운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그의 정기 출근을 두고 초기엔 “느슨해진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실제로 이 회장은 6월 8일 삼성테크윈 내부 비리를 문제 삼아 조직 전체의 기강 잡기에 나섰다.
전 계열사에 대한 강도 높은 사정이 전개됐고, 삼성테크윈 삼성카드에선 최고경영자 및 최고재무책임자가 옷을 벗게 됐다. 주력 삼성전자에서도 사장급 사업부장이 경영책임을 지고 경질됐으며, 그룹 핵심보직인 미래전략실 인사팀장과 감사팀장까지 교체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업무보고까지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최근 화요일과 목요일 주2회 출근을 정례화 하는 듯 했던 이건희 회장의 사옥 출근이 상시화 되는 분위기다. 최근 안팎의 주요 이슈 등이 불거지면서 필요할 때마다 현안을 챙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주요 계열 CEO 등과 오찬을 갖고 보고를 받는 등 정례화 했다.
미래전략실 역할 강조 한목소리
재계 관계자는 “과거 구조본 시절 이학수 고문이 이 회장의 2인자 역할을 하면서 그룹전반의 업무를 챙겨왔던 것과 달리 현 미래전략실의 수장인 김순택 부회장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래전략실은 구조본, 전략기획실 때와 달리 규모와 인원면에서 뒤처지고 있는 점도 그 위상을 빛바래게 했다. 현재 미래전략실 인원은 100여 명 수준이다. 과거보다 훨씬 적은 인원이 더 많은 일을 맡아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미래전략실은 과거 비서실을 넘어 계열사의 성과 측정이나 비리감사와 같은 사후관리 기능, 계열사간 업무조정, 미래먹거리 사업을 찾아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삼성 구조본 시절 강력했던 삼성 장악력도 이제는 옛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재계 인사들이 삼성테크윈 감사 사태를 계기로 삼성그룹에서 가장 먼저 변화될 곳으로 미래전략실을 꼽았다. 성과 측정ㆍ감사 기능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미래전략실의 역할이 더 강조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이번 인사가 전격적으로 이뤄지면서 미래전략실의 위상이 다시 서기 시작했다. 이 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미래전략실의 역할이 강화시킨 것도 그룹 전반의 기강문제를 비롯해 일련의 사태를 다잡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미래전략실 체제를 강화ㆍ정비하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재계 “위기속 친정체제 강화 목적도”
또한 재계에서는 이번 차장직 부활에 대해 이 회장이 친정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자신의 측근을 요직에 맡겨 자신이 구상한 정책을 실천할 수 있게 하는 체제를 만든다는 구상인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이 회장은 신경영 초창기처럼 의욕적으로 경영 전반을 챙기거나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차장제를 둬왔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 회장은 반도체·LCD 등 기존 주력 사업은 위축되고 미래 성장 동력 발굴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삼성의 위기라고 판단일 수도 있다는 게 재계 일각의 지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차장직 부활에 다른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는 의견도 없지 않다. 비서실, 구조본, 전기실, 미래전략실을 모두 거친 장 차장이 그룹의 최대 현안인 3세 경영권 승계 뿐 아니라 상속 및 계열 분리를 위한 밑그림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순택 실장은 회장 보좌와 수행 같은 대외업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장 차장은 계열사 현안을 챙기면서 승계 작업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일각에서는 제기되는 주장에 대해 “이 회장이 출근하면서 실장의 일이 늘어나면서 이를 보좌할 역할이 필요해서 차장직이 도입된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성그룹 관계자 역시 “일각에서 얘기하는 차장이 승계 작업을 주도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어낸 얘기”라며 “미래전략실 업무량이 많아져 실장을 보좌할 체제가 필요했던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번 차장직 부활로 미래전략실의 위상이 다시 강화됐다는 것에 대해선 대부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미래전략실의 역할이 옛 구조본의 역할을 이어받아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기대감이 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에서는 미래 신성장동력 사업의 육성을 주 업무로 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 위기를 맞아 미래전략실의 폭넓은 역할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며 “그동안 치밀한 업무 추진능력을 발휘해온 장 차장이 커뮤니케이션팀장 역할을 넘어 그룹 내 어떤 활약을 할지 지켜보면 미래전략실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