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이후 정국의 풍향계가 분주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나름의 원인 분석과 민심을 잡기위해 총력을 경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그 모든 것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향한 정치적 교두보 형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 치러질 총선과 차기 대선은 한국 사회를 이끄는 진보, 보수 양축의 주도권을 결정하는 분수령으로 이번 재보궐선거가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이후 민정당(노태우), 민자당(김영삼)으로 이어진 보수진영과 국민회의(김대중), 새천년민주당(노무현)으로 이어진 진보 진영이 10년씩 각각 집권했다. 이명박 정부의 보수진영이 다시금 집권을 하는지 아니면 진보진영이 재입성하게 될는지 1년을 남겨둔 시점의 정치권은 재보궐 선거 결과의 영향속에서 혼미를 거듭할 것이다.
그러나 10.26 선거 이후 대세론의 상징이던 박 전 대표와 유력 후보가 부각되지 않고 지지부진한 통합 논의만 무성한 범야권, 시민사회세력의 안 원장 등과 여기에 대선 정국의 합종연횡과 빈틈 속에서 저마다 입지 강화를 위해 진로를 고심 중인 각 정파간의 사활을 건 선거전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다 내년은 한국을 비롯해 한반도 주변 4대 강대국 모두가 정권교체기에 들어서고, 3대세습 이후 북한의 핵개발과 군사적 모험주의, 일본의 위기국면 이후의 변화, 중동의 불안요소 및 국제테러에 대한 우려 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크다. 이같은 대내외적 변화와 맞물려 선거이후 정국 움직임은 새판자기, 내홍, 대세론 확산, 역전론 대두 등 선거결과를 놓고 후폭풍이 거세게 불어 닥칠 것은 자명하다.
10.26 선거를 10여일 앞두고 여야 모두 필승을 다짐하며 우세를 주장하고 있지만 선거결과 여부에 따라 양 진영의 희비는 극명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여 승리시, 박근혜 대세론 날개달며 확산
패배시 정파간 극심한 내홍 시작!
한나라당의 경우 10.26 선거에서 승리하면 무엇보다도 그동안 불어닥친 ‘안철수 신드롬’이 일시적인 바람에 불과했다는 것을 내세우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흔들리던 '대세론'에 날개를 달면서 수세에서 벗어나 정국 주도권까지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신드롬’으로 인한 그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를 철회하거나 유보했던 지지층의 동요를 차단하는 것은 물론 부동층으로 돌아섰던 유권자들의 '회귀'도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친이계 역시 그동안 비우호적인 형태를 지속시킬 명분이 사라지는 시너지 효과도 얻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정치권 '대세론'의 풍향계로 각 진영이 지지대열에 가세하는 결과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총선의 경우와 달리 대선 상황에서는 충청 민심의 캐스팅 보트 역할이 대세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충남북과 대전 유권자는 350만명 정도로 전체 유권자의 10분의 1 정도이지만, 영호남으로 갈린 역대 대선에서 막판 판세를 갈랐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내년 대선에서 선택의 폭을 넓힐 충청권은 한나라당과 범야권 사이에서 관망세를 보이다 대선 막판에 가서야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대세론에 부정적인 영향보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선거패배 시 친이 친박 양 진영 모두 극심한 내홍과 새판짜기 등의 후폭풍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박 전 대표와 친이계의 분열 가능성이 표면적으로 그리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양쪽 모두 한나라당에서 이탈할 경우 엄청난 비난 여론에 직면해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진영이 딴 길을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타난다. 재보선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대립으로 그동안 잠복해 있던 양측 간 감정이 다시 대두돼 경선과 관련한 갈등이 격화할 경우 제 갈 길을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측은 여전히 대세론을 강조할 것이고, 친이계 등은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을 비롯한 새로운 대항마 찾기에 분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그동안 독주하다시피한 ‘박근혜 대세론’은 선거패배로 당내 경쟁 구도를 다자간 경쟁 구도로 바뀔 촉매제 역할을 할수도 있다. 흠집이 난 대세론을 바탕으로 친이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을 것이고, 소장 후보들도 출마를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같은 당내 분열은 자칫 총선 후보자 선출과 맞물리며 총선의 분위기가 조기과열되면서 후보 간 경쟁이 당내 파열음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늘고 있다. 이와함께 소장그룹을 중심으로 보수로 편향된 당의 정체성을 지적하는 의견들이 개진되며 ‘개혁성향을 지닌 중도층의 증가가 유권자의 특징’이라며 기존의 한나라당 지지층인 보수층의 반발을 무릇 쓰며 애매한 정체성 싸움이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야 승리시, 안풍 바람 거세
패배시 반전해법 어려움
‘안철수 신드롬’의 바람을 타고 야권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범야권의 통합론이 제기되며 강력한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안풍의 진원지인 안철수 원장의 등장이 최대 관심사로 주목을 받을 것이며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등의 거취도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한나라당의 교두보인 영남권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두관 경남지사 그리고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의 움직임도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이는 등 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한 범야권 대선주자군들의 각개약진이 기지개를 펼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에서는 독자적인 신당을 창당하거나 독자세력을 결집해 연대를 모색하다가 범야권 통합작업이 지지부진하면 서울시장 후보선출 방식을 반면교사로 삼아 각 정파가 제각각 후보를 낸 뒤 단일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러나 각 정파와 대선주자들 간 접점이 찾아지지 않으면 후보 단일화가 어렵지 않느냐는 분석도 있다.
10.26선거가 야권의 패배로 결론이 나면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 진영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정국 반전의 동력을 새로이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특히 후보를 배출하지 못해 ‘손학규 대표 사퇴’ 파문을 일으킨 민주당의 경우 곤혹감은 커 보인다.
당장 간판을 빼고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는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권의 재집권 전략을 위해 ‘반(反)한나라당 전선’의 형성을 노력하겠지만 그 여정이 ‘산 넘어 산’이기 때문이다. 선거 실패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 이른 처지를 반전시킬 수 있는 해법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당내 정계개편 방향을 둘러싼 당의 진로부터 해결이 쉽지 않다. 범야권 통합을 위해 분당 없는 재창당의 길로 갈지, 분당 상황까지 갈지 여부가 안개 속이다. 야권의 분열이 현실화할 경우 정국반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나오겠지만 반전을 꾀할 경우 난기류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반한나라당 전선을 형성할 ‘내부 동력’도 미약하다는 분석이 많다. 통합 등 정계개편이 국민적 동의를 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통합파건 당사수파건 분명한 대의명분을 세우지 못할 경우 무리한 정계개편의 유혹을 받게 되고, 오히려 야권의 분열상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취재/김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