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달 초중순경 론스타에 한도를 초과해 보유중인 외환은행 지분(51.01% 중 41.02%)을 매각토록 명령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월 17일 론스타에 “‘대주주 자격을 회복하라’는 충족명령을 곧 내릴 것”이라고 사전 통지했다.
금융당국의 변수는
금융위원회는 사전통지 후 일주일이 경과하는 오는 25일 경에는 전원회의를 열어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충족명령 기간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어서 내달 초 중순경엔 론스타에 외환은행 보유 지분 매각명령을 위한 사전통지(기간 1주일)와 실제 매각명령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내달 중순 경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마무리할 것이란 계산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매각 방식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변수다. 외환은행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론스타에게 지분 분산매각 등 징벌적 강제매각 명령을 내려야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이같은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한편 하나금융은 주식을 매각해야 하는 론스타를 상대로 주도권을 손에 쥔 채 가격 조정에 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하나금융 관계자는 “한 푼이라도 깎을 수 있다는 점을 보면 론스타와 처음 계약을 체결한 지난해 11월보다는 상황이 낫다”고 밝혔다.
가격협상 결과에 따라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작업을 연내에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가 재상고를 포기한데 대해 이미 어느 정도 가격 인하 폭에 대한 교감을 나눴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승유 미국 방문 까닭은
이와 관련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미국 방문이 주목을 끌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주말 출국해 20일 경 귀국한다. 이 기간 중 론스타 측과 만나 협상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금융계는 보고 있다. 김승유 회장은 최근 “론스타와 협상하기 위해 미국에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관련 유죄판결을 받은 뒤 재상고를 하지 않기로 확정한 지난 10월 13일 “지난 5월 12일로 돌아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종열 사장은 “당시 금융당국은 법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외환은행의 자회사 편입승인을 유보했다”며 “법적 불확실성이 이제 해결됐으니 당국의 판단만 남아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당국의 빠른 의사결정이 있기를 바라며 돌려 말한 것이다.
그렇지만 하나금융지주는 매매가격을 놓고 론스타와 치열한 수 싸움에 돌입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론스타가 대법원에 재상고를 포기한 것은 이 같은 머리싸움의 서막에 불과하다.
론스타, ‘매각대금 최대한 챙기자’
재상고를 통해 두 달 간의 시간을 벌 수 있었던 론스타는 이를 포기하는 대신 외환은행 매각대금을 최대한 챙기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가 양보했으니 당신들도 큰 폭의 가격인하는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다.
하나금융은 일견 조용하지만 속으로는 바쁘다. 일단 협상의 주도권은 론스타에서 하나금융으로 넘어왔다. 지난 7월 계약연장 과정에서 론스타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던 하나금융은 막판 반격을 노리고 있다.
하나금융은 금융위원회가 론스타에 보유 지분 매각명령을 내리면 본격적인 가격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양측이 체결한 계약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론스타에 외환은행 지분 1주당 1만3,390원을 지급해야한다. 총 인수대금은 4조4,059억 원이다.
여기에 계약지연에 따른 추가매매대금(매월 주당 100원씩 추가지급)을 더하면 11월말에 거래가 끝나도 하나금융은 론스타에 약 4조5,000억 원을 지급해야한다. 외환은행의 현 주가가 7,000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2조 원 정도를 론스타에게 더 내주는 것과 다름없다.
당연히 하나금융은 가격 재협상을 벼르고 있다. 협상에 돌입하는 시기는 금융위원회가 강제매각 명령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내달 초가 될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협상이 한 달이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협상에 들어갈 준비를 마쳤다는 이야기다. 하나금융이 염두에 둔 가격인하폭은 9,000억~1조 원 정도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이 론스타를 압박하기 위해 꺼내들 첫 카드는 여론이다.
그동안 하나금융은 “론스타의 먹튀를 돕는다”는 비난을 받아왔지만 이번에는 이를 적극 활용해 가격인하의 근거로 삼을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하나금융 관계자는 “여론이 이런데 그 가격 그대로 주기는 어렵지 않겠냐”며 협상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시간에 쫓기는 론스타
시간에 쫓기는 쪽은 론스타다. 금융위원회는 대주주 적격성 충족 이행 기간을 한 달 이내로 하고 강제매각시한도 최대한 짧게 부과할 방침이다. 매각시한을 지키지 못하면 하루에 5억 원 가량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론스타가 이행강제금을 물어가면서 매각시한을 끌 수도 있다. 그렇지만 “상고를 포기하면서까지 지분을 조기에 팔길 바랐던 점에 비춰볼 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하지만 여기서 안심하기는 이르다. 외환은행을 인수할 제3 후보자의 등장 가능성이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론스타는 호주뉴질랜드(ANZ)은행과 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NZ는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했다가 지난해 11월 론스타가 하나금융과 지분매매계약을 체결하자 인수 작업을 중단한 바 있다. 만약 다른 인수후보가 나타난다면 하나금융의 가격인하 요구는 난관에 부딪칠 소지가 다분하다.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제3후보의 등장 가능성은 낮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글로벌 금융 불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당장 은행을 인수할 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제3자가 등장하더라도 인수금액을 하나금융보다 높게 제시할지는 미지수다. 거기에다 론스타는 매각 시기가 늦어지는 부담도 떠안아야한다.
익명을 요구한 하나금융 고위관계자는 “해외에서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를 깨고 중간에 들어올 곳은 별로 없다”면서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승인이라는 관문을 넘어야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제3후보로 산업은행 등의 이름을 거론하고 있지만 실현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은행이 외환은행의 인수가격을 높이는 들러리로 이용당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시 위반 논란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최근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인수 계약과 관련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에 줄 배당금을 빼고 공시한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려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10월 20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가 첫 공시를 하면서 론스타 배당금을 빠뜨린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작년 11월 25일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02%를 주당 약 1만4,250원, 총 4조6,888억 원에 사들이기로 계약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작년 12월 6일 하나금융이 배당금을 누락하는 방식으로 인수 금액을 의도적으로 축소, 발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하나금융이 12월 9일 최초 공시를 수정하고 공시 위반이 아니라고 설명해 논란은 잊혀졌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이 근 1년 만에 법적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중요 양수도 계약은 반드시 공시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공시 내용을 바로잡았다고 해도 적어도 최초 공시부터 수정 공시까지의 기간은 공시를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다만 법률 판단이 공시 위반으로 결정됐다 해도 제재는 또 다른 문제”라며 “아직 제재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재를 하려면 중요성, 고의성 등이 입증되어야 한다”며 “제재를 할 수 있을지는 추가 조사를 해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취재/장범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