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권의 통합 논의가 10ㆍ26 서울시장 선거 승리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울시장 재보선을 통해 야권 통합의 큰 힘을 확인한 민주당과 야권통합추진기구인 `혁신과 통합'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진보진영도 통합의 필요성을 느끼며 이 흐름에 나서고 있다.
통합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이미 야권내에서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나라당과 같은 거대여당에 대응하여 권력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야당이 필요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힘있는 대체세력이 존재해야 하며 이런 의미에서 지리멸렬한 야세를 한데 모아 수권능력을 갖춘 건전한 야당으로 거듭나는 진정한 야권통합이 이루어져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야권의 이같은 통합논의는 내년 치뤄질 4월 총선 전 야권통합이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조기에 통합에 대한 가닥을 잡고 '통합 전당대회'를 연다는 구상으로 요약된다. 내년 총선을 위해 적어도 12월에는 통합전대를 열어야 한다는 야권전체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혁신과 통합’에 따른 야권통합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해결주체에 따라 다른 생각으로 만만치 않아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모든 세력들을 충족시킬 정강·정책·노선 등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파를 당헌당규에서 인정하고 공동집단지도체제를 꾸리고 공동정책을 만들어 낼 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여기에 상이한 각 정파의 특색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그 해법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주도의 야권통합을 펼치고 있는 손학규 대표는 노동ㆍ시민 사회 인사들과 접촉을 확대하며 주도권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손학규대표는 통합프로그램을 민주당중심으로
손 대표가 생각하는 통합의 프로그램은 민주당과 진보신당, 혁신과 통합 등을 아우를 뿐 아니라 한국노총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노총에 속하지 않은 노동계, 시민사회 세력 등이 총망라되길 기대하고 있다. 손 대표는 야권통합은 새로운 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민주진보 진영의 대통합이 돼야 하고, 민주당이 대통합의 중심에 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손 대표는 대통합을 위해서 희생과 헌신의 정신으로 자기 혁신의 길을 갈 것이라며 민주당 중심론을 역설하고 있다.
손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에 대해 `대선 1년 전 당직 사퇴'를 규정한 당헌당규에 따라 오는 12월 대표직에서 물러날 예정인데, 그 이전에 야권 통합 전당대회 성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복안이다. 민주당 전직 지역위원장들로 구성된 '희망정치연대'도 "민주당이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 상황에서 민주개혁세력의 정권탈환을 위하고 국민을 진심으로 섬기는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혁신과 통합 등 제 민주개혁세력은 민주당에 들어와야 한다"고 민주당 중심의 통합론에 힘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이면속에 야권 통합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을 놓고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야권대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통합 방안을 둘러싼 민주당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통합 범위와 시기, 방법 등에 대한 이견이 노출된 것이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혁신과통합 노동단체 시민사회단체 등 우리 사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집단을 대통합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 486정치인 모임인 진보행동도 “12월 중 조속한 시일 내에 통합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촉구했다. 손학규 대표가 통합전당대회를 목표로 하자 ‘야권통합에 실패하면 내년 대선에 불출마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손 대표 측은 물론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손 대표는 진보정당과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단체까지 포괄하는 대통합을 구상 중이지만 “진보정당은 연대의 대상일 뿐 통합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당내 반발도 있다. 차기 당권 주자들 사이에서는 손 대표가 자신의 대권행보를 위해 무리한 통합전당대회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통합이 아니라 하나의 노선, 하나의 원칙으로 통합할 수 있는 그런 전제를 만들어야 된다며 그런 게 아니라면 민주당 단독 전당대회를 지체 없이 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야권통합의 중심은 민주당이지만 중립적 위치 요구
시민세력과 제3세력을 전체적으로 포괄하는 거대 야권의 필요성 역설
진보 시민단체 출신과 친노무현 그룹이 주축이 된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문 이사장은 최근 야권통합운동과 관련,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생활정치연구소 초청 간담회에서 혁신과통합이 민주당과 통합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시각에 대해 야권통합의 중심은 당연히 민주당이라며 다만 진보정당들이 가진 의구심을 덜기 위해 중립적 위치에 있는 혁신과 통합을 제안하고 추진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에서 분당돼 나온 건 잘못된 방식이었고 후유증이 지금도 있다"며 "이번 재보선을 통해 야권이 제대로 힘을 모으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며 민주당이 중심잡고 통합의 기둥으로 서야 다른 세력들이 힘을 모아 내년 총선·대선 승리,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문 이사장은 "그동안 10.26 재보궐선거로 인해 내지 못한 통합의 속도를 내야 한다"며 "통합을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통합추진위를 구성할 필요가 있고, 민주당도 이에 당론을 갖고 전체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이사장의 궁극적인 통합의 모습을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이 통째로 참여하고 시민사회세력과 박원순, 안철수로 대표되는 제3세력도 들어와 큰 지붕 아래 여러 가족이 함께 하는 연합정당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당내 결의를 통해 통째로 들어오고 여기에 다른 야당과 박원순 시장을 중심으로 한 제3세력도 통째로 들어오고 해서 야권의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높은 시점에서 대통합을 통해 거대 야당을 만들고 그렇게 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야권통합의 주도권다툼에 따른 신경전 치열
하지만 야권통합을 둘러싼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의 주도권 다툼과 신경전은 지금 전초전 일뿐이지 앞으로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장세환 의원은 “민주당 밖의 인사인 문재인 이사장이 통합협상이 논의되기도 전에 ‘다 버리라’며 통합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며 “그의 발언은 공천 지분권을 챙기고 민주당을 통째로 거저 먹겠다는 욕심의 발로로서 정치적 금도를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가 문 이사장과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에 당연히 야권통합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진보세력들, 그들만의 목소리를 담아낼 소통합 제기
한편 민노당ㆍ진보신당ㆍ국민참여당의 통합 무산으로 소강상태에 빠졌던 진보세력간에도 `소통합' 에 관심을 나타내며 민노당의 조승수 노회찬 심상전 전 대표를 비롯한 진보신당 탈당파(통합파)와 국민참여당이 참여하는 `3자 통합'을 추진하는 쪽으로 불씨를 살리고 있다.
친노 세력이 주축인 국민참여당은 진보정당 통합에 무게중심을 두면서도 이른 시일 내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친노ㆍ시민사회 중심인 `혁신과 통합'이 주도하는 야권 대통합 논의에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