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민주당의 기존 정당구도를 무색하게 만들며, 박원순 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서울시장으로 만든 1등 공신인 서울대 안철수 교수의 신당 창당설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초반 지지율 5%대였던 무소속 후보를 서울시장에 당선시킨 계기로 시민사회세력이 정치권의 '신주류'로 부상하며 '안철수 신당' 또는 '제3의 시민사회 신당'의 창당론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훈풍을 타고 있다.
‘폴리페서’가 아닌 당당한 정치인으로 급부상
이미 서울시장 선거로 ‘폴리페서’가 아닌 당당한 '정치인 안철수'가 명실상부한 야권의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로 자리매김됐고, 정치적 입지와 위상 또한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안교수가 확답을 하고 있지 않지만 신당 창당설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라는데 공통적인 시각을 두고 있다. 안 교수의 정치 참여에 대한 선택 여하에 따라 정치권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안철수의 정치권등장은 기존 정치권에 엄청난 타격
한나라, 민주 총선과 대선 모두 당내 복잡한 역학구조
거기다 이번 선거 패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한나라당과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다. 대세론이 힘을 잃으며, 이제 6개월도 남지 않은 총선과 박 전 대표 영향력 약화로 1년 남짓 남겨두고 있는 대선 모두 실패할 가능성이 이번 선거 패배로 높아졌다는 의미다.
내부에선 이미 `분당` 이야기까지 나온다. 다음 총선에서 기존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 대결구도가 아니라 안 교수가 주축이 되는 신당과 시민단체들이 주축이 된 또 다른 신당까지 나와 선거구도를 뒤흔들게 되면 한나라당이 설 자리는 더 이상 없어진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안철수 신당이 등장하면 한나라당 의원 상당수가 그쪽으로 갈 수도 있다는 얘기는 정가에서 나온지 오래다.
민주당의 셈법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로 외견상 승리를 이뤘지만 내년 총선을 생각하면 복잡한 양상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승리가 시민단체와 다른 야당 등의 연대를 통한 결과인 만큼 당연히 민주당 지분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만약 안 교수가 신당을 창당하고, 진보 시민단체가 민주당 중심의 야권통합에서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되면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거둬들일 수확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선에서도 야권 대권주자로 손학규 대표보다는 안 교수가 부상한 만큼 민주당 입장에서는 좌불안석이 됐다. 민주당의 영향력이 위축됐다는 것이다.
안철수 신당창당 명분과 당위성은 충분하지만 자금력과 조직력확보는 어떻게?
이같은 이유로 신당의 창당 시기는 내년 총선을 생각하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안 교수가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테스트하고, 대통령 선거에 임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애기다. 물론 안 교수의 신당에 대한 부분에는 시기적인 부분을 들어 이견이 있기도 하다.
신당이 창당되기 위해서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단위의 시도당 설치가 이뤄져야 한다. 조직 등 인적 구조가 완비되어야 하는 난제 때문에 시기적으로 당장 구체화되기보단 어느 정도 조심스런 행보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신당 창당을 위해서는 필요충분조건으로 대규모 자금력이 동원되어야 하며, 기존 정당의 구조를 완전히 배제하며 실험정신을 통해 구현한다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아직 신당 창당이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은 상태로 보고 있다.
신당과 제 1야댱인 민주당과의 관계
또 신당 창당의 동력이 되어야 할 시민사회세력이 제1야당인 민주당의 존재감을 부인하고, 범야권의 통합을 주도할 만큼의 역량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이를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향후 전개될 야권통합의 속도나 내용 등을 지켜보고, 기존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개혁 추이 등을 지켜보면서 제3의 신당 가능 여부를 가늠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에따라 신당 출현보다는, 범야권 통합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안철수-박원순'을 기반으로 한 시민사회 세력 및 기존 야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리기도 한다.
당선 인사차 국회를 찾은 박 시장이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만나 "제3정당을 만들 것 같으면 처음부터 따로 갔지, 민주당과 경선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일부 언론에서 제3정당을 말하는데 한 번도 말한 적이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밝힌 대목이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안철수 신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출범할 수도 있다는 정치권 안팎의 관측을 부인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야권 대통합에 매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민주주의를 지켜온 민주당을 중심으로 통합과 연대를 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민주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통합과 변화라는 국민이 바라는 가치를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저도 그 과정에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기존 야권대선후보와의 미묘한 관계
이런 상황으로 볼때 안 교수가 신당 창당 대신 민주당 등 야권 기성정당에 합류할 거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야권 대통합 흐름에 합류하며 자연스럽게 범야권을 발판으로 대선 후보로 추대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것은 손학규·문재인 등 기존 대선 주자들과의 미묘한 신경전 등으로 선택의 여지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다른 한편에선 안 원장이 당분간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며 정중동의 행보에 나설 거란 관측도 있다. 또 일부에선 서울시장 선거를 사레로 제시하며 자신이 직접 현실 정치에 뛰어들기보다는, 선거 막판 뜻을 같이하는 후보의 당선을 위해 측면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애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제3의 신당 출현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능가하는 후보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갑자기 등장한 안 교수는 박 전 대표의 `박근혜 대세론`을 위협하고 있고 현재 모든 여론조사에서도 박빙구도를 나타내고 있다.
안 교수를 중심으로 하는 제3의 신당이 출현할 경우 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높게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날로 커지며 신당의 출현을 요구한다는 목소리다.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도 이같은 생각은 반영됐다.
문화일보가 지난달 29~30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제3의 신당이 출현한다면 지지하겠냐는 질문에 40.9%가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한나라당과 차별화하는 보수신당에 지지하겠다는 응답도 44.1%를 차지했고, 기존정당에 대한 지지도는 30%에도 이르지 못했다.
만약 내일이 대통령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안 교수(25.3%)가 한나라당 박근혜 전(前) 대표(30.6%)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두 사람의 지지율 차이는 오차범위 내인 5.3%p를 기록했다.
내일신문이 지난달 31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안 교수 중심의 제3세력의 정당을 내년 총선에서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30.3%였고, 한나라당 36.4%를 차지했다. 이에반해 야권통합신당은 22.%에 그쳤다. 한겨레신문의 지난달 29일 여론조사에서도 안철수 신당에 대해 39.3%가 지지하겠다고 응답했고, 민주당은 11.1%의 지지율에 머물렀다.
이같이 신당 출현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아지고, 재보선에서 20~40대의 기존정당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것이 선거결과로 나오며 안철수 신당 등 제3세력이 급부상할 수 있는 여지를 조성해 주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행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