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안팎으로 시끄럽다. 여야간에는 한미FTA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양측의 일전불사의 움직임이 여의도 정가를 휘감고 있고 각 당의 내부적으로는 한나라당은 ‘쇄신’ 문제로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진보통합’ 문제로 이래저래 조용할 날이 없다.
한나라당에서는 쇄신파들을 중심으로 봇물 터지듯 각종 쇄신안이 쏟아져 나오며 당내에서 뿐 아니라 청와대와도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른 가운데 9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러 본격적인 쇄신안을 논의해 할 예정이어서 한바탕 격론이 불가피해 보인다.
쇄신파들은 단호하다. 지난 10ㆍ26 재보선에서의 패배를 만회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포함한 고강도 쇄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내년 총선에서의 물갈이 역시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구주류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쇄신이 필요하긴 하지만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것들은 너무 과격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물갈이론 역시 인위적 물갈이는 오히려 주민들의 민심에 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공천 물갈이의 경우 그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고령의 의원들과 영남지역 다선의원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기에는 내년 대선에 대한 포석이 함께 깔려있다. 쇄신파들은 강도 높은 쇄신안을 통해 국민들에게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총선은 물론 대선에서도 필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과격한 쇄신은 당내 갈등을 심화시켜 오히려 적전분열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역주민들의 뜻에 반하는 인위적인 인적 쇄신은 당의 분열을 초래할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계파별 이해관계 역시 쇄신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안철수 바람’으로 인해 다소 약화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당내 차기 대권주자 1순위인 박근혜 전 대표가 쇄신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이번 한나라당 쇄신에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야당도 갈등을 빚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물밑에서 공공연히 논의돼 왔던 ‘진보 통합’ 논의가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주류의 ‘진보통합정당’ 제안으로 인해 수면 위로 완전히 부상하며 그 방법과 절차 등을 놓고 정파별 주장과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주류 측의 무조건적인 ‘진보통합정당’ 제안에 대해 당내 의견을 먼저 물어야 한다며 반발 기류가 형성되고 있고 거대 정당으로의 흡수통합을 우려한 군소 정당들 역시 탐탁찮게 여기며 ‘손학규표 통합’은 방향을 잃어가는 모습니다.
그러는 사이 ‘혁신과 통합’을 비롯한 진보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시민 주도 진보 통합 정당’ 논의가 급부상하며 새로운 진보통합 방식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안철수 교수의 거취 역시 야권으로서는 통합 논의에 중요한 변수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갑작스레 나타난 ‘안철수 바람’은 한국정치 전체를 뒤흔드는 태풍이 되었다. 이를 통해 안철수 교수는 일약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급부상 했다.
야권으로서는 대여 투쟁의 강한 원동력을 얻은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치열한 권력 투쟁이 시작되기도 했다.
문제는 안 교수가 기성정치와 함께 하느냐이다. 안 교수는 공공연히 기성 정치세력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그가 만일 정치를 한다면 제3의 정당을 만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를 의식한 듯 ‘진보 통합’을 얘기할 때는 항상 안 교수에 대한 구애가 함께한다. 그만큼 차기 대권에서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루어야 하는 야권으로서는 ‘안철수’라는 핵무기가 절실한 것이다.
이러한 여야의 변화를 향한 움직임은 내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또한 이러한 움직임은 정계개편으로 이어지며 한국정치가 건국 이후 최대의 변화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26 재보선을 통해 촉발된 정치권의 쇄신과 통합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국민들의 관심이 지금 정치권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