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쇄신안’ 들여다보니
한나라당 ‘쇄신안’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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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 더니 “내 껀 빼고”

10월 재보선 패배를 계기로 당의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한나라당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쇄신에 대한 이야기만 많을 뿐 방법론이나 구체적인 대안, 살신성인하는 실천방법이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작성한 ‘고령의원 20여명 출마포기’ 문건이 유출되며 지역별, 계파별로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당내 역학구조에 심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0월 재보선 패배로 위기감을 느낀 한나라당에 쇄신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쇄신에는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속수무책의 무아지경을 달리는 모양새다.
현 상태로는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승리를 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 대다수 의원들이 동의하지만, 해법은 천차만별로 나타나고 있는 것.

“바뀌어야 한다”더니
사공 많으니 배는 산으로

한나라당이 이렇게 혼선을 빚는 것은 지역별, 연령별, 계파별로 셈법이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쇄신의 핵심인 인물영입에도 그 편차가 여실히 드러난다.
결국 의원들 대부분이 과감한 쇄신에는 적극 공감하지만 추진 방안에 대해서는 생각이 달라 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과감한 쇄신에는 대부분이 공감, 방법론에는 목소리 제각각
지역.계파.연령별 방법론에서 확연한 차이 “내 밥그릇은 안돼”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한나라당 지도부는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 “기득권을 가진 분들이 말로만 개혁을 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새로운 인물들이 수혈 될 수 있겠느냐” “어떤 인물이 물러나는 차원이 아니라 기득권을 내려놓는 자세가 지금 필요한 시점이다. 본인의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 혁신만 하자는 건 감동이 없다” “대통령 임기 말에 대통령과의 어떤 차별화를 통해서 선거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이런 것들은 구시대적 구태중 하나”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귀족적이고 늙은 정당이라고 보는 것은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정책에 원인이 있다” 등의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고령의원 20여명 출마포기’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문건을 작성해 논란을 더했다.
위기감이 최고조인 수도권의 의원들은 영남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인재들이 등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펴고 있고, 반면에 수도권에 비해 느긋한(?) 영남권의 경우 수도권에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며 갑론을박을 하고 있다. 거기에 친이, 친박, 중립계 등 계파별 쇄신방향도 한곳을 향하고 있지 않다.
서울시장 선거패배 이후 야심차게 중앙당사 폐지와 국민참여경선을 통한 비례대표 50% 공천 등을 주요내용으로 제시한 홍준표 대표의 쇄신안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며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당 대표가 공천이나 정책, 당 운영 등에 부당하게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없고 실천도 없으면 한나라당표 도돌이표식 쇄신 아이디어는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당내의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이와 함께 공천, 정책, 당청관계, 인재영입의 문제에 있어서 본질을 말할 수 있는 쇄신방안이 나와야 한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어디에 자기 변화, 자기희생이 들어있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쇄신안을 둘러싸고 홍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대선주자별 다른 해법
박근혜 정책개혁 주장해

여기에 한나라당의 쇄신안 공방은 내년 총선을 앞둔 현역 의원들은 물론, 대선주자들까지 가담하면서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현 상태로는 총선과 대선 모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책으로 진정성을 인정받아야, 기득권싸움으로 보이면...”
소장파 의원 25인 당 정책노선 변경요구 지원, 당내 기득권에 반박

박근혜 전 대표는 지금 당장 한나라당이 실행해야할 쇄신책으로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개혁을 꼽았다. 대학등록금과 사회 보험료, 노인 빈곤, 비정규직 문제 등 국민이 고통받는 문제에 대해 대책을 내놓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정책으로 진정성을 인정받지 않으면, 인적쇄신 등 정치개혁은 한낱 기득권 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고 강조했고, 당내 소장파 의원 25명이 청와대와 당의 정책 노선 변경을 요구한 데 대해선 귀 기울여 들을 얘기라며 힘을 실어줬다.
이 같은 박 전 대표의 발언은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우선이라는 친이계 등 당내 일각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대권 예비주자로 꼽히는 김문수 경기지사도 기득권을 모두 버리고 당내외를 아우르는 비상국민회의를 만들어 내년 총선.대선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가세했다.
김 지사는 텃밭 지역을 중심으로 현역 50% 물갈이, 또 비례대표 전원 교체를 밝혔다. 특히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박근혜 전 대표 한명에게만 기대서는 안된다며 대항마 양성론을 제기, 본인의 대권 도전 의지를 내비쳤다.
정몽준 전 대표 역시 ‘박근혜 견제’에 목소리를 더했다. 정 전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집권여당인데 대선후보가 한 명 밖에 없다고 하면 국민들이 볼 때 너무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면서 김 지사와는 학교 동창으로 가끔 만날 생각이라며 밝혀 김 지사와의 제휴 가능성을 열어 놨다.


청와대 향한 일격
쇄신파 ‘공판장’ 주도

청와대와의 관계 역시 부상했다.
청와대와 당 지도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며 쇄신 논의를 본격화한 쇄신파 25명의 향후 행보도 관심꺼리가 되고 있다. 주로 수도권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초선 의원들인 이들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위기감을 함께 느끼며 공감대로 형성하고 있다.
청와대 서한 작성을 주도했던 이들은 국민의 마음의 벽을 허물려면 청와대는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솔직한 사과가 있다면 국민들 마음 열고 여권의 변화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여기에 한발 더 나가 서한을 한번 전달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요구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아무 말씀을 안 하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높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가 쇄신안 발표를 유보했다고 해서 쇄신 논의를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 같은 움직임에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친이계를 중심으로 쇄신파의 사과요구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리려는 일로 선거 패배의 책임을 청와대로 돌리고 본인 기득권 그대로 가지고 있겠다는 것이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청와대에 서한을 전달한 것에 대해 그 취지에 공감하지만, 아쉬움도 있다고 뒷맛을 남겼다. 강경자세를 밝히는 입장에서는 쇄신파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잘못됐으니 철회하고 국민에 사과하라고 하는데, 야당 주장과 똑같다며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에 대한 과잉의욕이 빚어낸 자해행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서울지역 의원들이 먼저 국민에게 사과하는 게 순서인데, 지금 각자 살기 위한 방식 아니냐며 이들을 겨냥했다. 
현재 한나라당은 10.26 서울시장 보선 패배 후유증을 극복하고 차기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지도부가 처절하게 반성하고 과거의 잘못에 대한 분석과 해법이 담겨있는 쇄신안이 나와야 하지만 전체를 총괄하며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구체적 내용을 담은 쇄신안 마련이 간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여기에 이 같은 공방은 현 정권에 대한 심판구도로 치러진 선거의 결과가 패배로 나타나 결국 청와대는 선거패배의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당청간 책임공방은 향후 한나라당의 정권과의 차별화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 보인다. 또 내년 공천과 대권을 둘러싼 계파 간의 힘겨루기 전초전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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