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임대부 주택은 ‘반값 아파트’?
토지임대부 주택은 ‘반값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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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으로 인기 폭발...‘숨은 독’ 잘 살펴야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토지임대부 주택으로?
재산권행사 제한적, 말 그대로 ‘반쪽 아파트’ 위험 안아야
40년 임대기간 끝난 후 땅값은 올랐는데 주택가치는 하락
거주기간과 월세, 장기 시세차익 꼼꼼히 따져야 낭패 안 봐
 
기존 보금자리주택의 절반 가격에 불과해 많은 관심을 모은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이 본격화된다. 특히 보금자리지구 중에서도 가장 선호도가 높은 서울 서초지구에서 분양되어 현재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토지임대부 주택이란 건물과 땅을 모두 분양하는 기존 분양주택과 달리 토지는 시행자가 입주자에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이다. 이를 통해 분양가를 기존 보금자리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지만, 보이지 않는 문제점도 있다.

 

 지난 10월 2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보금자리사업지구에서 최초로 서울 서초 10년임대 주택(A4BL, 202가구), 분납임대 주택(A4BL, 222가구), 토지임대부 분양주택(A5BL, 358가구)등 총 782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저렴한 비용으로
40년간 안정적 거주

10년 임대주택은 보증금과 월임대료를 납부하며 10년간 임대하고 10년 후 분양전환 하는 주택으로 목돈에 대한 부담 없이 장기간 거주가 가능하다. 10년 후에는 분양전환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 임대조건은 보증금 4,500만~5,600만원이며, 임대료는 55만~59만원 수준이다. 임대료의 50%까지 보증금으로 전환 가능하다.
분납임대 주택이란, 임대기간 10년 동안 집값을 납부하는 시기(입주 시, 4년차, 8년차, 10년 후)에 따라 분납해 납부하고 임대 기간이 종료된 다음에는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는 주택이다.
주택을 분양받고 싶지만 초기자금이 부족하거나 목돈이 없는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에 유리한 공급 유형으로 꼽힌다. 임대 조건은 초기 분납금 7,235만~8,386만원, 임대료는 73만~84만원 수준이며, 10년 임대와 같이 임대료의 50%까지 보증금으로 전환하는 게 가능하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건물은 입주자에 분양하고, 토지는 입주자에 40년간 임대하는 주택이다. 저렴한 주거비용으로 40년간 안정적으로 거주가 가능하다. 40년이 경과된 후에도 입주자들이 원할 경우 토지소유자(LH)의 동의를 받으면, 계속 거주 또는 재건축까지도 가능하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건물 분양가는 1억4,480만~2억460만원, 토지 임대료는 31만~45만원 수준이다. 또한 토지임대부 주택은 10년 임대와 같이 임대료의 50%까지 보증금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이중 서울 서초지구 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예상 밖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인기를 모으는 배경이 연 17%에 달하는 임대수익률에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원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반쪽짜리’ 소유권만 있는 아파트라는 인식 때문에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서초보금자리 주택지구에서 공급된 이 아파트는 지난 11월 9일 특별공급대상자 청약에서 평균 4.8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생애 최초’ 7.56대1, ‘신혼부부’ 7대1, ‘노부모 부양’ 6대1 등의 경쟁률을 보였다. 2007년 10월 경기 군포시 부곡지구에서 시범공급 당시 분양률이 20%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눈길 확~끄는 장점들
장기적으로 보면 ‘틈’ 보여

이와 같은 높은 인기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LH 관계자는 “토지임대부의 경우 매월 땅값에 대한 임대료를 내야 하지만 건물은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으며 주변 시세보다 가격이 싸다보니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토지임대부 주택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약점이 많은 편이다. 매월 임차료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월세를 내는 국민임대 등 공공 임대아파트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 그중 하나다. 월세를 적게 낸다는 차이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주택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건물 가치가 떨어지고 땅값만 남는 특성이 있다는 것도 약점이다. 땅이 있는 일반아파트와 달리 매도 시점에 건물 값만 쳐주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시세 차익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수요자라도 토지 임대부 주택이 반값도 안 되는 아파트라는 특징만 보고 미래 시세차익 기대감을 갖고 청약했다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거주기간과 월세(토지 임차료) 부담, 장기 시세차익 여부 등을 잘 따져본 다음 청약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상당수 전문가들은 서초지구 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높은 인기에 대해 변화된 시장여건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함에 따라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높은 임대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재조명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토지소유권은 없지만 구입가격이 인근 아파트의 반의 반값에 불과하다. 서초지구 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전용 59㎡의 경우 분양가 1억4,500만여 원에 월 31만9,000원의 토지임대료를 지불하게 된다. 전용 84㎡의 분양가는 2억450만원이며 토지임대료는 월 45만2,000원이다. 2년마다 토지임대료가 오를 수는 있지만 이것 역시 5% 범위를 넘을 수는 없다.
반면 분양 후 5년만 거주하면 매각은 물론 주변 아파트와 같은 조건으로 임대할 수 있다. 비슷한 임대료에 투자비는 거의 주변 아파트의 4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어 수익률이 그만큼 높아지게 되는 셈이다.
현재 주변시세를 보면 지은 지 15년이 넘은 동양고속건설 아파트 전용 77㎡의 경우 보증금 1억 원에 월 200만원으로 임대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 서초지구 84㎡를 같은 수준에 세를 놓을 경우 토지임대료를 제하고도 투자비(분양가) 대비 수익률은 무려 17%에 달한다. 전용 59㎡ 역시 주변 임대료를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13% 정도의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

서민 ‘내 집 마련’ 기회
여유계층 ‘투자 상품’ 변질 우려

청약자격도 공공임대주택보다 훨씬 덜 엄격하다. 전용 85㎡의 경우 자산기준도 적용되지 않고 토지임대기간(40년)이 끝난 후에도 입주자 전체의 75% 이상이 갱신을 원한다면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동의를 얻어 40년 이내로 토지사용 연장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자칫 저렴한 가격의 서민주택 공급을 취지로 도입된 토지임대부 주택이 여유계층의 투자 상품으로 변질될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관계자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임대를 금지하거나 임대료 상한선을 두는 등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토지임대부 주택은 재산권 행사가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정착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다른 국가보다 부동산 소유욕이 유독 강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관계자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입주자들이 재산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을뿐더러 입주자가 나중에 토지를 불하받지 못하면 그야말로 ‘반쪽’짜리 아파트가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통상 시간이 갈수록 땅값은 오르는 반면 주택 건물 자체는 감가상각으로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입주자가 전혀 이익을 볼 수 없는 게 치명적”이라고 문제점을 설명했다.
특히 “토지임대부 주택은 입지여건이 좋은 대도시에만 적합한 상품”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부 보유 토지가 많지 않다 보니 이를 위한 토지공급을 어떻게 계속할 수 있느냐가 문제로 꼽히고 있다.
필요한 지역에 필요한 택지를 공급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데 재원 마련이 어렵다 보면 결국 도심 자연녹지공간(그린벨트)을 토지로 전환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해 환경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보금자리주택도 인근 지역 거주자에게 환영을 받지 못하는 실정에서 토지임대부 주택도 마찬가지 처지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장범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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