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학경쟁력 향상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 실시
교육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설치
부실대학 판정기준, 절차, 인수.합병 및 퇴출 여부 판단
부실대학 퇴출 본격화...교육부 다음 칼날 어디로 향하나
정부가 7월 본격적인 대학 구조개혁에 나선 이후 4개월 만에 명신대와 성화대학이 퇴출 1호 대학으로 선정됐다. 정부는 대학경쟁력 향상과 대학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어서 앞으로 부실 대학들의 살아남기 경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전남 순천의 4년제 대학인 명신대와 강진의 전문대학인 성화대의 퇴출이 확정됐다. 다음 달 중순 학교폐쇄 명령이 내려지고 재학생 3,299명은 인근 대학으로 편입된다. 교육 당국은 명신·성화대 폐쇄를 계기로 부실 대학 구조조정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어서 퇴출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상적 학사운영 못하면
“너 나가!” 가차없이 퇴출하기로
지난 11월 7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정부중앙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감사 지적 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명신대와 성화대를 폐쇄하기로 방침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두 대학은 교과부 감사에서 등록금 횡령과 입시 부정 등 중대한 비리가 적발돼 시정요구를 받았지만 이를 따르지 않아 두 차례 학교폐쇄 계고(戒告·의무이행 촉구) 처분을 받게 됐다. 국내 대학의 강제적인 퇴출은 2,000년 광주예술대, 2,008년 아시아대 이후 3년 만이다.
두 대학은 다음 달 중순 학교폐쇄 명령을 받는 것과 동시에 2012학년도 정시 학생 모집이 중단된다. 교과부는 2012학년도 수시모집 합격자(명신대 30명)에 대해서는 타 대학 정시모집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명신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신명학원은 목포 성신고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 법인 해산 여부는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 경찰학과 등 7개 학과 537명의 학생은 동신대 등 인근 광주·전남 7개교로 편입될 예정이다.
다만 명신대가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에 ‘학교폐쇄 계고처분 취소 소송’을 냈기 때문에 법원 판결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교과부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렸고 충분한 실태조사도 거쳤다”고 설명했다.
성화대의 법인인 세림학원은 이 대학 한 곳만 운영하고 있어 학교폐쇄와 동시에 법인해산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항공정비과 등 31개과의 재학생 2,762명은 인근 14개 전문대로 편입된다.
교과부는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불가능한 학교에 대해 폐쇄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한 고등교육법 제62조를 명신대와 성화대 퇴출 근거로 들었다. 이들 두 대학은 지난 9월 교과부와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발표한 학자금대출 제한 대학 17곳에 포함되어 있다.
명신대는 올해 4월 종합감사에서 수익용 기본재산 관련 허위자료 제출과 설립자의 교비 횡령 등이 드러났다. 교과부가 횡령액 회수 등 17건을 시정하라고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5건만 이행했다. 교과부의 현지 조사에서도 수강 대상인원의 28%(495명)만 수업에 참여했으며 수업 미실시 과목이 전체의 36%(35개)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교수 월급 13만원’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성화대도 설립자의 교비 횡령 등 20건의 부정·비리가 적발됐지만 1건만 개선했다. 정상 통학이 가능한 학생이 재학생의 15%(300명)에 불과했다.
이주호 장관은 “부실 대학에 대해서는 폐쇄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상시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학자금 대출 및 재정지원 제한 대학(43개)이 우선적인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이 중에서도 “2년 연속 대출 제한 대학에 지정된 7곳이 1순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4년제인 루터대와 건동대, 전문대인 동우대·벽성대·부산예술대·영남외국어대·선교청대 등이 대상이다.
구조개혁 대상된 대학들
“다음번엔 우리?” 비상 걸려
이처럼 정부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출범 이후 4개월 만에 명신대와 성화대학을 퇴출시키면서 앞서 구조개혁 대상으로 지정된 대학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교과부는 지난 7월 대학 부실운영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교과부 자문기구인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법률·회계, 산업·경제계, 교육계 등 민간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부실대학 판정기준, 판정절차, 인수·합병 및 퇴출 여부 등을 검토해 지난 9월 재정지원 신청 제한 대학 및 학자금 대출제한 등 소위 ‘부실대학 명단’을 발표했다.
다음 구조조정 대상은 재정지원 신청 제한 대학 43곳 중 학자금 대출제한 처분까지 받은 4년제 9곳과 전문대 8곳 등 17곳으로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퇴출된 명신대와 성화대학도 대출제한 대학에 포함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은 재정 확충, 교수 충원, 학사운영 개선 등 퇴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전념하고 있다. 동우대 관계자는 “대학 법인과 함께 대학평가 지표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예대 관계자는 “예체능계에 불리한 취업률 지표 개선을 위해 정부에 꾸준히 협의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을 중심으로 실시하고 있는 현지실사를 이달 중으로 마무리하고 다음 달쯤 경영부실 대학을 선정, 발표할 예정이다. 경영부실 대학에 대해서는 집중 컨설팅을 진행해 성과가 없을 경우엔 감사를 실시해 감사 결과에 따라 학교 통폐합 등 이번 조치에 버금가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교과부는 “감사 결과 허위로 지표를 제출하거나 중대한 부정·비리 등이 밝혀질 경우엔 구조개혁 우선대상대학 포함여부와 관계없이 구조개혁 각 해당 단계에 추가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이들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을 검토하는 동시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촉진에 관한 법률’ 통과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현재 고등교육법에 따라 학교폐쇄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대학 비리를 발견해 감사 후 몇 번에 걸쳐 예고를 해야 하는 등 절차가 어렵게 돼 있다”면서 “구조개선 명령을 내리고 관련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구조개선 촉진법이 빨리 입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대학 폐쇄 처분을 받은 전남 순천 명신대와 강진 성화대는 이에 강력 반발하면서 효력정지가처분 제기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교직원들은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며 학생들도 타 대학으로 편입이 허용됐음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명신대 관계자는 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교과부의 학교 폐쇄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조만간 법원에 내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교과부가 감사를 실시한 직후 17가지 개선사항을 지시했는데, 우리 대학은 이 가운데 12건은 바로 이행하고 나머지 5건은 법적으로 다투는 사안이어서 재판결과가 나오면 이행하겠다고 보고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이행으로 본 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설명했다.
명신대에 재직 중인 교수는 “일부만 보고 전체를 비리학교로 매도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고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는 교과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교직원들이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리게 된 만큼 교과부는 교직원들의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학 교수들은 이날 긴급회동을 갖고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A군은 “학교가 오랜 기간 시끄러워서 폐쇄든 아니든 하루 빨리 결론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B군은 “다른 대학에 편입하게 되면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대로 문 닫을 수 없다”
대학마다 대응책 마련 부심
성화대도 망연자실한 분위기 속에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학교 폐쇄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등 법적 대응을 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성화대의 한 교수는 “수백억을 용도 불상으로 사용한 모 국립대에는 ‘주의’를 내린 반면, 힘없는 사립대에 폐쇄조치를 단행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반발했다.
한편 교과부의 대학 구조조정 방침에 대해 일각에서는 “부실대학 퇴출만으로는 기존의 대학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양적 구조조정에 치우치기 보다는 대학 및 학생들의 근본적인 질적 향상에 더욱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장범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