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새로운 당을 만들어 내년 총선과 대선에 나설 것이라는 ‘박근혜 신당론’이 파장을 일으키며 과연 출범할 수 있는지에 세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가능성에서부터 불가하다는 입장과 그리고 신당은 아니지만 당명을 바꾸는 등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신당수준의 재창당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등의 얘기가 불거지고 있다. 결국 박 전 대표가 이처럼 당 안밖에서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데는 3년 반 동안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굳건한 대세론의 당사자였지만 지난 9월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서울시장 후보로 등장하면서 대세론이 도전을 받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다양한 시나리오의 중심에는 박 전대표가 있지만 정작 박 전 대표는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4일 경북 구미시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제94회 탄신제’에서 박근혜 신당설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력하게 부인하며 “신당 검토도 없었다는 뜻인가”라는 물음에도 “네”라고 답변해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박근혜 신당론 조기차단 배경
‘박근혜 신당’이 현실화한다면 정치권 전체에 몰고 올 파장이 엄청날 수밖에 없어 발 빠른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쇄신을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자칫 여권전체를 분열의 도가니로 몰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 조기차단이라는 카드를 던진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상황과 맞물려 친박(친박근혜)계도 ‘신당론’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고, 혁신파들 조차어불성설이라며 ‘신당론’ 대두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심지어 이같은 신당론 대두를 ‘박근혜 흔들기’라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기까지 하는 형국이다.
친박계의 핵심인 유승민 최고위원은 “박근혜 신당론은 아무런 근거와 실체가 없고 당 안에서 그런 식으로 분열을 초래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흔들다 밤송이 맞아서 머리통이 터진 사람이 많다”며 “뿌리가 약한 사람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뿌리가 강한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사표를 내고 세종시로 흔들고 개헌으로 흔들었지만 박 전 대표는 태산이었다”고 지난 일화를 소개하며 “유언비어이고 사실무근이며 국민들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신당론’이 제기되는 등 ‘박근혜 흔들기’ 분위기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밝혔다.
불협화음시 변수 가능성 높아
권영세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개혁 노력을 해보다 안될때 얘기하면 모를까 그것도 없이 바로 신당 얘기를 꺼내면 과거 친박을 숙청한 일부 친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혁신파 정두언 의원 역시 “박 전 대표가 당의 중심인데 왜 당을 나가겠냐.”며 “당이 어지럽고 쇄신이 안 되니까 걱정에서 나오는 얘기라고 생각한다.”면서 신당 가능성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같은 신당 창당의 부정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당 안팎에서는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당내에서는 당장은 ‘박근혜 신당’의 현실 가능성이 지극히 낮지만, 향후 정치 지형의 변화에 따라 유동적으로 흐름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무엇보다도 청와대의 쇄신 의지가 없고 당 지도부가 무기력하다면 박 전 대표도 이를 마냥 지켜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측이 결별을 하며 서로 각자의 길을 가는 수순을 밟을 경우 신당 창당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친이계 중심 대안 마련 목소리도
이와함께 당을 쇄신하고자 하는 노력을 의도적으로 가로막는 경우에는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친이계가 무작정 ‘박근혜 대세론’을 관망하지는 않을 것이며 어느 시점엔가 박 전 대표와 불협화음이 정점을 이루면 분당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에서 친이계와의 갈등이 만약 표면화되면 가능성은 더욱 배가될 수도 있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 내부에서는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들인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의 움직임도 변수로 바라보고 있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던 박 전 대표의 위력이 수도권에서는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확인된 이상, 친이계를 중심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올 가능성이 높고 그 중심에 김 지사가 부상하게 됐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최근 박 전 대표를 향해 “능력이 검증된 바 없고, 신비주의가 지나치다”는 발언을 통해 소위 ‘박근혜 대세론’ 물타기에 강도를 높이고 있다.
김 지사와 연대 움직임이 시사되고 있는 정 전 대표도 출판기념회 등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지지도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정 전 대표는 차기 대선 후보 경쟁자의 한 사람으로 거론돼 친이계·친박계로부터 견제와 질시의 대상이 됐고, 두 계파 간 반목과 불화의 틈새에 끼이며 사면초가의 입장에 서있었다.
하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두 계파 간 역학관계를 조정하면서 자신의 정치력을 극대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박 전 대표와 대립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친이계 대립 통해 차별화 시도
이와 함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범중도 보수층을 중심으로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하며 정치권의 상황은 ‘박근혜 신당론’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세론’을 반대하는 측들의 연대까지 얘기되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어 가능성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유 최고위원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부 청와대 인사가 김문수ㆍ정몽준ㆍ박세일ㆍ정운찬을 묶어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듣고 있다”고 주장하기까지도 했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당 일부에서는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추구하는 정책이나 가치가 다른 의원들을 정리한 뒤 당명을 바꿔 새롭게 출발하는 등 박 전 대표가 당에 남아 중심 역할을 하면서 기존 한나라당의 당명을 바꾸는 형태의 ‘신당 창당’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박 전 대표의 이런 시련들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야권의 대통합과 여권의 이같은 다양한 논의의 정치가 실종된 상황을 다시금 복원하며 그 중심에 박 전대표가 설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라는 것이다.
당내에서 제기됐던 ‘박근혜 조기등판’도 당의 위기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가 박 전 대표뿐이라는 것이고, 최근 제기된 ‘공천 물갈이’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순서가 잘못됐다”고 밝히자 문제가 희석화되는 등 많은 시나리오 등이 분출하고 있지만 박 전 대표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되고 있고, 박 전 대표 입장에서도 이런 정치적 상황에 대한 내성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장범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