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 경험 풍부한 한전에 전력거래소 운영 맡기자”
국회는 오는 11월 21일 전기사업법안과 한국전력공사법안을 상정하고 23일과 25일에 각각 법안심의 소위원회와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회에서 한전(TO: Transmission Owner, 송전망 소유자)과 전력거래소(SO: System Operator, 계통운영 사업자)의 계통운영 기능 통합 방안을 논의 한다는 이야기다.
법 개정안이 소위에서 특별한 이견 없이 통과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 회의에 상정된다. 이 법안이 본 회의를 통과하면 2001년 전력사업 구조개편으로 독점적인 공룡이었던 한국전력의 기능을 전력거래소와 발전소로 분산한지 10년 만에 다시 과거로 회귀하게 된다.
물론 기능통합에 대한 이견을 이유로 법 개정안이 소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한국전력과 거래소 기능통합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된다. 내년 초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을 다시 논의할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안을 다시 거론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계 안팎의 시각이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25명은 지난 10월 5일 만장일치로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9·15 정전사태의 원인이 전력거래소가 제대로 된 전력계통 운영을 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기 때문에 현장 경험이 풍부한 한국전력에게 전력거래소 전력계통 운영 업무를 맡기자는 게 골자”다.
다시 말해 “전력계통망의 운영주체(전력거래소)와 소유주체(한국전력)로 이원화돼 있어 대응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결국 전력거래소 계통 운영 기능을 한전으로 통합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다.
여기서 전력계통이란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부터 생산된 전력을 수송하는 송전·변전망, 그리고 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배전망까지의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력계통을 종합 통제·관리하며 전력생산량과 소비량을 실시간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것이 전력계통 운영 업무다.
현재 전력산업 구조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부문 회사, 전력 수요를 예측해 발전량을 결정하고 발전된 전기를 거래하는 전력거래소, 송전망 운영과 판매를 하는 한전 등으로 나뉘어 있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부문은 한국수력원자력과 남동·동서·중부·서부·남부 등 한전의 5개 발전자회사가 90%를 책임진다. 나머지 10%는 민간발전사 몫이다.
발전·송배전·판매로 이어지는 전력시스템 전체를 감시하고 제어하는 게 계통운영이다. 계통운영은 생산된 전력을 중계하는 시장운영 기능과 함께 전력거래소가 맡고 있다. 한전은 전력거래소를 통해 구입한 전력을 송전하고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배전 업무를 한다. 판매 업무도 한전이 담당한다.
“전력산업 구조개편 취지
어긋나” 반론
정전 사태 이후 문제가 된 게 바로 계통운영이다. 전력거래소는 전력 수요를 예측해 전력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고, 이를 토대로 발전사들이 만든 전기를 구입해 한전에 넘긴다. 하지만 정전 사태 과정에서 거래소의 계통운영과 한전의 송배전 업무가 분리되어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 기능이 실종됐다는 의견이 나왔다. 수요 예측을 잘못해서 전력이 부족하게 된 것이 이번 정전 사태를 애초에 야기한 본질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이 기능통합 논의는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국전력은 “국회의 결정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처럼 머리와 몸통이 따로 노는 상황에서는 정전사태와 같은 비상상태를 제대로 대응할 수 없어 통합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속내다.
정전대란이 컨트롤타워 부재로 발생한 만큼 계통운영 기능을 한국전력으로 넘기게 되면 한전 측이 비상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는 분위기인 셈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국전력 관계자는 “이번 사고의 원인이 사실상 조직 분리에 따라 협조체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문제인 만큼 전체적인 통합은 아니더라도 거래소나 거래소 계통 기능 통합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과정에서 계통운영이 거래소 기능에 포함되며 총괄 컨트롤타워가 없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번 기회에 계통운영을 한전으로 이관하거나 아니면 별도 통합기구를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통합론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의원은 “민영화를 염두에 둔 구조개편은 세계적 상황에서 보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면서 “전력 공급 안정을 위해 차라리 거래소와 한전을 통합하는 게 낫다”고 주장한다.
경쟁 효율화 차원
규제 기능 강화해야
하지만 전력거래소 측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전력거래소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정전대란은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의 기능 분리에 따른 문제였다기보다는 수요 예측 실패와 안이한 대응 및 절차 등으로 인한 문제였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거래소 관계자는 “정전대란에 거래소도 확실히 책임이 있지만 통합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인적 오류와 시스템 노후화가 주원인이었던 만큼 예측 시스템과 정보 제공 시스템을 개선하고 위기 시 대응 매뉴얼을 고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일각에선 통합만 하면 다 해결될 것처럼 얘기하지만 계통운영 기능이 한전으로 넘어가더라도 계통운영자의 지시에 따라 송전운영자가 이행하는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며 “오히려 한전은 10년 동안 계통운영을 한 경험이 없는 만큼 비전문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면 경쟁을 효율화하고 규제 기능을 강화하면 된다”며 “전력계통 운영 기능을 한전에 넘기면 민간발전사들의 입지가 줄어 오히려 전력공급을 위축시킬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전력거래소는 이번 정전사태가 인적 오류 및 시스템 노후화가 주요 원인인 만큼 예측 시스템과 정보 제공 시스템을 개선하고 위기 시 대응 매뉴얼을 고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아울러 민간발전사들과 전력산업 전문가들도 반대 목소리를 낸다. “전력거래소와 한국전력을 통합하면 비상상황에서의 서비스와 대응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경쟁체제 도입과 민영사 참여라는 취지에는 어긋난다”는 의견이다.
“애당초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시작된 것은 한국전력의 전력산업 독점구조와 이에 따른 방만한 경영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서였는데 한국전력으로 재통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현 전력산업 독점구조
방만 경영의 폐해 없애야
익명을 요구한 전력산업 전문가도 “전력거래소와 한국전력 통합은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면 경쟁을 효율화하고 규제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부 전력산업 전문가들은 이 같은 통합방안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공정성을 무시한 발상”이라는 이유에서다. 10년 전 한전이 발전 자회사 등으로 분리되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이뤄진 게 한전의 전력산업 독점 구조에 따른 방만 경영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서였는데 이게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포스코파워·GSEPS·SKE&S 등 민간발전사들은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 기능통합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전력거래소 계통운영을 가져가 전력판매까지 맡으면 아무래도 제 식구인 남부발전 등 5개 발전자회사부터 챙기면서 민간 기업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게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다.
이들 민간발전사들은 전체 발전설비 용량 중 15.6%(1227만kW)를 소유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공기업 이지만 여러 전기사업자 중 하나인 만큼 중립적인 전력계통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게 민간발전사의 주장이다. 만약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의 계통 통합이 불가피하다면 전력판매 부문(검침·요금청구 업무와 지사·지점망)의 분리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편 전력정책 라인인 지식경제부는 이 사안에 대해 아직 입을 닫고 있다. 다만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양 기관을 통합하는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장범현 기자
단신
점포매물수 2007년 이후 최저
올해 들어 자영업자 수가 급증하면서 시장에 나온 점포매물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거래 전문기업 점포라인이 최근 5년 간 매년 1~10월까지 자사 DB에 등록된 서울 소재 점포매물 6만6,989개를 조사한 결과 올해 등록된 점포매물 수는 9,006개로 전년 동기 대비 42.62%(6689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위기 이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시장에 나오는 매물 수는 매년 경제상황에 따라 증가하거나 감소하지만 이처럼 1년 만에 절반에 가까운 변동 량을 기록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는 이전 4년간 시장에 나온 점포매물 수 변동 량 현황을 통해서도 감지가 가능하다.
2008년 등록된 점포매물 수는 국제 금융위기 여파로 2007년 대비 44.07%(4,575개) 늘어난 1만 4,957개였다. 이후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되며 2009년 1만 6,949개, 2010년 1만 5,695개의 매물이 각각 등록됐다. 올해를 제외하면 매년 1만개를 넘는 매물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점에 비춰볼 때 올해 등록된 점포매물 수의 감소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자영업자 수 증가와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즉 창업자 급증 현상이 점포매물 감소로 이어지며 금융위기 이전의 시장 상태로 돌아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점포매물 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점포 권리금에도 이와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올해 평균 권리금이 이전 3개년에 비해 1,000만 원 이상 오른 것.
올해 10월까지 등록된 점포매물의 평균 권리금은 1억 1,870만원(평균면적: 148.76㎡)으로 최근 5년 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7년 평균 권리금은 1억 1,100만 원이었고 이후 3년(2008~2010년) 간 평균 권리금은 1억 542만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점포매물의 전체 면적과 권리금 총액 데이터를 이용해 표준 권리금(3.3㎡당 금액)을 산출한 결과도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올해 등록된 매물 9,006개의 3.3㎡당 권리금은 263만 3,168원. 이는 최근 5년 간 가장 높은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만 9,057원(11.38%) 오른 것으로 2007년에 비해서는 5만 6,131원(2.18%)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은 겉만 보면 창업시장이 호황을 맞아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흐름과 유사하다. 그러나 현재 자영업계의 체감경기가 여전히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오히려 자영업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음을 시사 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진입장벽이 낮고 점포별 경쟁력이나 기술특화 창업과는 거리가 먼 업종들로 창업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금융위기 같은 악재가 또 터지면 줄줄이 무너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점포라인을 통해 계약이 완료된 점포 중 매매 사실을 공개한 점포매물 180개를 무작위 선별해 조사한 결과 거래량이 가장 많은 상위 5개 업종은 커피전문점(41개), PC방(18개), 분식점(17개), 고기 집(15개), 한식점(10개) 순이었다. 모두 자본만 있으면 손쉽게 창업이 가능한 업종들이다.
반면 최소한의 기술이나 관련 경력이 있어야 창업이 가능한 일식점, 레스토랑, 미용실 등 업종의 실제 거래건수는 각각 1~3건에 그쳤다.
점포라인 정대홍 팀장은 “지표만 보면 호황으로 보이지만 실제 경기와는 동떨어진 것이어서 위험신호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예비창업자들은 남들 다 하는 업종을 과감히 배제하고 본인의 경력을 살린 경쟁력 있는 업종을 찾거나 창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범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