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시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이지 않는 즉 조작된 내용으로 된 결과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여론조사가 생소하다는 점을 악용, 의도적인 목적을 가지고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사례가 많다. 그 피해는 결국 유권자 또는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될 수밖에 없고, 처음부터 선택의 폭을 줄이는 결과만을 낳을 뿐이다.


지난 4.27 재보선과 10.26 서울시장을 포함한 지방단체장 선거에서도 사전 여론조사의 결과보도는 결과와 관계없이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의 경우 각 조사기관마다 결과가 엎치락뒤치락했지만, 대부분의 언론에서 예상했던 것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4.27선거에서는 언론에서 예측했던 여론조사와는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장 선거여론조사를 보면 공직선거법상 선거전 6일부터는 여론조사결과 공표금지가 되기 때문에 10월 20일 전후에 발표된 내용만을 볼 때, 서울신문·엠브레인(18, 19일 조사)은 나경원 한나라당후보 42.9%, 박원순 무소속후보 47.0%로 박 후보가 4.1% 앞선 것으로, 국민일보·GH코리아(18일)는 나경원 후보 42.2%, 박원순 후보 39.3%로 나 후보가 2.9% 앞선 것으로 보도했다. 20일 발표된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은 나경원 후보 45.9%, 박원순 후보 42.3%로 나 후보가 3.6% 앞선 것으로, YTN·한국리서치는 나경원 후보 39.3%, 박원순 후보 44.3%로 박 후보가 5.0% 앞선 것으로 발표했다. 21일 발표한 문화일보·디오피니언은 나경원 후보 47.7%, 박원순 후보 37.6%로 나 후보가 10.1% 앞선 것으로,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는 나경원 후보 41.4%, 박원순 후보 43.5%로 박 후보가 2.1% 앞선 것으로 보도했다.
각 조사기관마다 결과 천차만별
사전여론조사 신뢰성 제고 돼야
지상파방송 3사의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가 16일, 17일 TNS코리아·미디어리서치·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는 나경원 후보 42%, 박원순 후보 42.9%로 후보간 0.9%의 차이를 보였다. 이 시기에 이루어진 조사를 보면 대부분 오차범위 내에서 결과가 나왔는데 다만 문화일보와 디오피니언이 실시한 여론조사만 허용오차를 벗어난 10.1%(오차범위±3.1% 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4.27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는 사전 여론조사와 실제 다른 결과가 나와 조사의 예측성에 한계점을 드러냈다.
4월 14일 이후 실시된 주요 조사결과를 보면, 중앙일보조사연구팀(14,16일)에서는 엄기영 한나라당후보 48.5%, 최문순 민주당후보 28.5%로 엄기영 후보가 20%이상 앞선 것으로, vfp시안·더플랜(4.16)에서는 엄기영 후보 54.1%, 최문순 후보 37.8%로 엄기영 후보가 16.3% 앞선 것으로, 한겨레·더피플(4.15-16)에서는 엄기영 후보 45.5%, 최문순 후보 33.7%로 엄기영 후보가 118.8%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매일경제·한길리서치(4.18-19)에서 엄기영 후보가 9.1%, KBS·미디어리서치(4.17-19)에서 엄기영 후보가 9.1%, 강원도내 6개언론사·TNS리서치(4.18-19)에서 엄기영 후보가 14.2% 앞선 것으로 보도했다. 가장 최근 결과인 뷰앤폴·리서치뷰(4.18-20) 조사에서는 엄기영 후보가 3.6%,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4.19-20) 조사에서도 엄기영후보가 17.0%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여론조사에서는 시종일관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났지만 최종 선거결과는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당선됐다.
허용오차범위 재해석…
여론조사조작 가능성 높아
그런데 사전 여론조사에서는 최종결과와 다른 결과가 나타났지만, 출구조사(사후조사) 결과를 보면, 거의 일치했다. 4.27강원도지사 보궐선거 출구조사에서는 엄기영 후보 46.6%, 최문순 후보 51.1%로 최문순 후보가 4.5% 앞선 것으로 나타났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방송3사 조사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54.4%, 나경원 후보 45.2%로 박원순 후보가 앞선 것으로, YTN조사에서도 박원순 후보가 51.9%, 나경원후보가 47.9%로 박원순 후보의 당선을 예측했다. 일부에서는 출구조사(exit poll)는 ‘확인조사’이지 여론조사는 아니라는 견해가 많지만 예측율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조사는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특별한 문제점은 없어 보인다.
이 외에도 당시 정치적으로 예민했던 경기 분당과 경남 김해선거에서도 비슷한 사전여론 조사결과가 나와 사전여론조사에 대한 신뢰성에 의구심을 갖게 했다.
그렇다면 왜 이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사실 여론조사는 일부를 조사해 전체를 유추하는 조사일 뿐 전체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여론조사 기법의 발달로 예측률이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를 이용한 갖가지 선거방법이 등장하고 있는데, 각 조사기관마다 다른 의견과 입장이 개진될 때 유권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면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먼저, 조사의뢰 기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경우 소위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으로 나뉘어 있고, 보수를 자칭하는 기관과 진보를 주장하는 기관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최종 결과와 비교할 때 서울시장 선거보도에서 소위 보수언론이라 불리는 신문들의 조사결과를 보면 실제와 다른 허용오차내의 조사결과를 발표했으며, M신문의 경우 오히려 한나라당후보가 무소속후보를 월등히 앞선 것으로 보도했다. 야권성향을 보인 언론에서의 결과를 보면 야당후보에 대한 암묵적 지지를 보였다. 이 같은 여론조사를 통해 해당 언론사들은 자기의 정체성을 드러냈고,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강하게 표출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선거보도에 있어 항상 문제점으로 대두되는 것이 ‘경마식보도’와 ‘부화뇌동효과’에 대한 부분이다. 미국에서도 많은 여론조사를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는데, 유권자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정보를 주어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동표에 대한 집중공략이 이루어지는데, ‘될 사람을 찍어주자’는 의미를 강하게 만든다. 즉 부화뇌동효과를 유도해 사표방지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권을 쥐고 있는 정당이나 세력들은 자기의 조직을 이용, 여론조사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미국과 다르게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이용, 해당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통해 선거가 끝난 후 당선되었을 때 또 다른 ‘취업’에 대한 ‘충성서약’을 하는 것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선거가 끝난 후 언론사의 많은 인사들이 당선자 측근에 들어가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여론조사조작이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점이다. 흔히 실시되는 방법으로 허용오차범위의 재해석을 들 수 있다. 공직선거법에서도 발표내용 중 허용오차범위의 공표를 명기하고 있는데, 그 허용오차범위를 임의적으로 해석, 오차범위 내에서 의뢰기관의 구미에 따라 특정 후보의 우위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때 조사기관에서는 ‘통계적으로’라는 용어로서 그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조사대상 선정
신뢰성 의구심
그 다음 사전 여론조사에서 문제가 되는 점은 샘플링방법에 있다.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방법으로 전화면접조사와 ARS가 있는데, 조사대상을 선정하는 샘플링(sampling/모집단선정)에 많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이용하는 샘플링으로 전화번호부, 휴대전화, 인터넷전화가 있는데, 각각의 샘플링에 한계가 있다.
먼저 전화번호부의 경우 KT에서는 2008년에 공개한 이후 새로운 것이 없고, 번호등재가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빠진 경우가 상당히 많다. 대략 50% 정도만이 등재되어, 그 신뢰성에 의구심을 갖을 수 있다. 그리고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위 ‘나 홀로 세대’를 18%로 보는데, 이들은 유선전화는 없고, 휴대전화만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060과 070같은 인터넷전화를 이용하는 세대가 점차 늘어나고 있어 샘플선정 과정에 많은 어려움과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조사기관에서는 RDD(Random Digital Dialing/무작위 표본선정)방식을 이용하고 있는데, 유선전화와 휴대전화의 비율을 8:2정도로 번호를 생성하여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RDD방식의 응답율에 문제가 있다. 대략 20% 이하의 응답을 보이고 있어,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성에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ARS방식은 10% 이하로 그 정도는 더욱 심하다. 미국의 경우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성 때문에 응답률이 30% 이하로 내려가면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실제로 리서치전문기관인 (주)포커스컴퍼니의 현군택 전무에 의하면, ‘RDD방식으로 조사할 때 전화번호부에서 40-50% 정도를, 나머지는 전화번호부에 없는 번호를 추출해 실시한다’라고 말하면서, ‘양 집단을 비교해 보면, 전화번호부에 등재돼 있는 가구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으로 여권을 많이 지지하는 반면, 휴대전화나 인터넷전화조사에서는 야권지지율이 높다’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조사의뢰 기관이 어디냐에 따라 또는 어느 정당을 지지할 것인가 결정유무에 따라 조사방법이 달라지는데, 조사기관 입장에서 보면 고객의 구미에 맞는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가 조사의뢰 기관과 조사실시기관에 따라 들쭉날쭉한 것이다. 여기에 조사된 기초자료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자료에는 raw data와 log data가 있는데, 실제로 공개된 자료는 조금은 각색된 log data이다. 즉 자료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모든 자료(raw data)를 활용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조사의뢰 기관에 불리한 자료는 제외시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국내에는 300여개의 여론조사 기관이 있는데,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영세하기 때문에 의뢰자의 구미에 맞추는 이 같은 현상으로 여론조사의 정확성과 신뢰성에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는 것이다.
특정 목적 여론조사
조작은 엄연한 불법
결국 여론조사가 처음부터 특정목적이나 의도를 가지고 시행된다면 분명 이것은 여론조작일 수밖에 없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여론조사가 실시될 경우 공표해야 되는 내용에는 조사 의뢰자, 조사기관, 단체명, 피조사자의 선정방법, 표본의 크기, 조사지역, 일시, 방법, 표본오차율, 응답률, 질문내용 등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어 외형적으로 공신력이 있어 보이지만, 실제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부분에서 조작할 가능성이 많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분명 여론조작은 선거법위반에 해당된다. 따라서 공정한 여론조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조사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과 함께 조사된 raw data를 공개함으로서 전문가나 유권자들도 나름대로의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줘야 한다.
사전여론조사는 분명 참고용이지 여기에 지나친 의미부여를 할 필요는 없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조사의뢰 기관이 어디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사전조사를 절대적인 결과로 오인해서는 안된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절차와 방법이 옳다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조작을 절대 묵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유권자들에게도 이런 부문에서의 철저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문호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