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보증 ‘최대의 낙하산 정권’ 오명
대한주택보증 ‘최대의 낙하산 정권’ 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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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맨’ 사장 물망 ‘낙하산 인사’ 논란

김선규 전 현대건설 부사장 내정…노조 반발 움직임 갈수록 거세
노조, 현대건설 출신 퇴임 보장하는 현대건설 자회사 아니다 비난

MB정권 공기업을 현대건설 인맥 동호회 정도 취급
법·상식 등 상상할 수 없는 일…명백한 인사폭거 주장

 


12월 1일 임기가 만료되는 남영우 대한주택보증 사장 후임에 김선규 전 현대건설 부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한주택보증 노조의 반발 움직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처럼 ‘낙하산 인사’라는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개선안이 마련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주택보증은 오는 12월 임기가 만료되는 남영우 사장의 후임을 정하기 위해 지난 9월말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10월 17일~31일까지 2주 동안에 걸쳐 사장 모집공고와 접수를 받았다.

현대건설 출신 낙하산 인사 강행?

그런데 차기 사장 공개모집에 노동조합이 반대하고 있는 김선규 전 현대건설 부사장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사장이 사실상 내정된 것 아니냐’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주택보증 노조에 따르면 모집공고 전부터 국토해양부 본부장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활약했던 S씨의 내정설이 언론을 통해 불거졌다. 이후 모집 공고를 시작한지 채 이틀도 지나지 않아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인 현대건설 부사장 출신의 김선규 씨가 내정자로 변경되었다는 설이 돌면서 공모절차가 중단되는 파행을 겪었다.

노조는 “지난달 31일 끝난 임원추천위원회는 요식행위일 뿐”이라며 “정권차원에서는 이미 금융과 보증에 비전문가인 현대건설 출신 김선규 씨를 낙점하고 이른바 현대건설 낙하산인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노조는 “현대건설 출신인 김선규 씨가 사장에 내정되면 사회안전망으로서 대한주택보증의 공공성을 약화시킬 것이고 재벌 건설사의 이익을 편중되게 대변해 주택건설 공급여건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공공기관은 현대건설 출신의 퇴임을 보장하는 현대건설의 자회사가 아니다”라며 “공기업의 올바른 자리매김을 위해서라도 사적 인연에 바탕한 현대건설 출신 낙하산은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11월 4일 전국금융산업 노동조합 대한주택보증지부는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현대건설 출신 사장 내정을 재고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노조, 공공성 악화 우려

대한주택보증 노조는 청와대 광장 게시판에서 “건설회사 출신이 대한주택보증 사장이 되는 것은 자기거래를 용인하는 것으로 법을 떠나 도덕적 윤리적으로도 상당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이해관계자가 되거나 될 소지가 있는 인물에게 CEO를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같은 일이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김선규 사장 내정자가 몸담았던 현대건설이나 현대도시개발, 현대엠코, 현대산업개발과 같은 현대건설 관계사는 앞으로도 여전히 대한주택보증과 보증거래를 해야 하는 회사의 주 고객”이라며 “김선규 내정자 자신이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잘 알고 친분이 있을 국내 모든 건설사들이 대한주택보증의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는 “고객인 건설회사는 건설업의 다양한 인맥을 통해 내정자에게 무리한 요구나 청탁을 할 개연성이 불을 보듯 뻔하며 아는 처지로서 당사자는 또 얼마나 괴로울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건설업계 출신으로 업계와의 이해관계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한주택보증 노조는 “건설회사의 이해는 대한주택보증이 보호하는 분양계약자와 영세임차인 등 무주택 서민과 이해관계가 상충돼 있다”며 “건설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는 분양보증, 임대보증금 보증 등 보증범위를 축소하거나 보증대상을 제한하는 등 회사의 사회안전망으로서 서민보호 기능을 축소시키거나 외면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노조는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기업은 현대건설 퇴직임원을 위한 현대그룹의 자회사가 아니다”라며 “비건설회사 출신으로 대한주택보증의 공적역할을 충분히 인식하고 주택금융에 대한 전문역량을 겸비한 적임자가 선임될 수 있도록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덧붙였다.

공기업 요직 대부분 독식

지난 11월 16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도 성명서를 내고 “이 정권의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지역난방공사, 남양주도시공사에 현대건설 출신의 MB 인맥들이 줄줄이 CEO 자리를 꿰차더니, 올해 12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대한주택보증 사장에 현대건설 출신 김선규 씨가 내정됐다”고 비판했다.

금융노조는 “이 정권이 공기업을 현대건설의 자회사로 취급하고, 대통령이 공기업을 현대건설 인맥들의 동호회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며 “대한주택보증은 건설회사를 주 고객으로 하는 주택전문 보증기관인데 이곳에 현대건설 출신 사장을 앉힌다는 것은 법과 상식에 비추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며 명백한 인사폭거”라고 주장했다.
“건설회사 출신이 건설사가 고객인 회사의 사장이 되는 것은 자기거래를 용인하는 것으로 법적으로나 도덕적, 윤리적으로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노조의 주장이다.
아울러 금융노조는 건설회사의 이해와 대주보가 보호하는 분양계약자와 영세임차인 등 무주택 서민과 이해관계가 상충하는데 따른 공적 기능 축소, 금융 문외한인 건설회사 출신이 주택금융전문 보증기관의 사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대한주택보증은 국토해양부 산하 금융공기업이자 국내 유일의 주택전문 보증기관으로 현재 정부 보유지분은 55% 수준이다. 그동안 대한주택보증은 임기가 3년인 사장의 선임을 두고 고위직 공무원의 노후대비용으로 전락했다거나 정부와의 친분관계에 따른 낙하산 인사라는 곱지 않은 잡음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민간 건설사 출신이 대한주택보증 사장에 임명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

대한주택보증의 초대 대표이사 사장으로는 이항렬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 차관보가 임명됐으며, 2기 사장에 권오창 당시 건설교통부 기획관리실장이 선임됐다. 2005년 당시 건교부 기획관리실장 자리에 있던 박성표(행시 17회)씨가 3대 사장을 지냈다. 이후 2008년 남영우 당시 NH투자증권 사장이 내정되면서 국토부(전 건설교통부) 관료가 내정되는 관행이 깨지기도 했다.

한편 현 정권 들어 현대건설 출신들이 각종 인사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현대 출신 인사들이 MB정부 공기업 요직을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청계천 공사를 진두지휘했던 이지송 LH공사(한국주택토지공사)사장이다. 이지송 사장은 현대건설 사장 출신이다.
또한 현재 가장 잘 나가는 공기업 CEO로 비상한 주목받고 있는 인물은 바로 김중겸 한국전력공사 사장이다. 김중겸 사장은 MB정부 취임 후인 2009년에 현대건설 사장직에 올랐다.

‘낙하산 인사’ ‘보은인사’오명 남겨

이후 김 사장은 현대건설이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되자 지난 5월 말 바로 사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약 3개월 뒤 ‘대형 공기업 사장’이라는 큼지막한 간판을 들고 화려하게 복귀, 한전 사장으로 재기했다.
김중겸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경북 출신에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다. 1976년 현대건설에 입사 한 뒤 이명박 대통령과 16년 동안 상사와 부하 직원으로 한솥밥을 먹으며 돈독한 관계를 쌓았다.
이와 더불어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LH공사로 통합되기 전에 토지공사 사장을 지낸 인물도 현대건설을 거쳐 서울시도시계획국장을 역임한 이종상 그린크로스 한국대표부 대표다. 또한 정승일 지역난방공사 사장은 현대건설 전무 출신이며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현대종합상사 부사장 출신으로 알려졌다.
또한 남양주도시공사 사장은 현대건설 상무 출신인 원현수 사장이다. 원 사장은 현대건설 및 코오롱건설 출신이다. 특히 코오롱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대표이사를 지낸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아울러 남양주도시공사 임명권자인 이석우 시장은 한나라당 소속이다.
이들 대부분은 선임될 때 당시 노조로부터 ‘낙하산 인사’ ‘보은인사’라며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왔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 같은 비난에도 임명을 거의 빠짐없이 강행해 ‘최대의 낙하산 정권’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이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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