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치르기도 전 후보자격 시비…온갖 불법선거운동 구설수 논란
노조 농협개혁 자격 없는 최 회장 퇴진 요구…향후 행보도 미지수
사업구조개편 노조 반발 거세…각종 의혹 제기 선거 후유증 시달려
노조 협동조합 해체법 등 농협법 전면 재개정…후폭풍 예고 전면전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후보자격 시비와 온갖 불법선거운동으로 논란을 일으킨 농협회장 선거가 최원병 현 회장의 연임으로 마무리 됐다. 지난 18일 전자투표 방식으로 치러진 이날 선거에는 의장을 제외한 대의원 288명 전원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 최원병 회장이 66.3%인 191표를 확보해 97표를 얻은 김병원 전남 나주 남평조합장을 제치고 제5대 농협중앙회 회장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선거이후 각종 불거지는 의혹 제기로 인해 선거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사업구조개편에 대한 노조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투표는 끝났지만 자질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벌써부터 노조와 최 회장 간 치열한 싸움이 예견된다.
내년 3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를 앞두고 부족 자본에 대한 정부 지원을 충분히 이끌어 내야 하는 과제뿐만 아니라 최 회장이 농민신문사 회장직을 유지한 채 출마해 ‘피선거권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아들의 농협 입사 의혹도 불거져 나와 잡음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횡령·공금 유용·대출금 편취·뇌물 등 농협의 금융사고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 11월1일 과천농협 조합장 등이 대출 금리를 인상해 47억여 원에 이르는 부당이득을 챙겼다가 구속되는 등 좋지 않은 일련의 일들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국농협노조는 최 회장의 부당행위에 대해 법적인 책임까지 제기할 태세여서 향후 논란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노조 ‘농협법’ 전면 재개정 요구
특히 농협 노조는 지주회사 분리 농협법(일명 협동조합 해체법)을 비롯해 협동조합 정체성 복원을 위한 농협법 전면 재개정을 이루기 위해 법적으로 나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선거와 관련, 전국농협노조는 수개월간 수백 명을 사전에 동원한 선거운동과 현직이라는 프리미엄이 최 회장이 재선에 성공하게 된 이유라며 당장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처럼 노조는 ‘농협법’ 전면 재개정·최원병 회장 퇴진·농협중앙회장 직선제 선거 등 강도 높은 압박으로 회장 연임에 반발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 결과와 관련해 농협노조는 21일 성명을 내고 “최원병 회장 당선은 농업과 농협이 얼마나 깊은 나락에 빠졌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일대 사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조는 “농민조합원과 협동조합 노동자가 일궈낸 287조 여 원에 달하는 농협중앙회 총 자산을 비롯한 일체의 힘을 마음껏 대형투자은행을 만드는데 쓸 수 있게 됐다”며 퇴진압박에 전력을 쏟고 있다.
노조는 “잘못된 건 모두 남의 탓‘으로 돌리는 이가 최 회장”이라면서 “사상 최대·최악의 금융사고를 일으킨 조직의 수장으로 그 손실을 농민조합원과 지역농협에 떠넘긴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는 “농업과 협동조합에 대한 무지를 이용해 농협을 해체하고 그 자산과 조직을 근간으로 주식회사를 만든다는 지주회사 분리 농협법 개정(2011년 3월11일 국회통과)을 진두지휘한 자가 최원병 회장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고 말했다.
전국축협노조도 “그동안 농협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농민단체 및 노동조합이 함께하는 공대위 등을 통해 충분히 입장을 밝혔을 뿐만 아니라 지난 임기 4년 동안 최 회장이 보여준 행태는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의 개악 그 자체”라고 비난했다. 노조가 회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는 데는 한국농업에서 농협중앙회의 역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신용·경제사업 분리 농협은행 출범위한 ‘꼼수’
전국축협노조 관계자는 “농협중앙회는 농업관련 기관으로 최대조직이며 농민들이 출자해 만든 기관이다. 그런데 최 회장의 지난 4년 임기를 되돌아보면 한국농정에 어떠한 기여도 한 바가 없다”면서 “막강한 권한을 가질만한 책임도 자질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중앙회의 수장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완전히 방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지난 4년 동안 최 회장이 농업의 해체와 농촌의 붕괴를 가져온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에 반대하기는커녕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 정부의 농촌을 죽이는 나팔수 역할을 자처 했다고 비판했다.
최 회장은 당선 전 “사업구조를 성공적으로 개편하고, 농축산물 유통 혁신을 통해 ‘판매농협’을 구현 하겠다”고 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내년 3월에 시행되는 개정 농협법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금융지주회사를 출범시키기 위해 투입해야할 자금 조달 마련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개정 농협법은 농협중앙회를 농협은행과 농협보험 등의 금융자회사를 거느린 금융지주회사와 농협유통, 남해화학, 농협사료 등으로 구분되는 경제지주회사 설립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노조는 농업협동조합의 경제사업 운용이 금융사업을 통한 이윤을 경제사업으로 환원시켜 정책적으로 농업회생에 자금지원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지만, 신용사업과 경제사업과의 자금 흐름을 차단하는 것은 오히려 농협의 경제사업에 동맥경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무엇보다 농협중앙회의 자금 분리의 경우 심각한 농업지원 정책의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축협노조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의 자산 13조8천억원 가운데 농협은행을 포함해 금융지주사를 출범시키기 위해 투입될 자금만도 전체 자산의 85%인 12조 9천억원에 이른다”면서 “이는 사실상 농협의 농업지원 사업 즉, 경제사업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농협중앙회는 오직 하나로마트 등을 통한 유통회사 설립에 치중하고 있어 결국 경제사업 역시 사료 및 비료 등의 사업을 통해 농민을 상대로 장사에 나서는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노조, 최 회장 농촌 죽이는 나팔수 역할 자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 회장이 6조 원 가량을 정부에서 지원받아 경제지주회사를 출범시키겠다는 것과 관련해 노조는 “이중 3조원은 농협이 상호금융특별회계 차입 또는 농업금융채권 발행으로 조달토록 하고 정부는 이자액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1조원은 유가증권 현물출자 방식으로 돕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결국 3조원은 지역 조합이 조성한 기금을 농협은행 출범에서 도용하겠다는 것으로 1조원은 출자해서 정부가 대주주 역할을 하는 셈”이라며 “사실상 정부지원은 1천5백억원 규모의 자본조달 이자만 지원하겠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결국 농협법 개정은 매가뱅크 설립 등 농협은행 출범이 목적이라며 수십년간 농민들과 협동조합 노동자들의 열망인 농협개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국농협노조도 “농민과 조합이 일군 자산이 하루아침에 증자를 이유로 자본시장에 공개되면서 사모펀드의 종자돈 노릇을 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조합지원금으로 선거운동을 했다고 의심받고 있는 최 회장은 지난 2007년 취임하면서 지원금을 투명하게 운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운영 실태를 공개하지 않고 있고, 심의위원회 활동 내용조차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비난을 받고 있다.
내우외환 시달리는 농협회장 향후 행보 주목
최 회장은 당선 후 조합이 더욱 더 윤택해지고, 농업인들이 잘 사는, 또 국민에게는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협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임기를 맡고 있는 동안 온갖 내홍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최 회장의 당선 자격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는 이 문제에 대한 법정소송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번 선거에 나선 김병원(전남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 후보 측도 최 회장의 재출마와 관련, 법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최 회장의 당선은 앞으로 4년간 농협의 미래를 책임지게 됐지만,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후보 자격 시비와 불법선거운동 등에 휘말리는가하면, 당선 후에도 자격시비 논란에 서있다. 더구나 노조는 연일 농협법 전면 재개정 투쟁에 열을 올리고 있고, 퇴진 운동을 벌여나가는 등 한동안 그의 행보에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질 전망이다.
농협중앙회는 조합원 회원수 245만명, 총자산 287조원, 계열사 22개사를 총괄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이다. 이런 자리에 벌써부터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최 회장이 향후 어떤 비장한 카드를 내밀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종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