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배 어린이 축구대회’ 등 각종 생활체육 행사·동호회 주관
서울시 감사실, 보조금 사용처 감사 外 체육회 운영 감사권 없어
해마다 100억여 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비영리 민간단체인 서울시 생활체육회의 일부 간부들이 물품대금을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수억 원대의 비자금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들은 비자금을 주로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아울러 그동안 성희롱이 만연했던 것으로 알려져 전반적인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1일 서울 광진경찰서는 생활체육사업 진행 회의비 계획서 등을 허위로 작성해 수억 원 상당의 서울시 생활체육지원 사업비 및 국민생활체육회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서울시 생활체육회 사무처장 김모(57)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횡령한 비자금 주로 유흥비 탕진
서울시 생활체육회는 비영리 사단법인 ‘국민생활체육회’의 서울 지부로, 서울시 및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서울시 씨름왕 선발대회’, ‘서울시장배 어린이 축구대회’ 등 각종 생활체육 행사와 동호회 활동을 주관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서울시 생활체육회는 엘리트 체육 육성을 목표로 하는 대한체육회 산하 ‘서울시 체육회’와 함께 서울을 기반으로 하는 대표적 체육 단체다. 서울시 보조금 76억 원과 국민생활체육진흥기금 27억 원 등으로 운영된다. 회장 및 이사진 등 임원 47명과 상근 직원 16명이 근무해왔다.
사무처장 김 씨는 2008년 4월 서울시 생활체육회 사무처장으로 부임한 직후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매년 100억 원씩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생활체육지원 사업비 및 국민생활체육회 보조금의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회의비·간식비·자원봉사자 식대 및 교통비·행사진행요원 일일수당 등 비용지급 관련 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운동용품 업체와 현수막 및 인쇄물 업체·행사개회비 대행업체 등으로부터 계약 단가를 높여 차액금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3년 동안 모두 149회에 걸쳐 3억900여만 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빼돌린 돈 가운데 2억 4,000여만 원을 직원 회식비와 교통비, 회원단체 경조사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사무처장 김 씨와 본부장 정모(45)씨는 유흥비로 각각 9,700만원과 5,600만원씩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예산집행 감사를 피하기 위해 차액금을 돌려받기 위한 대포통장 4개를 만들어 차액금을 별도로 관리하는 치밀함도 보였다”며 “오랜 기간 범행이 가능했던 점으로 미뤄 관련 업체와의 결탁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울시 생활체육회 예산 횡령 사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문화부는 국민체육진흥법 제18조에 의거, 국민생활체육회에 생활체육 진흥을 위한 사업비 및 운영비를 보조하고 있으며 서울시 생활체육회를 포함해 6545개 회원 단체를 가진 조직으로서 정부 보조금 중 일부를 회원 단체에 재교부하여 지역의 생활체육 활성화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당 편파성에 시달리기도
또한 언론에 보도된 바와 달리 서울시 생활체육회(1990년 설립)는 국민생활체육회(1991년 설립)의 서울지부가 아닌 회원단체로서 정부와 서울시의 보조금에 한해서는 분명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문화부와 서울시의 입장이다. 이는 타 지자체의 관리 감독 하에 있는 시도 생활체육회도 예외는 아니라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 생활체육회에 대한 관련자 징계 및 보조금 환수 조치는 물론,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지자체에 소관 생활 체육 단체에 대한 감사 및 상시적이고 철저한 감독 권한을 지시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국민생활체육회에 '임시 감사반'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는 “각 시도 회원 단체에 대한 회계 관련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감사 전담 부서 신설 및 종합적인 회원 단체 감사 방안 마련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와 아울러 실제로 시민의 건강복지를 위해 일선에서 뛰어야 할 생활체육지도자들은 특정 정당의 정치활동에 대거 이용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1월 23일 서울시의회 민주당 문상모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 서울시 생활체육회 소속 지도자 2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중 절반이 넘는 114명이 ‘정치에 이용당하는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서울시 생활체육회의 정치적 중립성을 묻는 질문에도 절반이 넘는 113명이 ‘중립적이지 못하다’고 답했다. ‘매우 중립적이지 못하다’라고 응답한 지도자도 33명이나 됐다. 서울시 체육회의 임원이나 사무국장이 총선이나 지방선거 등에 개입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72%에 달하는 157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고위직의 지시로 특정 정당의 정치 활동에 동원된 사례를 묻는 주관식 질문에는 다양한 답변이 쏟아졌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시체육회 간부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경우는 비일비재했다.
선거운동을 위한 장소를 제공하라고 지시한 사례가 적지 않았으며 휴일에도 선거운동과 관련한 업무를 하라고 하거나 입당을 강요한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는 한 지도자가 강사로 참여하는 체육 동호회의 회원 명부를 시생활체육회가 넘겨받아 선거운동에 이용했다는 답변도 나왔다.
일반 시민의 체육 복지 증진을 위한 각종 사업을 하는 시생활체육회는 엘리트 스포츠를 담당하는 서울시체육회와 함께 서울의 스포츠 행정을 이끄는 한 축이다. 매년 수십억 원의 보조금을 서울시로부터 지원받고 있으며 지난해 지원받은 예산만 70억여 원에 달한다.
1∼3급으로 등급이 구분되는 생활체육지도자는 시생활체육회 소속으로 공공·민간 체육시설이나 공원 등지에서 시민에게 배드민턴·헬스·테니스 등 생활체육을 지도하는 업무를 마고 있다.
문 의원은 “지도자들이 일반 시민을 대면하는 시간이 많고 조직력도 강해 특정 정당이 이들을 정치활동에 동원한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이제 더 이상 정치적 의혹이 일지 않도록 서울시가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차원 행정사무조사특위 구성
또한 서울시 생활체육회는 성희롱 문제도 심각했던 것으로 드러나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시의회 김연선 의원(민주당. 중구2)에 따르면 생활체육회의 한 간부는 술자리에서 간장과 소주를 섞은 술잔을 자신의 새끼손가락으로 휘저은 뒤 이를 여직원에게 빨라고 강요했다. 또 다른 간부는 회식자리에서 여직원의 가슴 사이에 나무젓가락을 꽂으려고 하는 등 서울시 생활체육회에서만 무려 7~8건의 성희롱 및 성추행 제보가 들어왔다고 김연선 의원은 전했다.
김연선 의원은 “피해 여성을 직접 만나 보니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면서 “피해 여성들은 인사 상 불이익을 우려해 하소연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의원은 “문제는 이들 뿐만이 아니라 상당수의 여성 공무원들이 직장 내 성추행을 당하면서도 이를 쉬쉬하고만 있다”면서 “이 문제를 이슈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연선 의원은 “이 단체는 서울시 보조금을 횡령하는 것은 물론 부하 직원에 대한 성추행도 빈번하게 일어나 복마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서울시의회 차원에서 행정사무조사특위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 감사실은 서울시 생활체육회 성희롱 문제와 관련해 “서울시가 보조금을 주는 단체이기는 하지만 보조금 사용처에 대한 감사 외에는 체육회 운영 등에 대한 감사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문충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