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내부통신망은 뜨겁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를 비판한 인천지법 최은배 부장판사에 대해 대법원이 29일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에 법관윤리강령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심의하기 때문이다.
이에 28일 서울북부지법 변민선 판사가 이를 지적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 일반직 법원공무원들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볼까. 법원공무원들은 대법원의 이번 윤리위원회 회부 결정에 대해 “사법부답지 않은 너무나도 조급하고도 정치적인 결정”, “법원이 법관의 독립 자체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법원공무원 Y씨는 “법원이 법관을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거짓말을 일삼는 언론의 글 하나 가지고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다니”라고 혀를 차며 “반대로 한미 FTA를 찬성하고 현 정부를 찬성하는 글을 올렸더라도 지금과 똑같이 바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위반으로 윤리위원회에 회부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대법원을 비판했다.
J씨도 “만일에 판사 글이 FTA 찬성 글이었으면 그래도 조선일보에서 보도했을까요? 그래도 윤리위에 회부했을까요?”라며 “사법부가 특정언론에 너무 놀아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고 대법원에 대해 씁쓸함을 표시했다.
K씨는 “조선일보는 특히 법관 등에 대한 언론테러를 통해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보호막을 만들고 있다”며 “용기 있는 판사님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법부의 단호한 대처가 없다면, 앞으로도 조선일보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사의 사생활은 끊임없이 파헤쳐질 것”이라고 대법원이 나서 정면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S씨는 “조선일보와 싸우기보다는 적당히 눈치를 봐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라고 꼬집으며 “하지만 유일하게 조선일보사와 기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당당히 소송에서 승리했던 정진경 판사님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P씨는 “양승태 대법원장은 국민과 소통하는 법원을 강조했다. 소통은 듣는 것뿐 아니라 자유로운 의사의 표현도 포함된다. 주변사람과 소통하는 것조차도 윤리위에 회부하는 대법원의 공허한 외침!”이라며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법원’ 참으로 부끄럽다”고 쓴소리를 냈다.
L씨는 “판사 이름으로 된 글 하나 올리는 게 이렇게 힘듭니다. 제발 이 냄새나는 관료조직에 길들여지지 마시고 오직 국민들만을 위한 명예로운 법관이 돼 달라”며 “한미 FTA의 ISD조항 반대한다고는 말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사법주권침해에 대한 보고서라도 판사 이름으로 한 장 올라와야 되는 거 아닙니까?”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전호일)는 28일 성명을 통해 “최은배 부장판사에 대한 윤리위원회 회부는 너무나 급박하고 경솔한 행위였다”며 대법원에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전호일 본부장은 29일 오전 8~9시까지 대법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이번 대법원의 조치는 개인의 사생활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사법부 독립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매우 잘못된 결정”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