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박지원 통합합의? ‘산 넘어 산’
손학규·박지원 통합합의?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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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통합결의 후 지도부 선출, 무늬만 통합 난항 예고

임시지도부 구성, 기존 대표체제 중심 vs 비대위 체제 안개 속
야권통합 ‘도로 열린 우리당’ 우려…향후 야권통합 확산 쉽지 않아

 

야권통합 전당대회 방식을 놓고 내홍을 겪던 민주당이 ‘선(先)통합-후(後)지도부 선출’이라는 절충안으로 야권통합의 가닥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오는 11일 또는 17일 전대에서 통합을 결의하고, 내년 1월 중 통합 전대를 개최하는 수순으로 나아가게 됐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극적인 합의를 통해 난항을 겪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손 대표는 이와 관련 “통합을 결의하는 민주당 전대가 먼저 열리고 지도부 선출을 위한 통합전대가 열리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며 “싸우다가도 일단 합치면 무서운 힘으로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민주당의 전통을 살려 통합을 완수하자”며 절충안 수용을 통해 통합이라는 명분을 얻게 됐고, 반면 박 전 원내대표는 자신이 주장한 3단계 통합론의 첫 번째 단계인 단독 전대 개최를 성취해 실리를 얻게 됐다.

손 대표, 절충안 수용 통해 명분 얻어

손 대표는 “비온 뒤에 땅이 굳는 것이며 의견이 달라 격렬히 토론하고 분란으로 비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됐지만 결국 의견을 하나로 모아가는 게 우리 당의 오랜 전통”이라며 “대통합의 정신을 살리고, 당 내 갈등소지를 없애는 방향으로 통합 논의를 진전시키자”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이견이 있어도 극단으로 가지 않는 성숙한 힘은 민주당의 저력이며 민주당 밖의 통합세력과도 협상을 재개하고 연석회의를 가동해 합의해 가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야권통합과 관련해 당 내 이견이 모아지는 걸 보면서 역시 민주당이다, 자부심을 느낀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빨리 소집해서 야권통합 여부에 대한 대의원들의 결정을 받고 수임기구 구성과 결의로 통합정당을 탄생시키자”고 밝혔다.

하지만 통합에만 합의했을 뿐 ‘산 넘어 산’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손 대표를 비롯한 통합전대를 지지하는 측과 박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단독전대를 지지하는 양측이 지난 11월 23일 중앙위원회에서 고성이 오고가며 설전을 벌였던 상황에서 화합을 모색한 것으로 일견 비춰지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은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원칙과 질서 없는 야권통합은 야합

이들의 합의가 있고 난 다음날 이들의 합의를 무색케 하듯 민주당 전국 원외 지역위원장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단독 전당대회 개최를 여전히 주장했다.

이들은 “실체를 알 수 없는 일부세력에 휘둘려 생사기로에 선 민주당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섰다”며 “원칙과 질서가 없는 야권통합은 야합이며 민주당의 죽음일 뿐”이라고 자신들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어 “당대표도 지난달 23일 중앙위원회에서 27일까지 당원의 뜻이 통합전대로 모아지지 않는다면 독자전대를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원칙과 질서 있는 야권통합을 책임질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민주당 전당대회를 12월 11일 열도록 5400명의 대의원 서명을 받아 중앙당 전국대의원대회 의장에게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더 큰 민주당을 위한 수임기구인 야권통합위원회를 구성해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으로 백년전국정당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며 “선거연대에도 앞장 서겠다”고 밝혔다. 결국 손 대표와 박 전 대표의 합의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로 상당부분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들이 넘어야 할 산은 우선 임시지도부 구성과 공직후보 선출, 지도부 선출 등 어느것 하나도 갈등의 그림자가 없는 것이 없을 정도다. 핵심부분은 비켜가고 통합의 명분만 확인한 모양새다.

임시지도부 구성과 관련, 기존의 대표체제 중심에서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질지, 혹은 공동대표단 등이 구성될지 안개속이다. 거기다 합의를 도출한 박 전 대표의 포함 유무 역시 가늠할 수가 없다.

핵심부분 비켜가고 통합 명분만 확인

수임기구 구성도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민주당은 통합전당대회에 앞서 12월 11일 단독전당대회를 통해 통합을 결의하고 수임기구를 구성해 통합전당대회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통합을 의결한 뒤 수임기구는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시각차는 여전한 상황이다.

거기다 박 전 대표를 비롯한 단독전대를 주장하는 측은 “당의 모든 권력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며 “당의 지도부는 당원이 뽑아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지도부 등의 선출에 당원이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지역위원장들도 국민참여 경선에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야권통합’은 동의하지만 국민참여 경선으로 인한 기득권 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혁신과 통합’, 민주당 통합전대측은 국민참여 경선제를 선호하고 있다. 민주당원과 대의원만으로 지도부를 뽑는 것은 혁신을 모토로 하는 통합이 아니라는 뜻이다. 혁통이 가칭 시민통합당을 창당해 민주당과 당대당 통합을 추진하더라도, 당원수가 민주당과는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선거법상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만으로 창당되는 상황에서 당원이 투표권을 행사할 경우 민주당에 비해 모든 것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 등으로 혁통측은 향후 통합신당 지도부 선출 등에 있어서 국민참여 경선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혁통은 민주당의 통합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이 독자 전대를 치를 경우 내년 1월로 예정된 통합 전대 방식이 국민참여 경선제가 아닌 당원 투표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혁통과 민주당이 당 대 당 통합을 하더라도 180만 명의 당원으로 구성된 민주당 조직에 비해 사실상 열세이기 때문에 통합전대 방식을 놓고 양측의 기 싸움이 재현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수임기구 구성 시각차 여전

이처럼 양측의 지도부 선출방식을 둘러싼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향후 선출될 통합신당의 지도부가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혁통 측이 지난 10.26서울시장 경선 때처럼 국민경선인단으로 지도부와 총선 후보자를 선출하자고 주장하는 것에 민주당 현역의원들과 지역위원장들이 반발하는 이유이다. 혁통측이 “민주당이 당원들의 뜻으로 지도부 선출을 결정하겠다면 그것은 결국 통합 논의에서 자신들의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든 취하겠다는 것으로밖에 안 들린다”며 “혁신과 통합은 아무런 지분 나누기 없이 혁신을 전제로 통합정당을 만들자는 것인데 결국 이 정도 논의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심히 걱정스럽다”고 밝힌 것도 이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한편 이번 야권통합이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것도 향후 야권통합의 확산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혁신과 통합’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 등과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두관 경남지사, 한국노총, 진보통합시민회의,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민주노총 산하 사무노련 전현직 위원장이 통합 연석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국민참여당 일부, 창조한국당 이용경 유원일 의원과 송영오 전 대표 등도 개인 자격으로 합류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인 새진보통합연대(통합연대)가 진보진영 통합에 최종 합의함으로써, 민주당 등과는 다른 길로 들어서는 형국이 됐다.
 

 

이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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