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 하이마트 지분 매각 속내?
유진그룹, 하이마트 지분 매각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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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기업 취약한 재무구조 촉발

올 상반기 유진기업 자본총계 5,661억 원, 부채 9,675억 원
자기자본비율 36% 수준, 전체 재무구조 건전성 위협 여전

GS·신세계·이마트·현대점 등 대형유통사 눈독 가능성
롯데 가전분야 강화, 하이마트 인수 시 시너지 기대도

극심한 경영권 분쟁을 겪던 하이마트와 유진기업이 극적인 대타협을 이루는 듯했지만 결국 하이마트 지분을 매각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결국 양측의 깊은 골을 극복하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달았다는 점에서 업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또한 이번 사태가 근본적으로 유진기업의 취약한 재무구조 때문에 촉발됐다는 점에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향후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 합의한 후 하룻만에 지분매각이란 최후의 카드를 꺼낸 것에 대해 업계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1일 유진기업과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은 하이마트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에이치아이 컨소시엄과 하이마트 지분을 매각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매각은 공개매각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유진그룹은 하이마트 선 회장과 함께 이번 경영권 분쟁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지분을 매각키로 했다고 밝혔지만 업계 일각에선 유경선 회장이 선종구 회장에게 모종의 빅딜을 제안하지 않았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새로운 주인 찾는 게 급선무?

유진그룹 관계자는 “새로운 주인을 찾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으며 모종의 빅딜은 있을 수 없는 일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절차를 마무리해 전체사업전략을 근본적으로 재편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빅딜가능성을 부인했다.

특히 이번에 매각되는 지분은 ▲유진기업(31.34%) ▲유진투자증권(1.06%) 등 유진그룹 측 지분 34.44%와 ▲선종구 회장 측 20.76% ▲HI컨소시엄 8.8% 등 60% 가량이다. 다른 재무적 투자자들 지분까지 포함할 경우 80%를 넘길 수도 있다.

이는 하이마트 주가를 감안하면 1조원을 훨씬 웃돌며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1조 5,000억∼2조원 대에 육박하는 규모다. 특히 하이마트가 국내 최대 가전 양판점이라는 점에서 국내 유통업계가 커다란 관심을 가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하이마트의 독보적인 국내 시장지위와 경쟁력 등을 감안할 때 롯데그룹·이마트·현대백화점 등 쟁쟁한 유통사들이 눈독을 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업계 관계자는 “롯데와 신세계가 가장 유력한 후보”라며 “이중 롯데가 하이마트에 잠재적 경쟁자였기 때문에 인수 시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디지털파크를 현재 운용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올해부터 이 분야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선포한 상태라 하이마트를 인수하면 시너지가 기대된다.

한편 우리사주부분에 대해 하이마트 측은 “원하는 직원의 경우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동반 매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전체 사업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편성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사업 전략 근본적 재편성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유진기업 관계자는 “대주주들은 이번 하이마트 사태를 겪으면서 주주와 고객, 협력업체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많은 염려와 상처를 주었다”며 “언론에서 지적한 것처럼 경영권 분쟁과 타협과정에서 봉합보다는 그 이후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보다 나은 방향으로 하이마트의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능력과 비전을 가진 주인을 찾고자 매각을 결심하게 됐다”며 “불편한 동거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유진과 선 회장 모두 책임 있는 경영자로서의 신뢰가 훼손됐다는 점에 의견을 함께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국내 1위 하이마트의 가치훼손을 막고 직원을 보호하며 서로 좋은 감정으로 기억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며 “새로운 주인을 찾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으며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매각 결정은 지난 11월 30일 오전 임시 주주총회를 열기 직전 선종구 하이마트 대표와 유경선 유진기업 회장이 각자대표 체제에 전격 합의를 이룬 직후 나온 전격적인 방침이라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원래 이들은 극적인 합의를 통해 공동대표 체제에서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 회장은 재무부문, 2대 주주 선종구 회장은 영업을 전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각자 대표 체제란 복수의 대표이사가 각각 단독으로 대표이사의 권한을 행사하는 경영 방식을 의미한다.

이는 선종구 대표가 전자 유통 분야의 베테랑이라는 점에서 영업을 총괄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경선 회장은 하이마트의 재무를 주관하며 최대주주로서 책임 경영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업계는 “이번에 이루어진 합의는 어디까지나 휴전일 뿐이지 종전은 아닐 것이다”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재무와 영업이 서로 완전히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향후 두 사람이 하이마트를 운영하며 또다시 충돌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존재하고 있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특히 업계에서는 “유진기업은 이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최대주주이면서도 2대 주주인 선종구 회장과 회사 임직원들을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거친 태도로 밀어붙인 하이마트를 앞으로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양사가 서로 결별의 수순을 밝기로 한 것은 “이미 깊을 대로 깊어진 골을 메우기에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린 유진기업과 하이마트가 부득이하게 내린 고육책”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이마트 지분 매각은 고육책?

사실 유진기업의 하이마트 경영권 관련 논란은 이미 유진기업이 지난 2007년 하이마트를 인수한 뒤 유경선 유진그룹 대표를 하이마트 공동 대표로 선임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유진기업은 지난 2008년 하이마트 인수로 재무개선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그러나 최근 유경선 회장이 직접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전문경영인 CEO인 선종구 회장과 첨예한 갈등을 겪기 시작했다.

유진기업은 분쟁 와중에서 “선종구 회장이 2대 주주라고 하지만 그 지분이 곧 경영권을 담보하지는 않다”며 “유진기업이 인수합병을 통해 하이마트를 인수하였는데 정작 최대주주가 아무런 경영개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이마트는 “유진기업이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한 타사를 제치고 하이마트를 인수할 수 있었던 것은 유경선 회장이 지난 2007년 말 일본 동경의 모리빌딩 골드만삭스 회의실에서 하이마트의 인수의향을 밝히는 회사들의 설명회 Q&A 자리에서 ‘최소 7년 이상 현 경영진이 경영을 해주는 조건으로 인수하고 싶다’고 밝혔는데 이 사실을 숨기고 일반론을 들어 비난하고 있다”고 팽팽하게 맞선 바 있다.

유진기업이 이처럼 하이마트와 분쟁을 일으켰던 근본적인 배경으로는 현재까지도 고질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유진기업의 취약한 재무구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 11월 25일 금융감독원 보고서에 따르면 유진기업은 ▲유동비율 ▲부채비율 ▲자기자본비율 등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항목이 불안정한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유진기업의 유동자산은 2007년 말 3,824억 원에 불과했지만 하이마트를 인수한 2008년에는 4,184억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다음해에는 9,299억 원으로 대폭 불어났다. 그렇지만 그도 잠시 올 상반기 기준 유동자산은 5,289억 원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난 수준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유진기업의 유동부채는 지난 2007년에는 2,846억 원을 기록했지만 겨우 4년 만에 부채가 3배 이상이나 불어났다. 올해 상반기 말 유진기업은 8,959억 원의 유동부채를 기록했다.

‘부채 의존’ 구조가 갈등 불씨 키워

기업의 재무유동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항목인 유동비율은 올해 상반기 말에는 59%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의 유동비율이 150%를 넘을 경우 양호하다고 평가하는 게 관례임을 볼 때 유진기업의 신용능력은 불안한 편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진기업은 보유하고 있는 자본에 비해 부채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드러났다. 다시 말하면 부채비율도 높은 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유진기업의 자본총계는 5,661억 원이며 부채총계는 9,675억 원이다.

이 자료를 기준으로 하면 자본구성의 건전성 여부를 판단하는 대표적 지표인 부채비율은 170.9%나 된다. 유진기업의 경영상태가 부채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진기업의 자기자본비율도 36% 수준으로 아주 낮은 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전체적인 재무구조의 건전성도 위협받고 있다.
유진기업은 이렇게 불안한 재무건전성을 해소하기 위해 2008년 하이마트를 인수할 때 발생한 1조원이 넘는 차입금을 하이마트에 떠넘기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한 후유증으로 하이마트의 재무구조는 급속도로 악화돼 자금난에 허덕이기도 했다.

그러나 하이마트는 최근에는 대대적인 매출 성장과 코스피 상장에 힘입어 비교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마트는 지난 6월 기업공개(IPO)를 통해 2,600억 원 가량의 신규 자금이 유입되면서 그동안 다소 불안하던 재무건전성을 대폭 개선했다.

더욱이 경영상황이 어려운 유진기업은 하이마트에 CI(기업 이미지)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상당 금액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유진기업은 하이마트로부터 연 48억 원을 챙겨갔으며 올해는 40%나 늘어난 약 70억 원의 사용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만만치 않은 파장이 일기도 했다.

유통업계는 “결국 유진기업이 취약한 재무구조를 하이마트를 통해 보충하는 과정에서 하이마트 사이에 치명적인 다툼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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