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액 급증요인 한몫…가계대출 급증·대출금리 상승
가계 빚 및 이자 부담 사상 최대 내수 침체 악순환
올 한해 가계 빚 이자부담이 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부채 이자 상환에 국민총소득의 5%가 쓰이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른바 ‘하우스 푸어(집은 있지만 대출이나 세금부담으로 실질소득이 줄어 가난하게 사는 사람)’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이와 더불어 가계마다 이자 부담이 너무 커지는 바람에 내수부진으로 이어질 우려 또한 크다.
올해 가계 빚 이자부담이 50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 11월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기관별 대출액과 기관별 평균 대출 금리로 추산한 결과 올해 가계대출 이자부담 총액은 56조2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가계대출 이자부담이 5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는 지난해 국민총소득(1천173조 원)의 4.8%를 차지한다. 국민총소득의 5%가 가계부채 이자 상환에만 쓰이는 셈이다.
이렇게 이자액이 급증하게 된 이유는 가계대출 급증과 함께 대출금리가 상승하게 된 두 가지 요인이 맞물리며 발생했다. 지난해 말 797조4천억 원 수준이었던 가계대출은 올해 9월 말에는 840조9천억 원으로 증가했다.
가계대출 이자부담만 50조 원
이는 1년 사이에 무려 43조 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금융회사별로 살펴보면 은행이 431조5천억 원에서 449조6천억 원으로 18조원이 늘었으며 보험사 대출 또한 4조 원이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출 금리도 급등했다. 은행 대출 금리는 지난해 말 연 5.35%에서 올해 9월 말 5.86%까지 뛰었다. 또한 저축은행 금리는 연 12.7%에서 16.7%로 4%포인트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부가 실시한 ‘2011년 가계금융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소득 평균은 지난해 3,773만원에서 올해 4,012만원으로 6.3% 늘었다. 그렇지만 금융대출이 3,147만원에서 3,591만원으로 14.1% 증가했다. 아울러 원리금 상환액은 489만원에서 600만원으로 22.7% 급증했다.
가계대출 이자부담 증가가 불러올 가장 큰 문제점은 심각한 내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소득이 크게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이자와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물가성장률을 감안한 유통업체 매출 성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자동차 판매마저 급감한 데는 가계의 빚 부담도 크게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가계 이자부담이 커지면 소비는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경제까지 암울한 상황이라 내수 부진이 심각한 수준으로까지 치달을까봐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자뿐만이 아니라 대출금 규모 자체도 크게 늘었다. 은행의 대출 억제가 계속되면서 상대적으로 보험사 대출이 크게 늘어나는 바람에 올해 3/4분기 가계신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 부실화 만연
지난 11월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대출과 카드대금 등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신용 잔액은 무려 892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로 기록되고 있다. 직전 최고치는 2/4분기 876조3,000억 원이었다. 단 3/4분기에는 16조2,000억 원이 늘었지만 2/4분기(18조9,000억 원)와 비교해보면 증가폭은 소폭 둔화됐다. 또한 가계대출은 전분기보다 14조9,000억 원이나 증가한 840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판매신용은 1조3,000억 원이 증가한 51조5000억 원이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증가규모는 5조4,000억 원으로 전분기 9조2,000억 원 대비 크게 감소했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대출 역시 5조4,000억 원이 늘어 전분기 6조4,000억 원보다 줄었다. 예금은행 대출 증가폭은 전분기(9조2,000억 원)보다 큰 폭 축소됐다. 하지만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 증가폭은 전분기(6조4,000억 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와 달리 기타금융기관 대출은 4조2,000억 원이 확대돼 212조3,0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분기(2조2,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커진 것이다. 특히 보험기관 대출은 전분기 5,000억원, 3/4분기 3조원이 급증했다. 이는 전분기 5,000억 원과 비교해보아도 무려 6배나 증가한 수치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영향으로 은행권 대출이 힘들어지면서 보험 약관대출 등으로 수요자가 몰리는 풍선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가계 빚의 질도 날로 떨어지고 있다. 은행을 제외한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과 비교하면 대출금리도 높고 연체자도 많아 대출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1월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은행을 제외한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총 391조2,926억 원이다. 전체 가계대출 840조9,231억 원의 46.5%에 달한다. 2006년 말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39.7%에 불과했다. 5년간 은행권 대출은 346조2,000억 원에서 449조6,000억 원으로 103조 원가량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제2금융권 대출은 2006년 이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강화 등 은행권 대출 규제의 풍선효과로 163조원이 늘어 증가율이 1.6배에 달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제2금융권 쏠림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보험사 4조원, 카드사, 할부금융사 2조원, 대부업체 등 기타 금융사 3조7,000억 원이나 대출이 증가했다.
은행권의 전세보증금 담보대출도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전세보증금 대출 잔액은 1월 말 800억 원에서 10월 말 현재 1,670억 원으로 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도 296억 원에서 597억 원으로 급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좀처럼 손대지 않게 마련인 보험금, 전세보증금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는 것은 다른 대출길이 사실상 막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계빚 900조 시대를 맞이한 가운데 저소득층 앵겔계수가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서민들이 먹고 살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엥겔계수란 가계의 총지출액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저소득 가계일수록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엥겔계수가 높게 나타난 것은 식료품목의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계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월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3/4분기 가계 동향’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동안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엥겔계수는 22.8%로 지난 2004년 동 분기(24.4%) 이후 가장 높았다. 전체 가구의 올 3/4분기 엥겔계수도 15.0%로 고유가 영향을 받았던 2008년 3분기(15.1%) 이후 최고치다.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 강화해야
이처럼 가계부채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상환능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재정위기 여파로 국내 경기가 둔화될 경우 가계부채 부실화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문제는 내년이 더욱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재정위기에 따른 대외적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성장률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 등 국내 연구소는 대부분 3%대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소득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데 대출 상환압력을 받게 되면 빚이 많은 가구들은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앞으로 대내외 경제여건이 더욱 불안해져 금융기관으로부터 상환압력이 들어온다면 과다부채 가구를 중심으로 가계가 쓰러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주택가격이 떨어질 경우에는 가계대출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대해 금융전문가들은 “가계부채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가계대출 증가속도를 둔화시키는 방안이 강구돼야 하고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도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출 심사 및 상환능력 평가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충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