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귀여운 천사가 어른들의 그릇된 욕심 때문에 어디론가 팔려(?)나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파요. 이 일을 그만해야 할 텐데... 시간이 지나면 또 애들을 받아 키워야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답니다” 몇 년째 위탁모를 하고 있는 마포구 신수동 한 모(59세, 여))씨의 안타까운 이야기다. “처음 이 일을 할 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또 다른 생이별을 해야 하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 나마 국내 입양이 되면 괜찮은데, 해외로 입양될 땐 왠지 가슴이 답답합니다” 이들 위탁모가 입양기관으로부터 받는 비용은 의료비와 분유 지원을 제외하고 수고비 명목으로 하루 1만 8,000원, 한 달에 50여만 원을 받는다.
미국내 입양아동중 한인 아동이 36%에 달해
국내 입양에 관한 인식과 제도미비로 4위의 입양 수출국가 오명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해 국내에 입양된 아동은 1,462명(40.9%), 해외에 입양된 아이는 1,013명으로 나타났고, 미국무부가 지난 달 발간한 2011 연례입양보고서(2011 Annual Adoption Repot)에 따르면 2010년 10월부터 2011년 9월까지 미국으로 입양된 외국 아동은 모두 9,320명으로 전년도(11,059명)보다 15.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47명은 미국가정에 입양됐고, 7,273명은 미국을 통해 제 3국으로 입양됐다.
그런데 미국 내 입양된 아동 중 한국 아동은 모두 734명(736명 중)으로 전체 36%에 달해 미국 입양수출 국가로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 나마 이 숫자는 전년도(859명)보다 14.5%가 줄어든 것이다. 두 번째 국가인 필리핀(216명)에 이어 우간다(196명), 인도(168명), 에티오피아(126명), 콩고(116명)가 뒤를 잇고 있는데, 한국은 그들 국가와의 숫자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한국전쟁 이후 해외입양아동 숫자는 50년대에는 평균 250명이다가 1968년까지 해마다 몇 백 명에 불과했는데, 1969년에 1,190명, 1970년에 1,932명이 된다. 이후 숫자는 급격히 늘어 1970-80년대는 60년대의 열 배까지 늘어 지금까지 해외에 입양된 우리 아동은 20만 명을 훨씬 넘어 세계 최대 규모에 이르게 된다. 이 중 3분의 2는 미국가정에 입양됐고,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지역에 3분의 1이 입양됐다.
입양아 한 명당 국내로 5,000달러 유입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왜 이렇게 입양이 지속되고 있는가? 라는 점이다. 60년대까지 해외입양은 말 그대로 가난하고 먹거리가 없어서, 그리고 한국에 파견된 군인에 의한 인도적 차원의 입양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절대적 빈곤시대가 지난 80년대 이후에도 해외입양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 내부에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을 시사하고 있다.
입양의 산업화다. ‘오마이뉴스’에 보도된 미<Progressive>紙를 보면, 1988년 당시 한국 아동 하나가 입양되었을 때 5,000달러가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되어 있다. 그 해 6,463명의 아동이 해외입양이 되었으니, 대략 3,200만 달러가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당시 이 금액은 우리 정부입장에서 볼 때 적지 않은 돈이다. 우리 아동의 해외입양을 통해 외화벌이를 정부가 묵인 또는 독려했다는 사실에 대해 결코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미<Adoption Family in America>에 의하면 2009년과 2010년 사이 미국 양부모들이 한국아동 한 명을 입양하는데 지불한 비용은 평균 37,586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다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아동수출(?) 주역은 입양단체, 아동 한 명당 1,000만원 수익
우리 아동의 해외입양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곳은 입양단체들이다. 현재 국내에는 ‘홀트’, ‘동방’, ‘대한’, ‘한국’, ‘성가정’, ‘아동복지센터’가 서울에 본부를, 각 지방에 지부를 두고 있는데, 전체 45곳에서 국내외 입양업무를 처리고 있다. 이 입양기관의 주 수입원은 해외입양이다. 입양기관들은 아이를 해외에 판매(?)함으로서 아동 1명당 대략 1,0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 기관들은 주 수익원인 해외입양을 떨쳐 버릴 수가 없을 것이다. 아니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는 표현도 지나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아동의 해외입양을 부추겼던 또 다른 곳이 바로 고아원이다. 현재 고아원들은 아이 1명당 정부에서 년 1,400만원을 지원받는다. 반면 아동의 생모는 월 15만원을 지원 받고, 입양가정에는 월 10만원을 지원한다. 이렇게 고아원 입장에서 볼 때 아동은 수입의 절대적 근원이기 때문에 아동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게다가 고아원 측에서는 정부지원과 해외입양을 했을 때 주어지는 지원금을 합하면 고아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얻고 있다.
복지시설이 아동수출의 주역으로 등장
겉으론 좋은 일을 하는 곳, 속으론 정부지원과 아동수출로 수익
그 동안 우리사회에서 좋은 일을 하는 곳으로 인식됐던 입양기관과 고아원들의 뒷모습에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어두운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회에서 지난 6월 개정된 ‘입양특례법’에 대해 H아동복지회의 모팀장은 “해외입양을 제한하고 입양아동 및 가정에 대한 지원이 미흡한 점은 아쉽다”고 말하면서, “해외입양 제한과 수수료 지원책 등 일부 정책이 오히려 입양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서 입양단체들의 분명한 입장을 알 수 있는데, 입양활성화를 저해하면 그들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개정된 ‘입양특례법’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실제 입양된 경험이 있던 사람과 사회단체에서는 이들 입양기관과 확연한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도 세계 10위 경제규모에 맞지 않는 입양수출국가의 오명을 떨쳐 버리고, 버려진 아동들의 삶을 지켜주기 위해 이뤄지는 입양이라는 점과 저출산 고령화라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해외입양을 늦게나마 단계적으로 줄인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서는 이를 위해 지난 6월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전부 개정안」을 개정했다. 주요 핵심은 ⓵ 기존 법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입양촉진’을 삭탈시킨다. ⓶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 법에 의한 입양은 가정법원의 허가제로 한다. ⓷ 생모의 모성권을 보장하는 뜻에서 입양숙려제를 도입한다. ⓸ 입양예비부모의 범죄경력, 가정내 폭력, 성폭력, 약물중독, 정신병력 등에 대한 가정조사제를 도입하여 입양아동의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한다. ⓹ 입양인의 친생가족에 대한 알권리를 적극 보장한다. ⓺ 중앙입양정보원을 설립, 입양정보의 관리를 비롯한 입양사업에 대한 관리기능을 보강 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법안은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되는데, 미혼모 자녀, 독신자 입양가정, 저소득층 아동 등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들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 대책과 입양부모와 생부모의 권리를 동일하게 보장해야 하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입양을 제한하기 위한 입양쿼터제 오히려 시설아동만 늘려
여기에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해외입양쿼터제로 해외입양이 2006년에 1,899명에서 2007년 1,264명, 2008년 1250명, 2009년 1,125명, 2010년 1013명으로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해외입양쿼터제의 본래 취지가 국내입양을 활성화시킬 목적으로 시행됐는데, 국내입양은 크게 늘지 않았다. 2006년에 1,332명에서 2007년 1,388명, 2008년 1,306명, 2009년 1,314명, 2010년 1,462명으로 소폭 오른데 그쳤다. 아직도 해외입양은 우리의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너무 많은 상황이고, 국내입양은 적은 편이다. 그런데 해외입양을 억제한다고 하면서도, 많은 어린아이를 시설기관에 내몰고 있는 시행오류도 해결해야 한다.
경제규모 만을 가지고 입양 그 자체를 평가할 순 없지만, 우리와 경제력을 비교할 수 없는 과테말라, 베트남, 라이베리아, 루마니아도 해외입양을 금지하고 있으며, 북부유럽의 많은 복지국가에서는 심지어 자국 내 입양조차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미국도 미혼모의 98%가 자기 아이를 미혼모 자신이 키우는 나라다.
미혼모와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
우리의 경우 이들 나라와는 입양에 대한 인식이 분명히 다르다. 입양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 우리나라에서 국내외로 입양되는 아동의 90% 이상이 미혼모가 낳은 영아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미혼모 가족도 엄연한 하나의 가족단위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바라보는 좋지 않은 인식으로 입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과 그로 인해 생길 수밖에 없는 부모와 자식 간의 이별은 결국 우리 사회가 떠 앉아야 할 사회적 문제이다.
그렇다고 입양 그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정부는 불가피한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선진국도 입양활성화를 국가정책으로 삼고 있는 나라는 없다. 또한 입양이 복지체계 내에서 구조화된 그 자체도 문제다.
제도적인 문제뿐 아니라 입양과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 비록 주위로부터 축복받지 못한 생명의 탄생이지만 사회에서는 미혼모와 아이에 대해 각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해외입양인의 자살률이 일반인의 4배, 알콜 중독률이 3배라는 사실은 그들이 다른 문화와 환경에서 얼마나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증명해주는 자료들이다. 때문에 우리가 앉고, 보듬어 줘야 한다.
OECD 국가중 GDP대비 사회복지 예산이 아직도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열악한 사회복지제도의 피해자는 어쩔 수 없이 사회적 약자일수 밖에 없다.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배려가 건강한 사회를 구축한다는 소박한 진실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