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모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개방형 국민참여 경선제도)도입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10.26서울시장 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바탕으로 쇄신과 야권통합의 명분을 높이며 이를 바탕으로 정치의 변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어 정치의 주인인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명분이다. 이것은 비당원도 정당의 내부경선에 참여해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3김 시대에 이들은 각종 선거에서 후보의 공천권을 행사해 국민의 민의와 상관없는 영향력을 행사했다. 특히 일부 지역의 경우 공천이 당선이라는 결과를 낳아 이들이 지명한 후보들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선거구민들을 위한 활동보다는 이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3김 시대가 정치무대에서 사라진 지금도 이 같은 현실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DJ시절 국민경선제 처음 실시
국민참여 경선이 세간에 이목을 집중한 것은 2002년 김대중 대통령 시절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이 대통령 후보 선정을 하며 처음으로 국민경선 제도를 실시하면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과거 전당대회에서 각 지구당을 대표하는 대의원들에 의한 투표방식에서 탈피해 국민들의 참여를 통해 후보자 선출을 시도했다. 이 결과 당시 두번이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노무현 후보가 선출되는 파란이 일어났다. 이같은 국민경선제도는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 역시 여론조사 결과를 후보 선출에 반영하는 식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서울시장 후보였던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지난 5월 한나라당 의원 142명의 서명을 받아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내용에 따르면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자 경선(재·보궐선거 제외)에서 외국인을 제외한 선거권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완전국민경선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선거운동과 투·개표 사무 관리를 선관위에 위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선 시기도 선거일 전 40일 이후 첫번째 토요일로 규정해 여야가 같은 날 국민경선을 실시하도록 했다.
또 지난해 12월 유성엽 무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서도 정당이 공직후보자 추천을 위한 당내 경선을 실시할 때 선거인단의 30% 이상을 당원이 아닌 일반국민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주요내용으로 했다.
쇄신과 야권통합 명분
이처럼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자 선출 때 전면적인 국민참여 경선을 도입하는 방안은 이미 국회에 법안도 발의돼 있는 상황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시 정당의 경선제도 개선안으로 정당들이 동시에 국민경선을 실시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선관위 안은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의 공직선거 후보 경선때 완전국민경선을 실시할 경우 투·개표 비용까지 국가에서 부담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치권의 완전국민경선 주장은 여야 동시 도입이 어렵고 경선관리가 쉽지 않으며 경선 후유증과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등의 이유로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부에서는 정당의 공천심사위원회 권한을 국민에게 이양하고, 당원‧비당원 구분 없이 모든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이 특징을 절충해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이 불가능할 경우 제한적인 국민경선 제도를 실시하자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개혁특위가 ‘당심 대 민심’ 반영 비율을 5대5로 해 선거인단을 구성하자는 안을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경선 제도를 도입해 국민의 정치참여를 촉진한다는 이면에는 기존의 당내 결정방식으로 공천이 진행될 경우 치열한 계파 간 공천 갈등이나 인위적인 물갈이 다툼이 벌어질 양상이 높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야 합의 안 되면 여당 단독 추진
한나라당의 원희룡, 남경필 전 최고위원 등은 기존 방식대로 공천해서는 민심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 제도의 도입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 역시 여야 합의가 안 되면 여당 단독으로라도 추진해야 한다고 국민경선제도에 공감하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도 공천권을 국민에게 준다는 취지에 공감을 표하며 다만 “역(逆)선택의 우려가 있는 만큼 시행하려면 여야가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역선택을 방지하기위해서는 ‘여야 동시 실시’ 등을 포함한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여여 동시 실시가 중요한 것은 각 당 지지자들이 다른 당의 국민경선에 참여해 당선 가능성이 약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누구를 선택하자거나 거부하자는 식으로 쉽게 역선택의 가능성이 높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경선을 실시할 지역에 대한 선택 문제도 갈등의 소지가 다분하다. 경선을 실시하지 않는 전략지역과 취약지역에 대한 선정과정에서 후보들간의 불협화음이 거세질 수도 있다. 더욱이 경선결과에 불복하는 등 탈락자들의 갈등 여진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계파 간 지역 간 이견 표출 난항
비용의 최소화부분도 국민경선 실시의 주요과제다. 현재 인터넷과 모바일 투표 등의 도입이 거론되는 까닭이다. 또 정치신인보다는 조직과 지명도에서 우위에 있는 현역 의원에게 유리한 방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말은 쇄신이고 국민 참여 이지만 역으로 기존 의원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는 우려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모두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현재 어려운 정치지형을 헤쳐 나가야 하는 숙제에 봉착해 있다. ‘여야 동시 실시’ 등을 포함한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야 합의가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후폭풍 국면과 여당 국회의원비서의 선관위 디도스 공격 등 여야가 당장 마주앉을 수 있는 여건이 충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문제가 해결돼 여야가 테이블에 함께한다고 해도 각각 이에 대한 운영방법에 대한 계파 간 지역 간 이견이 표출될 것으로 보여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이경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