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비자금 실체 정치권 ‘파장’
DJ비자금 실체 정치권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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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통합 앞두고 흠집 내기…정치공방 예고

미완의 수사로 종결됐던 ‘현대 비자금 사건’이 2003년 2월 대북송금 특검 수사를 앞두고 미국으로 도피했던 무기중개상 김영완씨가 8년9개월 만에 전격 귀국함에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검찰 수사의 향방에 따라 정치권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민주당에 어떤 영향이 있느냐와 특히 차기 당권주자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의 관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부분의 영향권에 들지 않은 손학규 대표와 야권 통합파는 침묵 모드이지만 상대적으로 박  전 대표 측은 불쾌한 입장을 나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악의 경우 당권 주자인 박 전 대표가 다시 검찰 수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미묘성 때문이다.

김영완 검찰수사, 결과 따라 파장 예고

무기중개상 김씨는 2003년 현대그룹의 비자금을 DJ정권의 대북송금 및 정치자금으로 건네는 과정에서 전달책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은 현대비자금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5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고, 박 전 대표는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수사도중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이 자살함으로써 이 사건의 진상은 드러나지 않은 채 미궁속으로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이번 김 씨에 대한 검찰 수사 재개로 현대비자금 관련 의혹이 실체를 들어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조사에서 박 전 대표에게 현대 비자금 150억원이 전해졌는지 그리고 고(故) 정 전 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시인했던 스위스 계좌 3,000만 달러 비자금의 행방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김씨는 결국 당시 정권 핵심 인사들에게 비자금을 제공한 사건의 핵심인 것이다. 그가 지난달 26일 귀국해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를 받고 출국했지만 그 스스로 자진해서 귀국 의사를 밝힌 뒤 조사를 받았고, 언제든 다시 조사받으러 올 것이라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또 현대그룹 전ㆍ현직 관계자 등 참고인들을 조사한 뒤 필요하면 김씨를 재소환 할 것이라고 검찰은 덧붙였다.

박 전 대표 ‘150억원 수수 의혹’ 파장

고려대를 나온 그는 전국적으로 방대한 부동산을 소유한 재력가로, 무기중개상으로 활동하던 1990년 미국 보잉사 헬기 도입 과정에 대한 국정감사 때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고(故)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 등 유력인사들과도 이때부터 교분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대북송금 수사를 특검팀에서 넘겨받아 2003년 권 전 고문과 박지원 전 문화부 장관을 수사했던 대검 중수부는 당시 김씨를 현대가 권노갑·박지원씨에게 제공한 비자금을 관리한 사람으로 지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공범인 권 전 고문이 이미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만큼 김씨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김씨의 이 같은 사법처리보다는 김씨의 진술로 인한 박 전 대표의 ‘150억원 수수 의혹’의 파장이다. 대검 중수부는 “2000년 4월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으로부터 양도성 예금증서(CD) 150억원을 받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던 박지원 (당시) 문화부장관에게 제공했다”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박 의원을 기소했지만, 대법원은 2006년 “이 전 회장, 김씨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박 의원의 무죄를 확정했다.
이로 인해 ‘이익치‧김영완의 배달사고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됐으나, 중간 전달자이자 돈세탁 창구로 의심되던 김씨의 해외 체류로 사건은 흐지부지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하지만 김씨가 검찰에서 “박 의원한테 150억원을 받아 관리했다”며 결정적 물증을 제시한다고 해도 박 전 대표에 대한 재심 청구 혹은 재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이미 확정된 판결 사건에 대해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의 재심 청구는 형사소송법상 불가능한데다, 일사부재리 원칙 때문이다. 또 김씨가 ‘150억원 부분’ 이외의 다른 내용을 언급해도 공소시효가 끝났을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다.

‘150억원 부분’ 공소시효 완료 가능성 높아

하지만 검찰이 사법처리와는 별개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 대북송금 특검 과정에서 제기된 ‘스위스 비밀계좌 3,000만달러 송금설’ 등 각종 의혹이 베일을 벗을 수 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 같은 검찰의 수사재개와 관련 박 전 대표 측은 야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흠집 내기를 하려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수사 과정에서 정치적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같은 혐의로 형사처벌 될 가능성은 없지만 대기업과 돈거래가 있었다는 혐의가 인정될 경우 박 전 원내대표의 정치 행보에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김 씨 조사 사실이 알려진 지난 2일 “이런 민감한 시점에 김씨를 소환·조사하는 것은 야당의 유력 당권 주자에 대한 흠집 내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사건은 당시에도 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바 있다.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이미 끝난 사건”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일사부재리 따라 이미 끝난 사건?

반면 당 지도부는 침묵이다. 번번이 손 대표의 야권통합론에 제동을 건 박 전 원내대표와 권 고문이 연관된 사건에 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방어하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 일부에선 김 씨의 검찰 조사가 정권 말기 야권에 대한 견제용이 아닌지 의혹이 일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자수한 김씨가 새로운 진술을 내놓는다하더라도 이미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상태여서 검찰이 새로운 수사를 진행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반면 김씨가 조사과정에서 의외의 새로운 진술을 내놓을 경우 사건은 얼마든지 정치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일고 있다.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까닭이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권 통합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수사결과의 여부에 따라 정치권의 지형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언급이 나오며 야권에서는 기획설 등을 운운하고 있다.

장범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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