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좌초위기(?) 탈당·분당 ‘백가쟁명’
한나라당 좌초위기(?) 탈당·분당 ‘백가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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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통과, 선관위 디도스공격, 최고위원 동반사퇴 악재

한나라당이 걷잡을 수 없는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10.26서울시장 선거의 패배로 시작해 한미FTA통과,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DDoS) 공격 파장에 이어 지난7일 최고위원 3명의 동반사퇴를 계기로 당 전체가 좌초의 위기에 봉착했다. 당권파와 비당권파, 쇄신파 등 계파별 입장과 의원들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홍준표 퇴진론과 박근혜 등판론, 재창당론, 탈당·분당론 등 백가쟁명의 주장이 난무하며 과연 이 같은 난맥의 실타래를 풀어나갈지 당 안팎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소방수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떤 타개책을 마련할 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게 됐다. 쇄신파와 비당권파는 ‘박근혜 조기등판’을 촉구하고 있고, 대체적으로 친박(친박근혜)계와 당권파는 이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 향후 양측 입장에 따라 당의 진로가 방향을 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홍준표 대표체제 유지

친박계와 당권파는 홍 대표 체제를 토대로 쇄신을 모색하고 자연스럽게 박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향에 있었다. 당이 바로 새로운 체제나 비상대책위원회 등 임시기구로 움직이면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에게 ‘득보다는 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10명의 의원이 ‘당 해산 및 재창당론’을 공식 제기한 상황에서 홍 대표가 “재창당 계획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밝힌 재창당론에 무게를 둔 느낌이다.
홍 대표의 재창당 로드맵 주요내용은 “예산국회를 마칠 때까지 정책쇄신에 전력을 다하고 예산국회가 끝나면 바로 시스템 공천을 통해 천하의 인재를 끌어 모아 이기는 공천을 한 뒤 2월 중순께 재창당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박 전 대표가 최근 정책행보를 보인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재창당까지는 대선후보들이 당 후보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당권‧대권 분리 조항도 개정하는 등 정책쇄신→공천개혁→당헌당규 개정→재창당을 제시한 것이다.
지난 1996년 15대 총선을 2개월 앞둔 2월 민자당 시대를 마감하며 신한국당 제1차 전당대회를 모델로 들었다. 그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유사하다는 판단에 따른 사례로 보인다.
집권여당이던 민자당은 1995년 12월 제2창당의 각오로 당명을 ‘신한국당’으로 바꾼 데 이어 이듬해인 1996년 2월6일 신한국당 1차 전당대회를 인적 쇄신 및 공천을 단행한 가운데 15대 총선에 나설 공천자 243명의 필승전진대회를 겸해 열렸다.


하지만 쇄신파를 중심으로 디도스 사건 후 홍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기능이 없어졌고, 한나라당의 구도가 잡히면 거기에 순응하고 새롭고 건강한 보수 세력에게 당을 넘겨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홍 대표는 물러나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다 진지하고 심각하게 탈당을 고려하는 몇몇 의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탈당이야기까지 나왔다. 홍 대표가 같이 동반사퇴를 하고 그 공간이 비어야 다른 에너지가 들어와 이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조기 등판론 대두

반면 친박계와 당권파측에서는 어떤 문제를 정리할 때도 타이밍이 있고, 하나하나의 상황이 생길 때마다 대표가 사과하고 물러나는 것은 제일 하책이라며 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지금이 끝인 것처럼 생각돼도 항상 역사는 새롭게 변화하고, 너무 조급하게 이야기하지 말자며 홍대표 체제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홍 대표의 거취가 초읽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이같은 로드맵이 동력을 얻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1996년에는 총선이 변수였지만 이번에는 내년에 있을 대선까지 생각해야 하는 등 어려운 고개가 많아 보인다.
홍대표 체제가 유지되는 쪽으로 가닥은 잡혔지만 소장파를 중심으로 지도부 총 사퇴에 대한 요구가 여전히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향후 당내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그 주요 화두 역시 박 전 대표의 등판으로 모아진다. 의원들은 4시간 가까이 홍 대표의 퇴진 여부와 박근혜 전 대표 조기 등판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지만, 뚜렷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채 양측의 입장만 확인한 셈이다.
박 전 대표가 이렇든 저렇든 당 전면에 나서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과 빠른 느낌이라는 양측의 모습이 그대로 전달됐다.

대권경쟁 조기 가시화

당 쇄신 방법을 놓고도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충격적으로 패배한 이후 먼저 정책 쇄신을 한 뒤 정치 쇄신을 한다고 했고, 정책 쇄신의 종합 선물세트가 내년 예산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으며 반면 정책 쇄신 후 당 쇄신을 하자는데 왜 이 2가지가 병행이 안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지금 예산안을 처리하다 보면 12월 말까지 갈 수 있고 그러고 나면 공천까지 시간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도 홍 대표 체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충분히 인지하며 자신의 등판 불가피성을 생각하고 총체적 난국을 타개할 해법을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에서는 박 전 대표는 홍 대표 체제를 인정할 것인지 아닌지, 비대위원장을 맡느냐 아니냐의 수준을 뛰어넘는 근본적 고민을 하고 있다며 숙고를 거듭 중인 것으로 전하기도 한다.
박 전 대표의 경제자문역인 이한구 의원은 내년 총선패배 시 대선도 힘들어지는 만큼 박 전 대표의 등판 시기를 늦춰야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지금 당내 상황이 그렇게 여유부릴 처지가 아니다”라며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게 절대 다수 한나라당 의원들의 견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역할에 대해서는 “비상대책위는 임시조직이니 큰 의미는 없다”며 “선거를 지휘하려면 공식적인 직함은 있어야 지휘가 먹히지 않겠느냐”며 선대위원장직에 무게를 뒀다.

총체적 난국 타개 해법 관건

당 지도부가 와해되고 재창당 및 신당 등 당의 혼선이 야기되며 대권을 향한 잠룡들의 기지개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박 전 대표의 그늘에 막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한나라당 대권 예비주자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될 분위기가 예상된다.
재창당론 공론화 과정에서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의 연대 가능성이 높아지며 특히 ‘박근혜 대세론’이 주춤한 틈을 타서 이들의 활동은 반대로 확대되는 모양새가 됐다.
지금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권주자들이 활발히 활동을 펼치며 당 전면에 서야한다는 공통분모가 마련된 상황에서 재창당이나 리모델링 등 당의 변화 속에서 이들의 움직임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박 전 대표가 당 일부의 등판 요구를 수용하는 수순을 밟게 되면 이들과의 경쟁은 불가피해 질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 함께 당의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들과의 보이지 않는 마찰뿐만 아니라 향후 4월 총선을 앞두고 용호상박의 치열한 경쟁의 서막이 올라갈 수도 있다.
 

 

이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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