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시달리는 농심 왜?
‘내우외환’ 시달리는 농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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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저조·원가 상승 부담 이중고…운전기사 자해소동도

최근 농심그룹이 안팎으로 우환에 휩싸여 있다. 농심은 그동안 ‘신라면’과 ‘너구리’ 등으로 라면업계의 최강자로 꼽혀왔지만 최근 ‘꼬꼬면’이나 ‘나가사끼 짬뽕’ 등 이른바 ‘하얀국물 라면’ 선풍으로 그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이는 지난 3/4분기 실적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아울러 또 하나의 주력 상품인 ‘제주삼다수’의 유통 문제를 두고 제주개발공사와 협약 문제에 휘말리기도 했다.      


최근 1조8,000억 원 규모의 국내 라면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는 농심의 고민이 전례 없이 깊어지고 있다. 삼양식품이나 한국야쿠르트 등 경쟁사의 신제품 매출 호조로 농심의 시장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경쟁업체 밀려 순이익 급감 ‘위기?

여기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격 인상 실패로 원가상승 부담이 지속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이른바 ‘하얀국물 라면’이 시장의 히트작으로 떠올랐지만 이 와중에 농심은 그만 출시시기를 놓쳤다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3/4분기 말을 기준으로 68.1%(AC닐슨)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0.0%에서 1.9%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이처럼 농심의 점유율이 하락한 주된 원인은 바로 하얀국물 라면이 히트제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말 삼양식품이 ‘나가사끼 짬뽕’을 내놓았고, 한국야쿠르트는 8월 초 일명 ‘이경규 라면’으로 불리는 ‘꼬꼬면’을 출시했다.
두 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렸으며 일부 유통채널에서는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최근 오뚜기도 하얀국물 라면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화풍의 라면인 ‘기스면’을 내놓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심도 하얀국물 라면 시장을 외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선뜻 백색라면을 내놓기도 쉽지가 않다. 업계 최고의 연구개발 인력과 능력을 갖췄지만 하얀국물 라면시장에 뛰어 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뒤늦게 뛰어 들었다간 ‘네 번째로 출시’ ‘미투 상품’이라는 낙인이 찍힐 게 분명하다. 한마디로 시장점유율 1위인 농심의 자존심을 크게 구기는 꼴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백색라면이 닭육수, 청양고추, 야채, 해물 등으로 차별화되는 바람에 농심이 색다른 라면을 내놓을 묘책도 딱히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농심의 연구개발 능력을 감안하면 언제라도 하얀국물 라면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라면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구매율이라 농심도 백색라면의 향후 판매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농심도 고심 끝에 하얀국물 라면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정한 것을 알려졌다. 지난 5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으로 대표되는 빨간 국물 라면을 집중적으로 키워온 농심이 곧 하얀 국물 라면 출시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구겨진 농심체면, 딱히 묘책 없어

농심이 준비한 신제품은 해물 샤부샤부 맛을 표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농심은 제품 개발을 끝내고 판매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후발업체들을 따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시판을 미루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올해 최고 히트상품으로 꼽히는 꼬꼬면 등을 사실상 따라가는 셈이어서 농심의 체면은 크게 구겨진 것은 사실이다.
이처럼 농심은 성장이 둔화됨에 따라 주식시장에서도 ‘레드카드’를 받았다. 농심은 지난 11월 18일 코스피 시장에서 3.56% 하락한 21만6,500원에 마감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20만 원대 주가가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농심이 원재료와 제품 가격, 환율 등 외부 환경 악화로 고전 중이기 때문이다.
이는 농심의 실적이 잘 말해준다. 농심은 올 3/4분기에 매출액 4,820억 원, 영업이익 276억 원, 순이익 195억 원을 각각 올렸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각각 5.4%와 4.5%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31%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국제회계기준 효과를 제외하면 더 부진했다”라고 지적한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할 경우 영업이익은 약 150억 원에 머문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해 낮은 기저효과로 성장한 것으로 보이지만 영업이익률은 5.7%(한국기업회계기준으로는 3% 추정)를 기록하여 원가 상승분에 대한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 관계자는 “국내 라면 매출은 신라면 블랙의 생산 중단과 경쟁사의 선전으로 전년 대비 4% 성장에 그쳤고 수출은 일본에서의 지진 피해가 마무리되며 전체 10% 성장으로 상반기 대비 성장폭이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농심의 4/4분기 상황도 그다지 낙관적이지는 않다. 원가상승과 경쟁사의 신제품 출시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쌀국수짬뽕’에 대한 마케팅 비용 집행 등이 실적에 부담을 줄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또한 농심이 빠진 곤경은 라면 뿐만이 아니다. 지난 11월 2일 제주도개발공사는 먹는 샘물 ‘제주삼다수’ 판매협약이 불공정하다며 유통판매업체인 (주)농심에 협약 수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제주도개발공사는 2007년 12월 농심과 제주삼다수 판매협약을 체결했다. 제주도개발공사는 판매협약 중 농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는 5개 조항을 삭제 또는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주식시장서 ‘레드카드’ 눈총 받아

제주도개발공사는 농심이 제주삼다수 구매물량을 이행하면 계속 1년 단위로 판매권을 갖도록 하거나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제주삼다수의 독점적인 판매권을 갖도록 한 조항은 삭제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제주도개발공사가 “제주삼다수와 관련한 제조 및 유통 상의 모든 상표에 대한 권리를 소유하게 돼 있음에도 농심이 농심삼다수, 화산지층도 등의 상표를 보유하고 있다”며 “상표에 대한 모든 권리를 개발공사에 이전해 달라”고 요청했다.
제주도개발공사는 “농심이 제주삼다수 사업과 관련된 연도별 영업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며 “영업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도개발공사 관계자는 “농심이 계속 협의를 거부하면 제주도의 관련 조례 등을 근거로 특별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아울러 최근 제주도의회는 제주삼다수의 국내 판매사업자를 경쟁 입찰을 통해 선정하는 내용의 ‘제주도개발공사 설치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입법예고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해 (주)농심은 제주삼다수 판매협약을 고치자는 제주도개발공사의 요구에 난색을 보였다. 하지만 “공사와의 협력 관계가 회복이 되면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혀 타협 가능성의 여운을 남겨뒀다.
농심은 공사가 회신 기한으로 잡은 지난 11월 3일 밤 제주도개발공사에 이메일을 보내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일단 농심은 공사가 요구한 5가지 사항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주삼다수’ 불공정 판매

하지만 농심은 “협력관계가 회복이 되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으며 또한 신뢰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언제든지 협의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타협의 여지를 남겨뒀다. 특히 농심은 “아직도 공사를 철석같이 동업자로 믿고 있다”는 표현까지 썼다.
이에 대해 제주도개발공사 관계자는 “우리가 판매협약 개정에 접근하는 맥락과 농심이 받아들이는 것 사이에 갭이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럼에도 ‘신뢰관계’ ‘동업자’ 등의 표현을 쓴 것으로 보아 입장 차이를 좁힐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상황이 어수선한 탓인지 편의점 판매량 10위 안에 꾸준히 들었던 농심 제주삼다수는 최근 순위권 밖으로 벗어나고 편의점 PB 먹는 샘물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들이 지난 6월 750원에서 850원으로 가격이 오른 삼다수 대신 약 40% 저렴한 PB 맑은샘물을 구입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안팎으로 좋지 않은 기운에 휩싸인 농심에게 불미스러운 사건까지 발생했다. 지난 11월 19일 서울 용산경찰서는 신춘호 농심 회장의 차남인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53) 집에서 흉기를 들고 자해 소동을 벌인 운전기사 안모(4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안 씨는 지난 17일 오후 8시쯤 술에 취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신 부회장 자택에서 신 부회장 부인 이모(46)씨가 있던 2층 거실에 올라가 흉기를 들고 “내가 일을 그만두든지 죽어버리든지 해야겠다”며 자해 시도를 하는 등 소란을 피운 혐의를 받고 있다.
안 씨는 5분간 소란을 피우다 이 씨가 작동한 보안경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경비업체 직원에 붙잡혔다. 안 씨는 11년 동안 신동윤 부회장 자택에 함께 거주하며 운전기사 일 등을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안 씨가 호르몬 계통 질병 탓에 감정의 기복이 심한 상태에서 술을 먹고 우발적으로 감정을 분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품을 요구하거나 집안을 뒤진 정황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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