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명품 ‘뻥튀기’ 논란
유럽 명품 ‘뻥튀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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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명품업체 국내 소비자 가격 올려도 구매…역시 ‘봉’

최근 해외 명품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와 더불어 한-EU FTA 효과까지 가세해 유럽산 고가품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 품목의 평균 수입단가는 올해 들어 20%정도 뛰었으며 수입액도 크게 늘었다. 이렇게 수요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해당 명품업체는 가격을 해외 현지에 비해 ‘뻥튀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해외 명품업체들은 국내 소비자들을 상대로 가격을 엄청나게 올린 상태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EU FTA가 체결된 이후 명품에 대한 관세는 줄어들었지만 업체들이 가격은 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있어 결국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 소비자들에 비해 가격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 됐다.
명품업체들은 가격을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신제품이라며 가격을 비싸게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명품을 구입할 때 보다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으면 커다란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또한 이들 명품 업체는 국내 백화점에 대해 수수료 인하가 잦으며 변칙적으로 직원 할인판매를 실시하는 등 우리나라 소비자를 우습게 보는 일이 갈수록 지나쳐 비난이 일고 있다.

해외 구매가 비교 100만 원 이상 差

현재 국내에서 명품 인지도 1위 업체인 샤넬의 경우에는 똑같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판매되는 가격과 차이가 상당히 큰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인기 있는 샤넬 핸드백으로 꼽히는 빈티지 라지는 우리나라에서 약 603만 원(관세 비포함)에 팔리고 있다. 그런데 본사가 소재하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약 520만 원, 미국에서의 가격은 530만 원대였다. 한국에서보다 무려 20%가 넘게 싼 가격으로 팔리고 있는 셈이다. 
이와 아울러 클래식맥시는 유럽에서 가격이 520만 원대였지만 한국에서는 670만원을 전후로 해 팔리고 있다. 또한 빈티지 미디엄은 유럽에서 480만 원대에 팔리고 있지만 한우리나라 가격은 607만원이다. 또한 프티샤핑과 서프는 유럽에서 각각 165만 원 선, 260만 원에서 구할 수 있지만 한국에선 각각 295만 원, 375만원에 팔리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샤넬의 2009년도 모델 상품은 408만원이었다. 그런데 2010년에는 463만원이 됐으며 2011년에는 무려 579만원까지 올랐다. 지난 2년 사이 무려 171만원이나 가격이 뛴 것이다.
샤넬과 더불어 명품의 양대 산맥 격인 구찌 또한 가격 폭리가 만만치 않다. 스위스 선적으로 관세 면제 대상이 아닌 구찌의 크루즈 재키 중형 숄더백은 우리나라에서는 450만 원 대에 판매되고 있다.
물론 이는 관세 8%가 포함된 가격이다. 그렇지만 이 제품은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305만 원 대다. 가격 차이가 160만 원 정도나 나는 것이다. 또한 이 제품은 미국에서는 관세를 포함해 310만 원으로 영국에서는 305만 원 선에 팔리고 있다.
아울러 구찌에서 나온 신제품인 대형 숄더백 구찌 2012 크루즈 인터로킹은 유럽에서는 2230만 원 대에 팔리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340만 원으로 무려 110만원이나 높은 가격이 책정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테리어 비용 백화점에 ‘덤터기’

이러한 가격 차이는 국가들 사이뿐만이 아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가격 자체가 치솟고 있는 것이다. 엇비슷한 디자인으로 출고 연도만 바뀌었을 뿐인데 가격 차이는 상당히 큰 폭으로 나는 것이다.
실제로 구찌의 뉴재키백의 경우 2011년 가을·겨울 상품이 290만원 대인데 비해 2012년 크루즈 상품은 320만 원대로 알려졌다. 단지 신상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가격을 1년 사이에 30만원 이상 올린 것이다.
현재 한-EU FTA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이 유럽 등 외국에서 명품 브랜드의 제품을 구입하고 입국할 경우 1,000달러 이상일 경우에는 영수증 서명 등 서류 몇 가지만 있으면 반입이 가능하다. 또한 가죽 제품은 400달러 이상이면 10%의 관세만 지불하면 된다.
상식적으로 이처럼 명품에 붙는 관세가 줄어들면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가격도 당연히 내려가야 하지만 이와 반대로 명품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일종의 함정이 자리 잡고 있다. FTA 규정에 따라 면세를 받으려면 원산지와 생산지·선적지가 모두 EU 지역이어야 한다. 제품이 한국에 들어올 때 EU 국가가 아닌 지역을 거쳐 유입되어도 관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루이비통이다. 루이비통은 현재 관세 철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팔리는 루이비통 전 제품은 홍콩을 거쳐 유입되며 EU에 속하지 않은 동유럽 국가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가격을 올려 비난을 받은 프라다의 제품 또한 홍콩을 통해 국내에 유입되며 일부 제품은 중국과 인도 등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고가 정책에 대해 샤넬 관계자는 “재고 관리를 위해 할인 판매 없이 재고품을 본사로 보내거나 아예 불에 태워 버리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며 “이와 더불어 유로화와 원화의 환율 차이도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관세 줄어들어도 판매 가격은 올라

그렇지만 최근 들어 샤넬은 특급 고객들을 대상으로 일부 가방과 신발 제품을 최대 50%까지 할인하는 여름·겨울 세일을 실시 중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최근에는 최대 90%까지 할인하는 직원세일을 시작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명품 값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자 해외에서 들여오는 사람들이 늘었다. 인천공항세관이 FTA 발효 이후 한 달 동안 해외 여행객 휴대품을 조사한 결과 명품 핸드백 수입은 5,38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679건보다 18%나 늘어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업체가 국내에서 부리는 횡포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국내 백화점들은 샤넬 등 명품 브랜드 매장의 인테리어비가 폭등하는 바람에 심각한 고민에 빠진 것으로 업계에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에 입점해있는 샤넬 매장의 인테리어비는 그동안 평당 2천만 원 수준이었지만 지난 8월에 개점한 현대백화점 대구점의 경우 무려 평당 4천만 원대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샤넬 매장의 면적이 약 100평인 점을 감안하면 총 40억 원이 넘는 인테리어비가 들어간 셈이다.

명품 브랜드 매장 따라 매출 당락

보통 백화점에 입점한 매장 인테리어비의 경우 입점업체 측과 백화점 측이 반반씩 부담하는 것이 관행이다. 그런데 샤넬이나 루이뷔통 같은 명품 브랜드의 경우 백화점이 전액 부담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졌다. 게다가 샤넬이나 루이뷔통 매장의 경우 대부분 프랑스 현지에서 주요 인테리어 자재를 들여와 공사를 하다 보니 가격도 부르는 게 값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백화점이 거부도 못한 채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백화점에 명품 브랜드 매장이 입점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이미지와 매출, 평판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렇기 때문에 결국 브랜드 유치와 이미지 재고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인테리어비를 대주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문제는 더 있다. 일단 한 번 인테리어비가 올라가게 되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기 때문에 앞으로 다른 백화점 매장을 열거나 리뉴얼을 통해 오픈할 경우에도 샤넬 측이 현대 대구점 사례를 기준점으로 잡아 비싼 인테리어비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A백화점 관계자는 “샤넬이 현대백화점 대구점 사례를 근거로 다른 백화점에도 그에 준하는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른바 ‘울트라갑’으로 꼽히는 샤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기도 어렵기 때문에 백화점 입장에서는 무척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장범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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