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카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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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카드 수수료 싸움’…수수료 인하 압박

최근 신용카드사들이 현대자동차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하자 다른 자동차 3사는 물론 교통카드 사업자와 주유소, 의약업계까지 나서 수수료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또한 영세 중소상인들은 “카드 수수료 정책은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횡포를 부린다”며 규탄하고 나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지난 8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과 GM대우는 최근 카드사들을 대상으로 현대차와 같은 수준으로 가맹점 수수료를 내려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쌍용차 역시 수수료 인하 가능성을 문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달 카드사들은 현대자동차가 수수료를 내리지 않으면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신용카드는 기존 1.75%에서 1.7%로, 체크카드는 1.5%에서 1.0%로 수수료를 내린 바 있다.

왜 현대차만 수수료 내리나?

카드사들은 이미 현대자동차의 요구를 수용한 만큼 다른 자동차 업체들의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없는 상태다. 이미 현대카드는 르노삼성과 GM대우의 요청을 받아들였으며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 등도 조만간 수수료를 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카드업계로서는 이들 대부분이 매출 기여도가 높은 대형 가맹점들인 만큼 수수료 인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도 어려우며 요구를 모두 들어줄 경우엔 수익성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또한 경기도와 인천지역 교통카드 사업자인 이비카드도 “연말까지 수수료를 내리지 않으면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압박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이비카드는 오는 12월말 가맹점 계약이 만료되는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등 20개 카드사에 이 같은 방침을 통보한 바 있다.
이비카드는 경기도와 인천지역의 버스 2만여 대와 인천지역 지하철에 단말기를 설치하고, 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맺고 있다. 버스와 지하철 요금의 카드 수수료율은 1.5% 수준이다. 카드사들은 고객들이 결제한 요금 중 1.5%는 카드 수수료로 받아가고 1.3%는 단말기 이용 등의 명목으로 이비카드에 정산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카드사들에게 “수수료를 내리지 않으면 연말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던 이비카드는 최근 카드사들에게 백기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월 8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비카드는 “각 카드사에 수수료율 인하 요구를 없던 것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알려왔다.
이에 대해 다수의 카드사 관계자는 “이비카드에서 수수료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유선 상으로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교통수단을 볼모로 잡고 나선 것이 여론상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수수료율 인하 생색내기용 비판

하지만 주유소와 의약업계도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위한 집단행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오는 12월 15일부터 매달 카드사 한 곳을 골라 가맹점 계약 해지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주유소의 가맹점 수수료는 1.5%로 전체 업종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한다.
이에 대해 협회 측은 “유류세가 판매가의 50%를 차지하는 만큼 주유소가 부담하는 실질 수수료율은 3%에 육박한다”며 “수수료를 1%까지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주유소 판매의 99%가 현금 대신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만큼 주유업계의 판매가 카드업계의 이익으로 직결되는 만큼 “번만큼 업계의 부담은 줄여달라”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 등 의약업계 5개 단체도 이달 중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공식 요구할 방침이다. 이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내년 1월에는 가장 높은 수수료를 받는 카드사에 대해 가맹점 계약해지 운동도 펼치기로 했다.
의료기관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종합병원이 1.5~2%, 일반병원이 2.7%, 의원·약국·한의원 등은 2.7%에서 최고 3.33% 수준이다. 이들은 모두 수수료를 1.5%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매출 기여도가 커 인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며 “주유소와 교통카드는 수수료가 가장 낮은 수준이고, 의약업계도 매출에 따라 수수료가 나눠져 있는데 모두 ‘공짜’로 해달라는 식이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아울러 익명을 요구한 다른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당초 서민지원을 명분으로 시작됐는데 대기업들이 자기 몫 챙기기에만 급급하면서 카드사들만 고사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중소상인 카드사 횡포 맹비난

한편 중소상공인들도 준조세적인 성격으로 변질된 카드수수료 문제를 이구동성으로 질타했다. 지난 12월 8일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와 금융소비자협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명동 은행회관 앞에서 금융수수료 전면 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카드사들의 횡포를 규탄했다.
이들은 “신용카드사들이 카드 단말기 하나를 설치해놓고 엄청난 준조세적인 고리의 수수료를 떼어가고 있다”며 “이러한 제도 때문에 가맹점은 엄청난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신용카드사들은 매달 평균 3%, 연 36%의 준조세적인 고리의 수수료를 가맹점들로부터 받아 가는데 6%의 평균 이윤율을 고려할 때 총 매출의 3%가 수수료로 나간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 단체는 최근 카드사들이 한 해 매출 2억 원 이하의 중소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1.8% 내린 것과 관련해서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조치”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한 해 매출 2억 원 이하 사업장이라면 월 매출 1,700만 원 이하 사업장으로 6% 이윤율 기준으로 월 수익이 10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러한 사업장은 애초에 카드 이용률 자체가 적은 영세사업장으로 이번 카드 수수료율 인하는 한마디로 대국민 생색내기용”이라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경제활동인구 1인당 카드 4.8장을 보유할 정도로 이미 포화상태인 신용카드 시장에서 카드사들이 천문학적으로 쏟아 붓는 마케팅 비용도 문제 삼았다. 실제 최근 금융당국 등을 통해 공개된 지난해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은 4.3조로 전년대비 30.3%나 상승했으며, 이는 카드 총수익 중 마케팅 비용율이 25.4%나 된다.
임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장은 “중소상인들은 부가가치세보다 더 많은 카드수수료를 내고 있다”며 “이 같은 카드 수수료의 문제점을 4년여 전부터 제기해왔지만 아직까지도 변함이 없어 참담한 심정”이라고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허영구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신용카드는 신용사회의 중요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며 “하지만 수수료 문제는 배보다 배꼽이 큰 것으로 서민들의 고혈을 짜내는 카드가 비수가 되어 가슴을 찌르는 무기가 된 것 같아 참담하다”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아울러 이들 단체는 최근 카드사들이 현대자동차 가맹점 수수료를 신용카드(1.75%→1.7%), 체크카드(1.5%→1.0%) 모두 일제히 낮추기로 한 것과 관련하여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카드사들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이들은 “카드사들은 현대차가 가맹점 계약 갱신을 하지 않겠다는 요구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며 “그동안 소상공인들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요구에 경영난 운운하며 불가 입장을 견지해온 카드사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였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강도 높은 일침을 날렸다.

수수료 서민들 고혈 짜내는 비수

한편 12월 8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김영환 위원장(민주당)도 “중소 의원·약국에 부과하는 과도한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김영환 위원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영환 위원장은 “종합병원의 신용카드 수수료는 1.5%에 불과하지만, 일반 병원 2.7%, 의원·약국·한의원등은 2.7%에서 최고 3% 중반대의 높은 수수료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에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 한의사회, 대한 약사회 등이 함께 자리했다.
김 위원장은 “1,200원에 불과한 ‘65세 이상의 본인부담금’과 같은 작은 금액도 카드 결제를 하고 있다”면서 “병의원은 최고 98%, 약국 70%에 카드 결제율이 높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지난해 1,559곳의 동네의원이 폐업했다”면서 “1,673곳의 약국, 737곳의 치과의원, 842곳의 한의원이 문을 닫았다. 동네 병의원과 약국이 숨통을 트기 위해서는 수수료를 공히 1.5%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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